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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에 -20도 '급락'…성탄 연휴 앞둔 미국 "폭탄 사이클론" 비상

▲22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국제공항 안내판에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됐음을 알리는 공지가 게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체감 영하 45도에 2억 명 이상 한파·폭풍 경보…항공편 결항 속출에 미국인들 '발 동동'
 

1억 명 이상이 이동하는 연말연시 연휴를 앞둔 미국에 "폭탄 사이클론"이 예보되며 비상이 걸렸다. 이미 겨울 폭풍으로 인해 일부 지역 기온이 급락했고 폭설을 동반한 강풍으로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5000편 이상의 항공편 결항이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22일(현지시각) 강풍과 폭설, 기온 급강하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거세지면서 5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되고 북서부 시애틀에서 북동부 보스턴으로 미국 북부를 횡단하는 주간고속도로 90번(I-90) 중 강풍과 눈보라로 사우스다코타주 내 300km 가량의 구간이 폐쇄됐다. 도로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캔자스주에서 관련 교통사고로 21일 3명이 숨졌고 오클라호마주에서도 도로 결빙 탓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텍사스주·미주리주·루이지애나주·미시시피주 등에선 정전도 보고됐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주 후반부터 성탄절을 낀 이번 주말에 걸쳐 "역사적 겨울 폭풍"이 북부와 동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기준 인구의 60%가 넘는 2억 명 이상이 한파·겨울 폭풍 등을 포함한 겨울 날씨 관련 주의보 및 경보의 영향 아래 놓였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풍이 한파·폭설· 결빙을 동반하며 전력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정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30개 주 이상에서 한파 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된 가운데 미 CNN 방송은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의 기온이 21일 오후 3시 58분부터 오후 5시58분까지 단 2시간 사이 7.8도에서 영하 18도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덴버국제공항의 기온은 이날 오후 3시53분에서 4시53분까지 1시간 동안 5.5도에서 영하 15도로 급락해 관측 사상 가장 큰 시간당 하락폭을 보였다. 북중부 와이오밍주 캐스퍼의 기온은 21일 오전 7시40분부터 22일 새벽 1시35분까지 18시간 동안 영하 2도에서 영하 41도로 급락했다. 북극 한파가 몰아친 남부에서 사상 최저 기온이 속출한 가운데 북중부 사우스다코타·몬태 와이오밍 일부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45도 이하로 떨어졌다. 기상청은 북극 전선이 22일 밤부터 23일 사이에 동부를 훑으며 이 지역의 기온이 24시간 동안 급강하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폭풍은 22일 저녁부터 금요일까지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 오대호 쪽으로 이동하면서 "폭탄 사이클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탄 사이클론이란 중심 기압이 24시간 동안 최소 24밀리바(mb) 이상 떨어지며 폭발적으로 강화되는 폭풍을 말한다. 20일 기상청 버팔로 사무실 예보관은 이번 폭풍이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 수준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이클론은 시간당 1.25cm의 폭설과 시속 97km의 강풍을 동반해 눈보라를 일으키며 오대호 부근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를 비롯해 중서부 북쪽과 동북부 내륙을 가시거리 0으로 만들 것으로 예보됐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 적설량이 30cm를 넘길 것으로 봤다. 

 

연말연시 휴일을 맞아 고향에 방문하거나 휴가를 떠나려는 미국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는 23일부터 1월2일까지 1억127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집에서 80km 이상 이동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항공편 취소 및 지연이 1만 건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팬데믹 기간 동안 연휴를 즐기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여행 계획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카고에서 가족을 만날 예정이었던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매디 니먼(31)은 21일 비행편 취소에도 불구하고 23일과 24일 항공편을 다시 예약하며 한 대라도 이륙하길 바라고 있다고 썼다. 뉴욕의 주식 중개인인 마이클 래니건(31)도 시카고에서 약혼자의 가족과 연휴를 보낼 계획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는 22일 항공편 취소에도 23일 항공편을 추가로 예약했고 이마저도 취소되자 24일 비행편을 추가로 예약, 렌터카까지 수배했다. 캐시 호칼 뉴욕주지사는 주민들에게 여행 계획을 취소하라고 당부한 상태다. 지난 10월 허리케인 이언 탓에 플로리다에서의 결혼 계획이 틀어진 그는 크리스마스조차 폭풍 때문에 망칠 수 없다며 "12시간만 운전하면 된다. 크리스마스는 꼭 시카고에서 보낼 것"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혹한이 몰아치며 각 주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긴급 대피소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혹한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폭풍은 "어린 시절 눈 오는 날 같은 것이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며 만일 여행 계획이 있다면 폭풍이 더 심해지기 전에 "지금 당장 떠나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폭설이 지구온난화와 연관돼 있다고 케빈 리드 스토니브룩대 대기과학 교수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눈이 내릴 가능성 자체는 적어지지만 높은 온도 자체는 더 많은 습기를 품어 이 중 일부가 눈으로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눈이 내릴 조건이 되는 영하의 기온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상 영하 4도를 기록할 날씨에서 온난화로 영하 1도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습기를 품어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리드 교수는 얼음이 배수관을 막거나 이 상태에서 비가 함께 내리며 겨울 홍수가 초래될 위험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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