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심을 사전(事典)에서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거나 꼭 이루리라고 스스로 굳게 믿는 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될 수 있다”라는 말로 나름대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헌데 우리는 어떤 일에서 그 일이 자신의 적성(適性)에 맞아 하고 싶지만 선뜻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될 수 있다”라는 긍정적(肯定的)인 자세대신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疑問)을 앞세우기에 용기보다는 주저심(躊躇心)이 먼저 작간을 부림으로써 결국 선뜻이 나서지 못하게 되는데 그건 때로는 자기에게 차례지는 다시 오기 힘든 더없이 소중(所重)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데까지 이르게도 합니다. 결국(結局) 다 지나간 다음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때에야 후회(後悔)하게 되는데 일생에 후회 약 만큼은 없다는 것도 그때에 가서야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그런들 결국 행차(行次) 뒤 나발이고 다 쑤어놓은 죽(粥)인데 어쩌랴.
문제(問題)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앞에 놓였을 때 그 일이 자신에게 합당(合當)한가 또는 자신에게 이로운가를 먼저 판단(判斷)해본다음 그 일이 확실히 자신에게 합당할 뿐만 아니라 이로울 일이라면 더는 우유부단하지 말고 인차 행동(行動)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자면 자신심이 있어야 할 것인바 자신심(自信心)이 있다면 그건 곧바로 그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 열쇠를 가졌다면 들어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어린 시절 누나가 일기를 쓰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며칠 동안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다 결국 누나의 간곡한 권고(勸告)에 못 이겨 행동에 옮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건 늦게나마 자신심이 생겼기 때문이며 그 자신심은 결국 일기(日記)를 쓸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것이 됩니다.
늦게나마도 자신심이 생긴 것이 다행이지만 첫날 일기를 쓰면서 참 좋은 체험(體驗)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더 일찍 행동에 옮겼더라면 하루라도 빨리 누나와 함께 일기 쓰기에 가담(加擔)하여 더 즐겁게 재미를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며 일기 쓰는 기회는 다행히 스쳐 지나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잡을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이제 어떤 일에서든 자신심을 가질 것이리라 다져봅니다. 그것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춘 시절 또 한 번의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를 발견(發見)하게 되었는데 바로 도서관에서 책 읽는 여인을 본 후였습니다. 빈자리가 없어 도서관(圖書館)에서 골똘히 책을 읽는 한 여인한테 눈길이 멎었습니다.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짙은 남색 원피스를 받쳐 입은 40대 안팎의 여인인데 우아(優雅)하고 지성적인 매력이 나의 호감(好感)을 자아냈습니다.
어떤 책(冊)이기에 저토록 푹 빠져 곁눈하나 팔지 않을까?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고 그 여인(女人)과 가까운 자리로 옮겨 서서 곁눈질해 보았습니다. 책의 글씨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인과 책을 번갈아 보다나니 나의 사색(思索)도 나래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는 “책속에 황금가옥(黃金家屋)이 있다”라는 명언(名言)이 있습니다. 독서(讀書)를 통해 남들이 축적(蓄積)해 온 지혜를 받아들이면 그만큼 많은 덕목(德目)이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근데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많은 정보량을 획득(獲得)하니 진지(眞摯)하게 책 읽는 사람이 눈 뜨이게 줄었는데 나도 그 중 한사람입니다.
나는 우연한 기회(機會)에 서울도서관을 들렀는데 깜짝 놀랐다. 어마어마한 수량(數量)의 책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 무료(無料)로 빌려 볼 수 있고 합니다. 나는 즉석에서 회원카드를 만들고 책을 한꺼번에 5권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을 보려니 욕심(慾心)처럼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겸(兼)하고 있는 나는 느긋하게 품 놓고 책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가 꼭 보고 싶은 부분을 빼고는 그냥 조급하게 건성으로 읽고는 반환(返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색(思索)이 훨훨 날고 있을 무렵, 자신심은 어느덧 나의 시발점(始發點)인 글쓰기에 천착(穿鑿)했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도서관(圖書館)에서 책 읽는 여인을 떠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는 심정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의 종착지(終着地)는 어디일까? 혹시 자신감을 놓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