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년 만에 새 지폐가 발행되면서 5000㎞ 떨어진 히말라야 산악 국가 네팔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폐의 원료가 되는 나무인 미쓰마타(한국명 삼지닥나무)를 네팔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명되면서다. 지지통신·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는 다름 아닌 네팔”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네팔산 미쓰마타는 일본 지폐 원료의 90%를 차지한다. 정부간행물 판매 기업 ‘간포우’의 마쓰바라 다다시 사장은 최근 아사히 신문에 “일본 경제 상당 부분은 네팔에 빚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일본이 네팔의 도움을 받아 지폐를 찍어내게 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미쓰마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지만 효고·도쿠시마·오카야마 등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일본 지역에서도 생산된다. 미쓰마타 껍질은 견고한 섬유질로 이뤄져 있어 1879년 일본 지폐 원료로 채택됐다. 미 CNN은 미쓰마타가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만들기에 최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쓰마타는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 농가 고령화 등 문제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1965년 3120t에 달한 수확량은 10년 뒤 1614t으로 반 토막 났고, 2000년대 들어선 400t대로까지 추락했다. 2021년엔 12t만이 수확됐다. 일본 지폐 제작엔 연 100t가량의 미쓰마타가 들어간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9년 해외에서 미쓰마타를 수입해 지폐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팔에서 일본의 지원으로 미쓰마타를 재배하고 그 수확물을 일본에 보낸다. 네팔 농부들이 매해 초여름 묘목을 심어 수확한 미쓰마타 껍질은 세척·건조 과정까지 마쳐 일본 가나가와현 국립인쇄국으로 향한다. 국립인쇄국은 이렇게 받은 미쓰마타 껍질에 디자인을 입혀 화폐로 만든다.
일본의 미쓰마타 수입은 네팔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자리를 조성하고 농부들의 수입원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도 (일본의 미쓰마타 수입이)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지탱했다”고 전했다. 2020년부터 직접 미쓰마타 농가를 운영 중인 한 50대 네팔인은 매년 40만 네팔루피(약 410만원)를 벌고 있다고 한다. 네팔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1300달러(약 180만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