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심장내과 박상현 교수에게 듣는 고혈압 문답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보면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인류 사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단일 질환 가운데 하나다. 담배나 비만보다 고혈압을 원인으로 한 사망은 더 많다.
고혈압은 하나의 질환이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더 높다. 이로 인해 기대수명도 더 줄어들게 된다. 대전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박상현 교수에게 고혈압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하게 들었다.
Q1. 고혈압은 신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혈압이 높으면 주요 장기에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이 손상된다. 염증 반응을 일으켜 뇌‧눈‧심장‧콩팥 같은 주요 장기가 손상된다. 이러한 혈관 손상으로 혈관이 터질 수 있다. 혈관을 좁아지게 만드는 죽상경화증을 일으켜 혈관을 막을 수도 있다. 고혈압은 뇌출혈이나 뇌경색‧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질환이다.
Q2. 뒷골이 당기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하나?
대개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 상승과 관련해 특이한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고혈압으로 생기는 두통은 보통 뒤통수 부위에 나타난다.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잘 발생하고, 몇 시간 후 저절로 사라진다. 뒷골이 당기는 듯한 두통이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두통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두통이 없을 때 편안한 상태에서 혈압을 재 보는 것이 좋다.
Q3. 고혈압 약은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맞다.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상승한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환자에 따라서는 전문의 진단 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이때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Q4. 고혈압 약을 오래 먹으면 콩팥 기능이 나빠지나?
그렇지 않다. 일부 고혈압 약제가 일시적으로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회복된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고혈압을 방치하면, 오히려 콩팥을 손상시켜 만성콩팥병을 일으킨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있다. 당뇨병 다음으로 고혈압이 그 원인으로 손에 꼽힌다. 고혈압 약은 오히려 콩팥을 보호한다고도 할 수 있다.
Q5.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해도 고혈압 예방이 가능한가?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한다고 고혈압을 예방할 수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면 운동해야 하고, 체중을 감량하면서 육류보다 생선‧과일‧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식습관이 고혈압 발생을 낮출 수는 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고지혈증은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질환이다. 고혈압과 함께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Q6. 고혈압 환자는 카페인이 든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면 안 되나?
그렇지 않다. 커피 섭취가 단기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것은 맞다. 이에 비해 장기적으로 혈압을 높게 유지시키거나 고혈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커피를 적정량 섭취하면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식생활 권고안에서도 커피 1일 3~5잔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고혈압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커피가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나 싶다. 다만, 식사 이외 높은 칼로리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커피에 프림‧설탕은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이룬다면 디카페인 커피가 권장된다.
Q7. 고혈압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위험한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고혈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성인은 가정에서든 병원에서든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고혈압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 이창호 기자 |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