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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최악의 '디지털 성착취' 2차 가해 플랫폼"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한국에서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로 여성과 소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구글의 불충분한 비동의 성적촬영물 신고 시스템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온라인 젠더기반폭력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전 세계의 생존자들은 성착취물을 삭제하기 위해 이처럼 문제 있는 시스템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글 : 한예섭 기자
디지털성범죄 생존자들 "구글은 거대한 성 착취물 유포 웹사이트"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구글은 거대한 유포 웹사이트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구글은 최악의 2차 가해 웹사이트다."

-디지털성범죄 피해 생존자 현진(가명) 씨의 국제앰네스티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디지털성범죄 피해 생존자 현진(가명) 씨는 자신의 비동의 성적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이후 경찰을 찾았다. 처음엔 "영상이 곧 삭제되리라 기대"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터넷에 퍼진 촬영물을 삭제하는 과정은 너무나 느리고 복잡했다.

반복적인 공유 및 유포로 인한 추가 피해는 디지털성범죄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최초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 및 범죄에 노출된다. 영상물이 '느리고 복잡하게' 삭제되는 사이 현진 씨의 피해 또한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세계 최대의 포털 사이트로 꼽히는 구글에선 사이트의 규모만큼이나 막대한 2차 피해가 양산됐다. "한 번은 유포된 영상의 URL을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가] 30페이지가 넘게 나왔다. 요청을 해도 쉽게 삭제되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영상을 올리는 것은 너무 쉽지만, 피해자가 "그 영상을 삭제하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 동안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계속 삭제요청을 하는" 것뿐이다. 현진 씨는 하루에 1시간도 채 자지 못한 채, 온종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자신이 등장하는 비동의 성적촬영물을 반복해서 검색하고 수집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다. 현진 씨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를 경험한 대다수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를 진행한 디지털성범죄 피해 생존자 현진(가명) 씨는 "구글에 검색되는 키워드, 영상, 이미지 등을 삭제하기 위해 수백 번씩 반복해 화면을 캡처하여 신고했다. 신고 시 피해 자료를 첨부해야 하므로, 누구에게도 이런 일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8일,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현진 씨를 비롯한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 생존자 4명과 이들을 지원해온 활동가 6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들이 구글의 느리고 복잡한 콘텐츠 삭제 요청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비동의 성적 촬영물 신고 절차는 찾기가 지나치게 어렵고, 그 결과 성착취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앰네스티와 인터뷰를 진행한 현진 씨의 경우, 구글에서 신고접수 확인 메일을 받고서도 "1년 이상 기다린 끝에 일련의 삭제요청에 대한 처리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다." 

앰네스티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생존자와 지원 활동가 25명을 대상으로 구글 콘텐츠 신고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1명의 응답자가 '구글에 콘텐츠를 신고해 봤다'고 답했지만, 그들 모두가 '삭제요청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과의 질의응답 결과를 종합한 앰네스티는 △신고 양식을 찾기 어려운 점 △신고 대상 콘텐츠의 유형을 나누는 카테고리가 모호하다는 점 △신고가 접수된 후 처리 과정에 대한 소통이 부족한 점 △처리가 완료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긴 점 등을 구글 신고 시스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범죄영상물을 신고·삭제하기 위한 일부 절차가 생존자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앰네스티는 "이용자는 콘텐츠를 신고할 때 '신고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문장에 반드시 체크 표시를 해야 한다"며 이는 "삭제 절차를 설계하면서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고가 처리되지 않는다면, 신고자인 피해자 본인이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앰네스티는 구글 측 '가이드라인'에 불안감을 느낀 한 피해자가 "특정 콘텐츠가 왜 불법인지 설명하는 900자 길이의 '모범답안'을 만들었고, 다른 생존자들의 삭제요청을 돕기 위해 이를 공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외 단체는 구글이 신고 양식 일부를 통해 신고자의 사진을 포함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유포 피해를 입은 생존자가 자신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는 것은 생존자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생존자들은 자신이 등장하는 비동의 성적촬영물을 반복해서 검색하고 수집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테크기업들에 삭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삭제) 요청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고 성착취물이 언제든지 다시 유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디지털성범죄 문제를 가시화한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으로부터 2년여가 지났지만 국내 디지털성범죄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문을 연 2018년 4월 30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지원센터가 파악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는 2018년 1315명, 2019년 2087명, 2020년 4973명, 2021년 5695명으로 해마다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달 23일엔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 1200여개를 제작한 '제2의 N번방 사건'의 주범 '엘'이 호주 현지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디지털성범죄 촬영물의 '유포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 구글 등 테크 기업들의 피해 방지 책임이 커지는 이유다. 앰네스티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자신의 활동이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거나 이에 기여하지 않도록 하며,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앰네스티는 8일부터 구글에 신고 시스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적 탄원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11일에도 구글 신고 시스템과 관련한 질의서를 구글에 송부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진 못했다. 다만 구글은 이후 앰네스티 측과의 개별 미팅에서 향후 대응 시스템의 개선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지현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구글은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온라인 젠더기반폭력이 자사 서비스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에게 필요한 것은 구글의 신고체계로부터 불필요한 고통을 계속 받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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