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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마약에 중독되는가?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박현규)는 국제우편물로 필로폰 등 마약류를 밀반입한 5명을 적발, 4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3월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이나 태국에서 발송된 국제우편물을 통해 필로폰 3.68kg, 케타민 0.93kg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글 : 시민건강연구소
[시민건강논평] 마약 중독, 감시와 통제 넘어서기
10월 10일, 오늘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제는 마음에 투자'하라는 슬로건이 드러내듯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의료-결과' 중심 정신건강 전략이 걱정스럽기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마침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은 언제 어디에서든 해답이 될 수 없고, 마약(약물)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은 실상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마약을 범죄 문제 또는 개인의 일탈로 축소함으로써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한, 모든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특히나 마약 중독은 공중보건 문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건강문제로서의 마약 중독에 관한 지식과 체계는 한참 부족하다. 드러난 문제와 방향 잃은 해결 전략은 그 결과다.(☞ 바로 가기 : 2022년도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쏟아지는 언론 기사는 마약 밀반입 규모와 방법, 마약 거래 방법 등을 집요하게 질문하고 조사하지만, 마약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삶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약 중독이 공중보건 문제라는 것 역시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2016년 유엔 총회 약물 특별 세션에서 발표한 8가지 권고안을 소개한다. 

1. 약물 사용 장애가 있는 개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제거하라 

2. 약물 사용 장애를 범죄가 아닌 공중보건 문제로 다루라 

3. 근거기반의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라 

4. 약물 사용 장애에 대한 근거기반 치료를 시행하라 

5. 과학적 자료를 수집 및 활용하고, 과학 전문가를 정책 결정에 참여시켜라 

6. 정책 결정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라 

7. 약물 관련 연구를 지원하라 

8. 치료용 약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라 

공중보건 문제로의 마약 중독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이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여덟 개의 권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무엇을 알고 있고, 또 모르는지 질문해야 한다. 

먼저, 형사처벌과 재활로 대표되는 마약중독 해결 접근 모델의 비용효과성을 따지기 전에 우리는 마약 중독이라는 공중보건 문제를 얼마나 적확하게 진단하고 있는가? 문제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의 통계와 실태조사는 권위조차 얻기 어렵다. 4대 중독(알코올, 마약류, 도박,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주요 지표인 '마약사범 단속현황'으로 마약 중독의 현황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가?(☞ 바로 가기 : 4대 중독 주요지표 모음집 발간) 5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실태조사 역시 문제를 진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바로 가기 :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 

사람들이 왜 마약에 중독되는가? 지금의 지식체계에서 이 질문은 쉽게 마약을 '사고파는' 개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로 이어진다. 이 질문은 원인으로서 구조적이면서 사회적인 고통에 관한 물음과 그 고통의 회복을 위한 돌봄으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나마 외국에서는 마약 중독, 약물 오남용 등의 '사회적 결정요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왜, 그리고 어떻게 그 고통이 마약 중독으로 이어지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마약 중독을 둘러싼 사회적 고통이 서로 중첩하고, 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그 과정은 아주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알려는 의지조차 없는 현실에서 마약 중독의 기제는 여전히 블랙박스다. 

그 고통의 과정에서 누가 더욱 취약한지도 질문 대상이다. 한국에서 마약 중독은 재벌, 연예인 등의 이미지로 소비되면서 마치 불평등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실상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그대로 포착한다. 예컨대, 사는 공간이 열악할수록, 계급, 소득, 교육수준, 그리고 연령이 낮을수록 약물 접근 위험이 높고, 더욱 유해한 약물을 이용하며, 재활 및 치료율도 낮다. 이 역시 모두 해외의 근거라는 점을 일러두지만,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상의 질문들은 한편으로 마약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전략을 요구한다. 지난 7일, 국정감사 질의에서 확인한 바, 지금의 공중(?)보건체계에서 마약 중독은 의료체계 내 재활과 치료에 국한한다. 중독 재활과 치료를 위한 수가 마련과 인력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건강문제와 마찬가지로 마약 중독 역시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편, 오늘은 동시에 대한민국 모자보건법에 따라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정"된 '임산부의 날'이기도 하다. 여성의 몸을 둘러싼 숱한 고통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오늘 논평의 마지막에서 (굳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덧붙인다. 지난 봄 논평에서 지적했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성평등과 여성 정책은 따라서 여전히 나쁜 정치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질문한다. 여성가족부를 왜 폐지하려고 하는가? 여성가족부를 없애면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마약 중독 지식과 돌봄의 공백도, 여성가족부 폐지도 통치를 위한 의도적인 '나쁜 정치'다. 그래서 우리는 또한 주장한다. 현실의 고통에 관심을 두는 지식과 정치가 필요하다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저항하며 또 실천하는 시민 과학과 정치는 그래서 공중보건의 핵심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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