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며 자신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각) 방영된 미국 NBC 방송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바보같은 사람들만 답을 하는 것"이라며 "테이블에서 어떤 것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은 대만해협의 위기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조 바이든 현 정부의 입장과는 매우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유지한다면서도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만 방어를 위해 군사 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대만 방어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에 여지를 주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휴전과 관련해 "모두를 위한 공정한 거래를 하겠다"며 "어떻게 종전을 추진할지는 말할 수 없다. 그러면 협상 카드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역시 현재 바이든 정부와 매우 대조적인 부분이다. 바이든 정부는 직접 전쟁에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외교 노선의 변화와 함께 동맹국이 재정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7일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발표하고 방위와 관련해 동맹국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9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에 기존보다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부담하라고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방송에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에 대해 "나의 판단"이었다고 말해 향후 법적 다툼에서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경합주인 조지아주 선거에서 패하는 결과가 나오자 다음해인 2021년 1월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하는 등 13개 중범죄 혐의로 지난 8월 14일 조지아주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조작이 없었다는 참모들 및 선거캠프 소속 변호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으며 "선거가 조작됐다고 하는 다른 많은 이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선거 패배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이겼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