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0명 중 23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대처 방식으로 '참거나 모른 척 했다'고 답했다. '퇴사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노동운동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8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2.6%(226명)였다.
성희롱을 경험한 이 중 55.8%는 '참거나 모른 척 했다'고, 13.7%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항의했다'는 답은 22.5%, '회사나 노조에 신고했다'는 답은 5.8%,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이는 1.8%였다.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53.6%, '인사 등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다' 26.6%,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싫었다' 26.6%,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웠다' 3.9%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성별은 여성이 26.1%, 남성이 19.1%로 여성이 7%포인트(p) 많았다.
성희롱 가해자는 임원 아닌 상급자 40.7%, 사용자·임원 23.5%, 비슷한 직급 동료 17.7%, 사용자의 친인척 7.5%, 고객·민원인·거래처 직원 5.3%, 하급자 3.5%, 원청업체 관리자·직원 0.9%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 이는 15%였다. 성희롱 피해 시점은 5년 이전 37.6%, 1~3년 이내 25.2%, 1년 이내 20.5%, 3~5년 이내 16.4% 순이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는 이도 15.1%(151명)였다. 이들의 응답 결과를 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19.7%, 남성이 10.6%로 여성이 8.1%포인트 많았다.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20.8%, 정규직이 11.3%로 비정규직이 8.5%포인트 많았다.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는 임원 아닌 상급자 41.7%, 사용자·임원 22.5%, 비슷한 직급 동료 19.2%, 사용자의 친인척 9.3%, 고객·민원인·거래처 직원 4.6%, 하급자 1.3% 순이었다.
'성추행·성폭행 피해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 이는 23.2%였다. 이들이 성추행·성폭행 경험한 시점은 5년 이전 39.1%, 1~3년 이내 24.5%, 1년 이내 19.2%, 3~5년 이내 17.2% 순이었다.
직장 내 스토킹 경험에 대해서도 10.6%(106명)가 '있다'고 답했다. 스토킹 가해자는 임원 아닌 상급자 34.9%, 비슷한 직급 동료 30.2%, 사용자의 친인척 123%, 고객·민원인·거래처 직원 7.5%, 사용자·임원 6.6%, 하급자 4.7%, 원청업체 관리자·직원 2.8% 순이었다.
직장 내 스토킹 경험 시점은 1~3년 이내 35.8%, 3~5년 이내 24.5%, 5년 이전 23.6%, 1년 이내 16% 순이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1년 사이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 제도가 마련되거나 개선되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는 법 제도 개선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고, 조직 문화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여성은 가해자에 비해 지위의 우위에 있더라도 직장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이는 직장 내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지위에서 비롯된 권력보다는 '젠더' 권력이 훨씬 크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젠더화된 범죄인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장문화의 성평등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2022년 5월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