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전제로 책을 읽으면 독해력(讀解力)이 향상됩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하나의 연장선상(延長線上)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입니다. 책을 읽다가 새로운 영감(靈感)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는 만큼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즉 읽는 것과 쓰는 것이 하나로 연결(連結)되어 있는 만큼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재로 무언가를 쓴다고 전제(前提)로 하면 문장력도 제고(提高)될 뿐 아니라 그 책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스포츠에 비유한다면 맹목적(盲目的)으로 책만 읽는 것은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시합(試合)에서 이길 힘을 기를 수 없어서인지 독서광들 중에는 의외로 문장력(文章力)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그들이 쓰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단순히 읽는 재미만을 추구(追求)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출판사의 편집자(編輯者)들도 직업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독해력(讀解力)은 매우 탁월해서 아주 예리한 피드백을 해줍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주문(注文)하다니 정말 꼼꼼히도 읽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편집자들의 경우 독해력과 쓰는 능력이 직결(直結)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편집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읽는 능력(能力)이지 쓰는 능력이 아닐 것입니다. 글을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게 어떤 주제(主題)에 대해 써달라고 하거나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목적(目的)이 스스로 글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쓰는 능력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위해서 읽는다는 의식(意識)을 늘 가지고 독서를 해야 문장력이 독서량에 비례(比例)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글쓰기를 의식(意識)하고 읽어야 독해력 또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책을 ‘골라 읽는 독서’를 지향 글쓰기를 전제(前提)로 한 독서는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음미하는 독서’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나중에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책을 선택적(選擇的)으로 읽어야 합니다. 반면에 천천히 독서(讀書)를 즐길 때는 다르기 때문에 어떤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에 읽어버리기 아까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읽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그냥 그렇게 음미(吟味)하면서 읽으면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명작(名作)일지라도 그것을 소재로 작문을 할 경우에는 ‘골라 읽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독서하면 으레 ‘음미하는 것’만 강조(强調)해왔습니다. 그 때문인지 일단 읽기 시작한 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독서가 싫어지는 것입니다. 끝까지 다 읽지 못할 바에는 아예 읽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책은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극단적(極端的)으로 표현하자면 책은 처음부터 전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글을 쓸 주제(主題)와 관련된 부분만을 골라 읽는 편이 글을 쓰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效果的)입니다. 그렇게 읽는 동안 나의 인지 안테나에 걸려들지 않은 구절은 내 글과 인연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단념(斷念)하면 됩니다.
제한 시간을 두고 글쓰기에 필요한 것만 골라 읽기 그냥 즐기기 위한 독서에는 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여유(餘裕)롭게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골라 읽는 독서’는 글을 쓰기 위해 읽는 것이므로 당연히 시간이 한정(限定)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한 시간을 설정(設定)해 두는 것이 중요한데, 언제까지 다 읽겠다는 목표(目標)를 설정해두지 않으면 독서는 끝없이 늘어지고 맙니다.
만일 제한 시간이 있으면 책 한 권에 투자(投資)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가정(假定)합니다. 자신의 독서 속도로는 보통 다섯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 분량(分量)의 책이라면 한 시간에 20% 정도밖에 읽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집중(集中)해서 읽으면 속도는 어느 정도 빨라지지만 비약적(飛躍的)으로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론적(結論的)으로 그 책에서 20%만 읽으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느 20% 부분을 읽을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關鍵)이 됩니다. 그럴 때는 일단 목차를 활용해서 자신에게 필요할 만한 항목(項目)을 체크하고 드문드문 책 전체를 넘겨봅니다. 이렇게 해서 찾은 부분만 3색 볼펜으로 선을 그으면서 어떻게 하면 내 글에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집중적(集中的)으로 읽어나갑니다.
한편 책을 읽는 속도(速度)가 워낙 느린 사람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한 시간에 40페이지 읽을 수 있는데 30페이지밖에 읽지 못한다면 그 30페이지 속에서 필요한 내용(內容)을 고르면 됩니다. 그러므로 얼마나 빨리 읽느냐보다는 어느 부분을 읽어야 할지를 선택하는 안목(眼目)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한 셈입니다. 때로는 30 - 40페이지를 읽어도 전혀 쓸 만한 내용을 못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처음부터 책을 잘못 선택(選擇)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글의 소재가 될 만한 책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課題)이며 그 다음은 그 책 속에서 내 안테나에 걸려들 만한 부분을 잘 발췌(拔萃)할 수 있는 센스가 중요합니다.
제한 시간을 설정하는 것 외에도 일부러 시간에 얽매이는 상황에서 책을 읽도록 외적인 요소를 설정하는 것도 집중적(集中的)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나는 주로 이동 시간을 활용해서 커피숍에 잠깐 들러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책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질질 끄는 사람은 커피숍을 활용(活用)해보면 좋습니다. 커피숍에서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 씩 눌러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앉아 있으면 카페 주인은 벌써 ‘저 손님은 언제까지 앉아 있을 셈인가?’ 하는 식의 무언(無言)의 압력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제한된 장소를 활용해서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독서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문제의식(問題意識)을 가지고 책읽기 독서를 글쓰기에 잘 활용하는 비결은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어도 평상시 책을 읽을 때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이나 ‘이 부분은 참 좋네!’라고 생각했던 문장 또는 그 책의 핵심(核心) 등을 기억해두는 것입니다. 3색 볼펜을 활용(活用)해서 책에 선을 많이 그어둡니다. 선을 그으면 기억에 잘 남기 때문에 메모는 좀 더 구체적으로 쓰는 단계(段階)에서 해도 됩니다. 리포트를 쓸 때는 우선 주제에 맞는 책을 한데 모은 후 읽어야 합니다. 이는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그 속에 있는 키워드를 찾아 3색 볼펜으로 선을 긋습니다. 그렇게 하면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 나중에 인용(引用)할 때 찾기도 쉽습니다.
자료가 될 만한 책들을 대충 훑어보고 나서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하는 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效率的)이지 못한 방법입니다. 방대한 양의 책을 다 읽고 나서 글을 쓰는 사람은 작문실력(作文實力)이 상당한 수준에 있는 사람입니다. 보통 자료를 너무 많이 읽으면 오히려 더 혼란(混亂)해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모르게 됩니다.
책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기 위한 자료이며 요리로 말하면 음식재료(飮食材料)에 해당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언어를 재료로 해서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 수십만 개의 말을 다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요리를 할 때 세상의 모든 음식 재료를 다 사용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극히 제한(制限)되어 있습니다.
언어라는 음식 재료 가운데서 만들고 싶은 요리 즉 쓰고 싶은 내용을 그려봅니다.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하나의 키워드로 머릿속에 잘 인식(認識)해둡니다. 그런 다음 그 키워드를 그물망처럼 펼치면서 책을 읽어나갑니다. 그 그물망에 빠져 나가지 않고 걸려드는 것이 내가 글을 쓸 때 필요한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읽기 전에 키워드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키워드가 없으면 구멍 뚫린 그물이나 다름없습니다. 고기가 잡힐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위해 독서를 할 때는 반드시 키워드라는 망을 만들어서 던져놓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 권의 책 속에서 보석(寶石) 같은 곳을 몇 군데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책으로 옮겨갑니다. 이렇게 차례차례 책을 읽어 나갑니다.
글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인용’의 기술을 배우기 글을 효율적(效率的)으로 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독서 기술 이외에도 인용하는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인용은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자신의 문장 속에 넣는 기술입니다. 자신의 논리(論理) 전재 속에 어떤 것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문장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용을 통해 자기의 생각을 더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형태(形態)로 만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타인이 쓴 문장을 하나의 소재로 포함(包含)시켜서 글 쓰는 실력도 향상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재란 자신이 흥미(興味)롭고 의미 있다고 느낀 것입니다. 즉 자신이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대상(對象)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그림이나 영화보다는 글을 소재로 삼는 것이 가장 적합(適合)합니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언어’라고 하는 동일한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환성(互換性)이 가장 좋으며 그 방법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의 책이나 잡지 내용을 자신의 글 속에 도입(導入)할 때에는 그 글을 인용부호(引用符號)로 표시하고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그 문장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적습니다. 이 경우에는 문자로 적힌 것을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소재가 변형(變形)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장 이외의 표현은 그대로 인용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이나 영화를 인용할 때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묘사(描寫)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필터를 일단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더더욱 인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글 쓰는 능력을 함양(涵養)하기 위해서는 이미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인용하는 것에서 출발(出發)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수준 높은 의식을 가지고 독자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 많은 사람들이 소재 즉 텍스트에 대해 잘 이해(理解)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배경(背景) 탓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문학 비평이 영화 비평이나 음악 비평보다 수준 높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지배적(支配的)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문장이 아닌 영화나 음악을 언어로 전화해서 인용하는 것보다 문학작품을 텍스트로 표현(表現)하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문학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 쓰인 것을 그대로 인용하면 원작가의 언어를 직접 읽을 수 있습니다. 즉 독자와 저자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을 쓸 때도 저자와 독자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책을 텍스트로 하는 경우 원작자가 대단히 의미심장(意味深長)한 글을 썼다면 그것을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글쓴이와 독자는 대단히 수준(水準) 높은 의식(意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적인 사건을 주제로 무언가를 쓰려고 할 경우에는 더욱 고도의 문장력(文章力)이 요구됩니다.
에세이는 작가가 체험한 일상적인 사건(事件)을 소재로 쓴 글입니다. 한순간에 끝나버린 사건을 읽는 사람이 실제로 자신이 경험하는 듯한 착각(錯覺)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썼다면 그것을 통해 독자는 작가의 체험(體驗)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런 사람이 에세이도 잘 쓸 수 있습니다. 한편 글은 작가가 겪은 사건을 독자와 공유하게 함으로써 작가와 독자를 이어줍니다. 하지만 독자는 그 사건에 대해 작가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흔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소풍(逍風)이나 운동회(運動會)에 대한 감상문을 쓰게 합니다. 이러한 감상문은 체험을 문장화(文章化)하는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더욱이 소풍이나 운동회 등은 학생 누구나 겪는 지극히 일상적인 체험입니다. 그런 감상문(感想文)을 재미있게 쓰려면 자신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던 점을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찾아서 그것을 어떻게 느꼈는지 표현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技術)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체험(體驗)이나 주변의 일에 대해 쓰는 것과 무언가 특별한 것을 소재(素材)로 쓰는 것은 난이도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를 스포츠라고 가정(假定)해봅니다. 자신의 체험에 대해 쓰는 것이 수영(水泳)이라면 무언가 색다른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축구(蹴球)하고 할 수 있을 만큼 완전한 종목(種目)이 다른 경기입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이 흥미를 느낄 만큼 매우 특수한 체험이라면 독자와 그 느낌을 공유(共有)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런 체험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글쓰기에서 우선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텍스트, 즉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記憶)해야 합니다.
글을 쓰는 소재가 재미있다고 느낀 것을 그룹별로 나누기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소재(素材)를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입니다. 작품 전체를 ‘커다란 소 한 마리’에 비유해 봅니다. 그것을 통째로 요리(料理)하려는 시도는 무리입니다. 소 한 마리를 몇 조각으로 잘라서 요리를 해야 합니다. 독서 감상문(讀書感想文)을 쓰는 작업에도 그러한 단계가 필요합니다.
한 군의 책에 대해 막연히 감상(感想)을 말하라고 하면 ‘재미있다’든지 ‘재미없다’든지 하는 식의 감상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통째로 던져주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具體的)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몇 자기 써보세요’라고 제시(提示)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 3개 정도를 적게 하는 것이 가장 적당(適當)합니다. 그 이상 되면 요점 간의 상호관계를 파악(把握)하기 힘듭니다. 물론 10가지든 20가지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나 좋다고 느꼈던 문장을 거론(擧論)해도 좋겠지만 그 문장들을 서로 잘 연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반대로 하나나 둘밖에 언급(言及)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글이 됩니다.
물론 글을 쓰다보면 5개, 경우에 따라서는 10개 이상 쓰고 싶은 요점(要點)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에는 내가 고른 요점들 중에서 같은 주제(主題)끼리 통합하여 3개의 큰 그룹으로 묶습니다. 그렇게 그룹별로 나누고 나면 그 다음은 그것을 연결(連結)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아마 주요 테마가 떠오를 것입니다.
각자의 독창성이 나타나는 인용의 요점을 벗어나지 않는 비결 한 권의 책 속에서 좋았던 부분을 3가지 골라보면 거기에 그 사람의 독창성(獨創性)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에게 “이 작품 속에서 좋았던 부분은 어딘지 한 가지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좋아하는 부분이 비슷한 경우(境遇)가 많습니다. 하지만 3가지를 고르게 하면 2개까지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도 3가지 모두 동일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3가지를 연결(連結)해보면 각자의 독창성이 나타납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3색 볼펜을 사용(使用)합니다. 그 볼펜으로 나중에 인용(引用)할 중요한 부분에는 빨간색 그 다음으로 중요(重要)한 부분은 파란색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 부분은 녹색으로 선을 긋습니다. 개인적인 취향(趣向)이나 감상을 써야할 때는 빨간 부분이 아니라 녹색 부분을 찾아서 쓰면 됩니다. 반면에 작품(作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써야 할 경우에는 당연히 빨간색 부분을 활용(活用)해야 합니다. 빨간색을 참고(參考)하지 않으면 감성은 풍부할지 몰라도 요점(要點)이 빠져버린 글이 된다. 그런 사람은 독서능력(讀書能力)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현대사회에는 책을 읽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傾向)이 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텍스트로서 소설을 꼼꼼히 읽으려는 의식(意識)이 부족합니다. 가끔 작품의 핵심에서 벗어나 완전히 엉뚱한 부분을 비평(批評)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와 같은 독서훈련(讀書訓練)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핵심(核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간색을 친 부분은 누가 읽어도 중요한 부분이니 그것에 대한 의견은 거의 일치(一致)할 것입니다. 문제는 핵심을 언급하고 나서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이나 자신이 감동(感動) 받은 부분 즉 녹색 부분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핵심내용인 빨간색 부분과 흥미로운 녹색부분이 어떻게 조화(調和)를 이루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개성과 작품에 대한 태도가 나타납니다. 즉 빨간색 부분과 녹색 부분을 어떻게 잘 배합(配合)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직 생각지도 못한 아주 사소한 부분을 녹색부분(綠色部分)으로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읽는 사람이 ‘그렇구나, 이런 재미있는 해석(解釋)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감탄할 정도로 흥미(興味)로운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글 쓰는 이의 감각(感覺)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을 기르는 것이 글쓰기에서 아주 중요(重要)합니다. 오직 독서를 통해서만이 그런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