이로 인해 2023년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하킴 제프리스 (Hakeem Jeffries), 캐서린 클락 (Katherine Clark), 피트 아길라 (Pete Aguilar) 하원의원이 이끌 것이 유력하다. 당선된다면 제프리스 의원은 양원·양당 최초의 흑인 원내대표가 될 것이다. 또 이들 세명은 최초의 X세대 원내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한다. 현 지도부 최고서열의 세 명에 비하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무려 31년이나 적다.
또 2022년 중간선거를 통해 연방의회에 새로 당선된 초선 하원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46세, 상원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0세로 지난 7번의 회기 동안의 초선 의원들보다도 확연히 젊어진 구성이다. 이 중 40세 미만은 민주당 소속 10명, 공화당 소속 7명이나 된다.
20년 만의 지도부 세대 교체와 맥스웰 프로스트와 같은 젊은 의원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반기고 있다. 밀레니얼 행동 프로젝트(Millennial Action Project)의 대표 겸 최고경영자인 레일라 제이든 (Layla Zaidane)은 "미국 평균 나이는 38세인데 반해, 주의원 평균 나이는 56세"라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선출직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인의 평균 연령은 38세 vs. 연방 상원의원 평균 연령은 64세
2021년 1월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미 연방의회 117회기 기준 연방 하원의원의 평균 나이는 58세, 상원의원의 평균 나이는 64세로 집계된다. 미국 사회보장 연금 수령 자격 기준 은퇴 연령(2022년 기준)이 만 67세라는 점과 비교하면, 당적과 무관하게 선출직 정치인들이 더 젊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젊은 나이의 후보를 많이 내는 접근이 능사는 아니다. 진지한 고민과 비전없이 "젊음"만 내세우는 후보들은 일시적으로 소비되고 사라질 공산이 크다. 미국에서 당선에 성공하고 대중에게 소구력을 갖는 청년 정치인들은 소수자 계층에, 시민 활동 경력이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들은 젊다는 것을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올해 텍사스 35 지역구의 1989년생 그렉 카사르 (Greg Casar) 연방 하원의원 당선인과 펜실베이니아 12 지역구에서 당선된 1987년생 서머 리 (Summer Lee) 의원의 경우, 각각 오스틴 시의원과 펜실베이니아 주 하원의원을 출신이다. 이들은 선출직에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철저하게 본인의 정책과 비전 설명에 대해 공개 발언을 했다. 본인들의 성장배경이나 인종·문화권 등 정체성을 거론하게 되더라도, 사회적 이슈와 경제 현안, 주요 정책 및 현행제도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데 덧붙이는 장치로만 사용했다. 연방의원에 당선된 최초의 Z세대인 맥스웰 프로스트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후보 출마가 목적이 아니라 비전 실현의 수단을 삼는다. 카사르 당선인과 리 당선인 모두 대학생 때부터 노동자와 소수인종 그리고 이민가정의 편에서 그들의 권익 옹호 활동을 해왔다. 프로스트 당선인은 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자원봉사자로, 그 뒤에는 March for Our Lives(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의 전국 조직 디렉터로 활동하며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연마했다. 이는 비단 2022년 선거에서 주목받은 인물들에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단숨에 민주당 진보진영의 스타 정치인이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지오-코르테즈 (Alexandria Ocasio-Cortez) 연방 하원의원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 카사르, 리, 프로스트는 모두 Justice Democrats(정의를 추구하는 민주당원들)라는 단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연방하원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 단체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기업의 후원금을 철저히 배척하며 기득권에 맞설 진보적 연방의원 후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Justice Democrats가 공개 지지하고 올해 재·당선에 성공한 12명의 평균 나이는 41.9세였다.
청년 유권자들은 40살 케네디 3세가 아니라 74살 마키 의원을 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만 40세의 조 케네디 3세 (Joe Kennedy III) 하원의원이 가문의 명망과 본인의 젊음을 앞세워 민주당 에드 마키 (Ed Markey) 상원의원의 자리에 도전했다. 1946년생인 마키 의원은 만 26세의 나이로 매사추세츠주 하원에 당선되었고 그로부터 3년 뒤 연방하원에 당선되어 19선을 역임했다. 연방 상원의원에는 2013년에 발을 디딘, 약 50여 년의 선출직 커리어를 가진 고령의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선거에서 마키 의원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청년 유권자들 덕분이었다. 한평생 기후 위기 대응, 독과점 기업 견제, 전쟁 반대 등 진보적인 입장을 고수한 그를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도하는 기후 위기 공동행동 단체 Sunrise Movement(해돋이 행동)가 전국적으로 나서 후원금 모금, 유세 지원, 온라인 홍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청년 후보가 많이 나타나고 많이 당선되는 것만이 청년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연대와 대표의 핵심은 단순히 나와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삶의 고난을 공유하여 그에 기반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80세 생일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도, 76세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청년들에게 말로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충을 짚을 만한 의제를 다룬 덕에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청년 의제에 다루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정치 참여가 후보로서의 출마나 당직 수행과 같이 전업으로서의 정치가 아닐 수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필요한 정보 취득에 문제가 없고, 각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정치참여는 기득권의 문화가 된다. 생업을 포기하며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경제력을 갖춘 사람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민주당 지도부에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의회에는 젊은 의원들이 대거 늘어났다. 하지만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전국적으로 선거 이변을 일으킨 청년 유권자들이고, 그들은 다음 차례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지 젊은 층만을 위한 변화가 아닌, 다양한 소수자들 편에 서서 움직이고 있다. (끝)
* 필자 장성관은 보스턴대학 반인종연구센터 펠로우,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차장, 미국 민주당 청년전당대회 대의원을 지내며 VICE News와 The Star-Ledger 등에 기고했다. 연설문 작성, 정책개발, 커뮤니티 연대 협력 등에 관해 자문을 제공하고 소수자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2Z : 2020년대의 정치와 Z세대 정치를 다루겠다는 의미다. 202는 워싱턴DC의 지역 전화번호 앞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