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신경전 오간 미중 정상회담…바이든 "中 통상·對러시아·인권 정책과 사이버공격에 우려"
"만약 우리가 서로를 경쟁자 또는 적으로 여기고, 악의적인 경쟁을 추구하며, 서로를 해하려 한다면 우리는 (양국)관계를 뒤흔들거나 심지어 그것을 되돌릴 것이다. (If we take each other as rival or adversary, pursue vicious competition, and seek to hurt each other, we would roil the relationship or even set it back.)"-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15일 페루 리마 정상회담에서. (미 백악관이 공개한 양측 모두발언. 시 주석 발언은 통역에 기초)
"바이든 대통령은러시아의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중국의 계속적 지원에 대해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했다. (…) 바이든 대통령은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우려를 제기했으며, 미국의 첨단기술이 미국과 그 파트너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의 중요성과 모든 국가가 인권 헌장을 준수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중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되거나 출국금지 조처에 처해진 미국 시민권자들의 사례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 중요시설을 표적으로 하고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중국의 사이버공격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 백악관의 미중 정상회담 결과 보도자료
미중 정상이 면전에서 역대 최강급 설전을 주고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계기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처럼 정면 충돌했다고 미 백악관과 중국 관영매체가 전했다.
미국 측이 공개한 양 정상의 회담 모두발언을 보면, 시 주석은 "내가 먼저 하겠다"며 발언 기회를 선점한 뒤 "지난 4년간 중미관계는 기복을 겪었다"면서 양국이 서로를 파트너·친구로 대한다면 두 나라의 우의가 깊어지겠지만, 서로 적대한다면 미중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시 주석은 "인류는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 간 경쟁이 시대의 기본 원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오직 연대와 협력만이 인류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시 주석은 "범람하는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에 디커플링이나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붕괴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오직 호혜협력만이 공동 발전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며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는 주요국이 추구해야 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나아가 트럼프 신(新)행정부가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우선주의 내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적극 견제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대만 △인권 △제도(중국어 '道路制度', 영어 'China's path and system') △발전권을 "중국의 4대 레드라인(red-line)으로 선언하며 이는 절대 침해돼선 안 될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주요국가 간의 차이는 피할 수 없지만, 한 쪽이 다른 쪽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거나 대립·갈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 3건의 미중 공동성명은 미중관계의 정치적 기반이며 이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하고는 이어서 "4대 레드라인"을 언급했다고 <신화>는 전했다.
다만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의 분석처럼, 시 주석의 날선 발언은 면전의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되는 면도 있다. '서로를 적대한다면 미중관계는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 4대 핵심이익의 강조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특별히 공격적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모두발언 마지막 말은 "어서 회의를 시작하고 남겨둔 문제를 토의해봅시다"였다. 그리고 회담 종료 후 백악관이 발표한 미중정상회담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 면전에서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었다.
백악관은 지난 4년간의 미중관계와 특히 작년 11월 우드사이드 회담 이후 1년간의 발전상을 언급하고 중국의 관련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산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것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 △중국에서 구금되거나 출국금지된 미국 시민권자 문제 △중국의 사이버공격 등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북한군 러시아 파병 위험·심각"…시진핑 "한반도 혼란 불허"
미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하나의 의제로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한반도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을 비난하며 이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위험하게 확전시킨 것으로 유럽과 인도-태평양 양쪽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마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이슈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행동은 언제나 공정하고 정당했다"고 강조하며 "중국은 평화회담을 중재하기 위해 셔틀 외교를 수행했고,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자평했다고 <신화>는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갈등과 혼란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에 처한다면 중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는 미중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며 3개 공동성명과 6개 보장에 대한 준수는 지켜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은 일방에 의한 현상태(status quo)의 변경에 반대하며, 양안 간의 이견이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전 세계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심(또는 이해관계. interest)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대만 주변(정세)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중국군의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시 주석은 <신화>에 따르면 이에 대해 "양안의 평화·안정과 '대만 독립' 분리주의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 만약 미국 측이 대만해협 양안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라이칭더와 민진당의 진정한 본질을 직시하고, 대만 문제를 특별히 신중하게 다루며, '대만 독립'을 명백히 반대하고, 중국의 평화적 재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시 주석은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우려한다'고 한 데 대해 "증거도 없고 말도 안 된다"며 "중국은 국제적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이며 어떤 형식의 사이버 공격에도 반대해왔다"고 일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