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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벨트' 국가들 "니제르 외국군 개입, 선전포고 간주"

 

▲니제르 군부 대변인 아마두 아브드라만 공군 대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국영 TV를 통해 프랑스가 쿠데타로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의 복귀를 위해 군사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날 서아프리카공동체 군사 개입 시사에 대응…미 "니제르 쿠데타 뒤집을 좁은 기회 있다"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3.08.01. 17:59:25

지난주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역내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니제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공동 성명을 내 쿠데타로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 복귀를 위해 이뤄지는 "니제르에 대한 어떤 군사적 개입도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 대한 선전 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양국은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의 재앙적 결과는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며 "니제르 국민과 당국에 대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제재 적용을 거부한다"고도 밝혔다. 서아프리카 기니도 성명을 내 "군사 개입을 포함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권고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차례로 쿠데타가 일어난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는 인근 수단, 차드와 함께 아프리카 서부 사헬 지역에서 연쇄 쿠데타가 일어난 이웃한 국가들을 칭하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인 '쿠데타 벨트'에 속한다. 이들 사이에서 홀로 민주 정부를 지켰던 니제르 또한 이에 합류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니제르 대통령 경호실 주도로 쿠데타가 일어나 2021년 민주적으로 선출돼 취임한 바줌 대통령이 축출됐다. 니제르 군부는 쿠데타를 승인했으며 28일 대통령 경호실장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은 자신이 새 국가 원수인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임을 천명했다. 

쿠데타 벨트 국가들의 경고는 전날 서아프리카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ECOWAS가 니제르 쿠데타에 대한 군사 개입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ECOWAS는 지난달 30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니제르 쿠데타에 관한 특별 정상회의 뒤 성명을 내 바줌 대통령의 "즉각적 석방 및 복권"을 요구했다. ECOWAS는 "일주일 내 해당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해 니제르의 헌정 질서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ECOWAS 회원국과 니제르 간 상품 및 무역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 제재도 발표됐다. 

ECOWAS는 1990년대 라이베리아 내전, 2017년 감비아 대선 불복 사태 등에 개입한 바 있다. <AP> 통신은 전문가들이 ECOWAS와 니제르 군부가 무력 충돌한다면 민간인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를 찬성하는 민간인들과 반대하는 민간인들 사이에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선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고 현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니제르 군부는 ECOWAS 정상회의에 앞서 "해당 회의의 목적은 니제르 침공을 승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니제르 군부는 31일 국영 방송에서 프랑스가 바줌 대통령 복권을 위해 니제르에 군사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해당 주장이 "틀렸다"고 즉각 부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비난하며 원조 중단을 압박함에 따라 군부가 쿠데타 정권을 고수할 경우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니제르 내 2500만 명 빈곤층에 더욱 가혹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니제르에 우라늄 공급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유럽도 난처해질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니제르가 EU 우라늄 공급의 20% 가량을 담당하고 있고 원자력 발전에 전력 생산의 70%를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원전 원료인 우라늄 수입 15%를 니제르에서 공급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에너지부의 한 관리는 우라늄 공급을 한 나라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며 "니제르 상황은 프랑스 우라늄 공급 안보에 어떤 위험도 끼치지 않는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매체는 다만 니제르가 2021년 EU의 가장 큰 우라늄 공급처였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니제르 쿠데타가 장기적으로 유럽 우라늄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1일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현재 미국 정부의 목표는 니제르 민주 정부 복권을 위한 ECOWAS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며 쿠데타가 "완전히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뒤집을 좁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쿠데타 벨트 사이에서 민주정을 유지하던 니제르는 이전 식민지배국인 프랑스와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과 벌이는 대테러전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해 프랑스군 1500명, 미군 1100명 가량이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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