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대표 잉꼬 커플인 신애라, 차인표 부부는 두 딸을 입양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애라 씨는 11월 24일 방영된 MBC ‘강연자들’에서 “입양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라며 입양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 입양한 아이도 똑같이 사랑스럽다는 그의 메시지는 입양 사실을 감추기보다 당당히 밝히라는 조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입양 가정, 입양아들은 여전히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편견과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경민 장편소설 『훌훌』에 나오는 주인공 유리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유리는 할아버지, 연우와 함께 산다. 유리와 연우는 엄마가 같은 남매인데, 유리는 입양아고 연우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서정희 씨는 몇 년 전 입양한 유리를 버리고 친자식 연우와 함께 살다 죽었다. 유리는 연우가 엄마에게 학대를 당해 온 사실을 알게 되고, 연우를 자식처럼 살뜰히 챙기지만, 자신이 입양아인 사실과 복잡한 가정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꼭 숨긴다. 이야기 속에는 유리 말고도 또 다른 입양아가 등장한다. 세윤이다. 세윤은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러나 입양아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다. 세윤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였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키울 수 없게 된 아기를 맡기는 작은 상자다.
신애라 씨는 강연에서 입양된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고 말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달 동안 엄마가 끝까지 지켜온 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은 어떤가. 2024년 입양인식조사에 따르면 입양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나 스스로’는 42%인데, ‘우리 사회’는 19%에 그쳤다. ‘우리 사회’는 입양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37%로, 긍정적이라는 인식보다 2배가량 높다. ‘나’는 입양에 긍정적인데 왜 ‘우리 사회’는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고, 입양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정상 가족’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입양 가정이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에, 입양 가정, 입양아로서 미묘한 차별을 삶의 곳곳에서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신애라 씨의 강연이 반갑다. 입양이라는 주제를 공론화하고, 입양 가정의 본을 보여줘서 고맙다. 입양은 축하해야 할 일이구나, 입양은 어려운 게 아니고, 육아가 어려운 거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갈 수 있게 해줘서.
'강연자들'. [사진=MBC]
이에 더해 그는 입양과 관련된 법과 절차를 개선할 필요성을 짚었다. 일대일 돌봄을 받으면서 애착이 형성되어야 하는 시기에 아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면 뇌가 제대로 발달하기 힘든데,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관할구청, 복지센터 등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게 된다. 또한 입양이 확정된 아이들도 복잡한 입양 절차 때문에 가족을 만나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아이는 자라서 애착을 형성할 시기를 놓쳐버린다. 신애라 씨는 이날 당사자인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부모 자격 심사와 법적 절차를 아이 매칭 전 미리 진행하고, 준비된 가족들을 대상으로 매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준비된’ 가족에 방점을 찍고 싶다. 『훌훌』 속 서정희 씨처럼 아이를 입양했다 다시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아이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일일 테니. 입양은 혈연을 넘어선 사랑의 선택이다. ‘사랑’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입양이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더 많은 아이가 ‘준비된’ 가족의 품에서 사랑을 경험하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니까.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