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록은 관리(官吏)들 중에 청렴 결백한 자를 의정부, 육조 경조의 2품 이상 당상관과 사헌부, 사간원의 수직들이 추천하여 임금의 재가을 얻어 선정한 청렴한 벼슬아치들로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해 마련되었던 관기숙정(官紀肅正)의 제도이다. 이에 녹선되어 청백리록에 오르면 자손들은 父祖의 음덕으로 출사의 특전이 부여 되었으며 숙종조 이후에는 청백리의 후손들이 많아서 3상(의정부의 3정승)의 추천을 받아 5명 정도의 청백리 자손이 특채되었다.
청백리는 총 44씨족에서 218명이 배출되었는데, 여러 기록들에서 본관별로 6명 이상을 배출한 집안은 전주이씨, 파평윤씨, 안동김씨, 연안이씨, 남양홍씨, 전의이씨 등 6씨족이며 그 다음 순위로 5명을 배출한 씨족은 광주이씨, 한산이씨, 양천허씨 등이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에게 “청백리(淸白吏)”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청백리는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곧고 깨끗한 관리“라고 풀이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백리 유관(柳寬) 선생은 집안에 비가 새자 “일산(日傘)이 없는 집에서는 장마철을 어떻게 견디어 내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 청백리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경기도 실학박물관(관장 장덕호)에서 오는 9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경기 청백리’를 주제로 한 기획 특별전은 조선중기 대표적인 청백리 청강(淸江) 이제신(李濟臣, 1536~1583)의 문집인《청강선생집(淸江先生集)》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청백리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청선고(淸選考)》 등 청백리 관련 유물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실학박물관에 따르면 이번 특별전은 실학박물관의 공직ㆍ공무원 청렴 연수인 ‘다산 공ㆍ렴 아카데미’의 운영 과정에서 기획되었다. 다년간의 교육 과정에서 실학박물관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연수 프로그램을 개선해 왔는데. 특히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보이는 공(공정)·렴(청렴) 정신과 이를 실천했던 인물들에 대한 사례 발굴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전한다. 이에 실학박물관에서는 학술조사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 겨울 《경기 청백리를 찾아서》라는 조사 보고서를 펴내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전을 열게 되었다.
경기도는 명실상부 청백리의 고장이었다.《청선고(淸選考)》ㆍ《전고대방(典故大方)》 등에 수록된 청백리는 조선시대 21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경기도에 지역적 연고가 있는 인물이 60여 명에 이른다. 맹사성, 황희, 유관, 이원익, 이항복, 부자(父子) 청백리인 이제신ㆍ이명준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인물들의 유적이 경기도에 자리해 있다.
청백리는 ‘청렴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청백리는 조선시대 공직자에게 부여하는 가장 명예로운 칭호였는데 공무 능력뿐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 청렴하고 깨끗한 생활을 한 관리들이었다. 요즘 청백리를 인식할 때 흔히 도덕과 청렴만을 강조하지만 조선후기로 갈수록 실제 민생 현장에서 뛰어난 행정 능력과 공정한 재판 등 전문관료로서의 실무 능력이 중시되었다.
실학자 성호 이익의 청백리 제도 개선책과 다산 정약용의《목민심서》는 수령 등 관료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과 함께 실무 능력을 강조하였다. 그에 따라 이 전시회는 연암 박지원의 “수령이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업무” 등을 보여주며, 백성의 삶을 책임지는 지도력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청백리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 탐관오리다. 그리고 그 탐관오리를 척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암행어사 제도였다. 그런 암행어사로 우리는 박문수를 떠올리는데 전시에서는 암행어사가 임금으로부터 받는 마패와 유척(鍮尺)도 보여주고 있다.
또 특별전에는 한글을 개인 서찰 등에만 쓴 것이 아니라 공식 문서에도 쓰였음을 보여주는 정조 임금의 한글 윤음도 전시되어 있다. 이 윤음은 경기도ㆍ충청도 감사와 수령들에게 백성을 보살피는데 노력할 것을 당부한 문서다.
특별전은 훌륭했다. 하지만 옥에 티도 있었다. 펼침막부터 지나치게 한자나 영어를 쓴 것은 문제였다. 청백리는 굳이 한자로 “淸白吏”로 쓰지 않아도 이를 모를 사람은 없을 테고 오전, 오후를 굳이 am, pm으로 쓸 까닭은 무엇인가? 또 한 전시물에 단 설명(캡션)이 전시물에 가려 일부가 보이지 않은 것은 흠이었다.
실학박물관은 발전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안내 창구 뒤쪽으로 작은 독서실이 있어 누구나 차를 마시며, 책도 보고 노트북으로 업무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박물관이 관람객들을 편하게 맞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김영란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공직자들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많다. 특히 방위산업비리에서의 비리 공직자는 국민의 공분을 살 정도다. 또 최근엔 한 검사장의 비리 의혹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래서 바로 지금 조선시대 청백리에 대한 재조명은 정말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공직자라면 자신의 표상으로 삼기 위한 청백리를 찾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며, 일반 시민들도 청백리의 행적을 확인하며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