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만물을 낳으면서 살게 하려는 마음이 아닌 것이 없다. 天之生物 無非欲生之心也 천지생물 무비욕생지심야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48권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뭐 먹고살지?” 힘겨운 현실과 불안한 미래 앞에 누구든 이런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훌훌 던지고 속세를 떠나면 모를까, 속세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실학자로 유명한 조선 후기 문인 이덕무 역시 이러한 고민에 당면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에게 답을 준 존재는 다름 아닌 거미였다. 이어지는 내용은 이러하다.
저 거미는 배가 뚱뚱하고 움츠린 형태이니 벌레 중에서 민첩하지 못한 놈이다. 살 방도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으므로 실을 주어서 그물을 쳐서 먹고 살게 하였다. 나는 놀고먹는 사람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사지와 얼굴을 갖춘 사람이 그래도 거미가 실을 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彼蜘蛛腹便便貌瞿然 虫之不捷者耳 不使之方便 則不可以食 故與之絲食於網 余惑於人之游食者耳 四肢七竅 不猶愈於蛛之絲乎]
미물인 거미조차 나름의 생존방법을 타고 낫듯 누구든 필시 먹고 살 방도가 있으니 마냥 놀고먹지는 말자는 말이다. 다소 평범한 격언처럼 보이지만, 이는 이덕무의 절박한 현실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은 이덕무가 20대 중반에 완성한 「이목구심서」에 보인다. 그의 젊은 시절은 가난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누추한 집을 파고드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책으로 바람을 막고 몸을 덮어서 추위를 면할 정도였다. 또 당시는 서자라는 신분 제약 때문에 관로도 막힌 처지였고, 자신이 책임질 아들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가난한 장기 취준생에다 먹여 살릴 부양가족도 딸린 셈이다. 그러니 ‘뭐 먹고살지?’는 그에게 더없이 절박한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덕무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었다. 그 길이란 바로 독서였다. 독서야말로 자신이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풍부한 학식을 인정받아 검서관 벼슬을 하게 되어 녹봉도 받았고, 훗날 수많은 저술을 통해 걸출한 학자라는 명성도 남겼으니, 생명을 위한 하늘의 원대한 계획을 증명해 보였다고 하겠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찾았다 하더라도 확신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기란 더욱 어렵다. 어떨 땐 힘겨운 현실 앞에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도대체 뭐 먹고살지?’라는 고민은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래도 하늘이 먹고 살 방법 하나는 분명 주었을 테니 절망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렇다고 마냥 놀고먹어서는 안 되는 법,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하늘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