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식물이 없다면 인류는 치료약을 얻을 수 없다.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살리실산이 나오고, 살리실산으로부터 아세틸살리실산, 곧 아스피린이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던 초기 대체 치료제로 활약한 타미플루는 한방 재료인 팔각으로부터 추출된 시킴산을 원료로 해 제조된 약이다.
다만 보통의 우리는 이 같은 치료 경로를 쉽게 알기 어렵다. 오늘날 제약은 공장의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제조되고, 촘촘한 국제 운송망을 거쳐 우리에게로 온다. 약초의 가치를 현대인은 과거 선조들만큼 알지 못한다. 말하자면, 약초의 효력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수록, 현대인은 약초의 효험을 잊고 살게 된 셈이다.
<생명의 벗, 약초>(장영덕 글, 손채수 그림, 목수책방)는 인류를 병마로부터 구원한 46종의 약초를 소개하는 책이다. 한반도 약초의 왕이라 할 만한 삼(인삼)으로부터 황기(黃耆), 하수오(何首烏), 더덕, 도라지, 둥굴레, 칡 등 익숙한 약초는 물론, 승검초, 천궁, 능소화, 과남풀 등 식물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풍부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독자를 찾는다. 고급 식재료에서부터 우리가 ‘잡초’로 통칭해 경멸한 약초에 이르기까지, 책에 소개되는 식물들은 각자가 가진 역사적, 인문학적 정보를 갖고 전통 한의학적으로, 또는 현대의학적인 프리즘을 통해 그 효험을 드러낸다.
책이 풍부한 이야기를 곁들여 독자에게 약초의 위력을 소개한 배경이 있다. 옛 사람들은 약초의 효험을 민담이나 전설을 곁들여 구전했다. 약의 효능이 곧 이야기와 함께 전수된 셈이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이야기 행위를 의료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는 '서사(중심)의학(Narration-(Based)Medicine)'의 원초적인 모습"을 약초에 관한 우리의 옛이야기로부터 찾아야 할 가치로 소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아울러 질병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편으로 인류는 과학소설이 그려내는 근 미래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태초로부터 이어져 온 병마와, 그 병마에 대항하는 식물이라는 근원적 음양의 어우러짐이 여전히 세상의 작동원리로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어느새 의의가 잊혀져 가는 우리 주변의 약초를, 이 책은 생명력 넘치는 그림과 함께 독자에게 소개한다.
민간의료(民間醫療)
정의
일상생활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약물이나 주술적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행위.
개설
오랜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중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약물치료방법이 있는데, 일정한 체계가 서 있지 않고 주로 한 가지의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주술적인 방법은 간단한 주문을 계속 외거나 주부(呪符)를 사용하여 악귀를 쫓아내기도 하며, 길고 복잡한 과정을 가지는 무당의 굿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이러한 방법들은 고대사회에서 더욱 번성하였는데, 의사보다는 무당을 신봉하여 무의(巫醫)가 악령을 쫓아냄으로써 질병을 치료한다고 굳게 믿어왔던 것이다.
단군신화의 민간의약
한민족의 창시와 함께 이어지는 단군신화 속에 쑥 이주(二柱)와 마늘 이십매(二十枚)는 우리 민족의 의약의 시작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약리적인 효능과 임상적 치료면에서 볼 때는 아직 확연한 해답이 없지만, 이 두 가지의 약물은 신화적이면서도 현실로 접근하는 데 있어 영적 감각을 느끼게 하는 민속약재이다.
원시의료
고대 원시인들이 자기 자신을 구호하기 위한 본능적 충동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원시의술로부터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경험적 치료방법을 토대로 하여 점차 발전되어 왔다.
그러므로 민간의료 중 경험적 치료방법과 함께 고대 원시사회에서 생각하였던 원시신앙 내지 고유민속 등에서 볼 수 있는 마법의학적 미신행위(魔法醫學的迷信行爲)가 서로 뒤섞여 있었다.
민간의학과 마법의학을 시대적으로 분리하기는 어려우나, 민간의학은 오랫동안 쌓여 온 많은 경험적 의료지식에 기초를 둔 것이고, 마법의학은 미신을 토대로 질병의 발생을 자연을 초월한 악정(惡精)과 악귀(惡鬼)가 하는 것으로 보고, 이것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문·금기 등 미신적 방법을 이용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들의 원시신앙이나 고유민속 중 우리와 인접된 동북아시아, 특히 시베리아 및 만주지방의 원주민들이 악귀를 몰아내는 샤먼적 마술방법의 신앙계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들의 저급민속 중에서 비교적 고유전통의 형식을 이어온 것으로 볼 수 있는, 병마를 제거하기 위한 양병술(禳病術)이나 악마를 구축하기 위한 구귀법(驅鬼法) 중 샤먼적 무주(巫呪)의 마술방법들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병마를 몰아내기 위하여 그들이 행사하고 있는 ‘굿’·‘마지’·‘풀리’ 등을 보면 놀랄 만한 샤먼적 마술법과 악정숭배의 신앙이 남아 있으며, 이 행사를 주로 맡아보는 우리 무당들의 직능은 샤먼의 직능과 거의 일치된다.
우리의 무당은 샤먼과 같이 질병이나 재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였던 악정과 악귀를 막기 위한 의무(醫巫)의 마술방법을 민간의술로서 널리 행사하여 왔다.
의무는 신을 받드는 제사나 기도에 의하여 병자로부터 악정·악귀를 몰아내는 직능을 가지고 있으며, 마술적 방법으로 병액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 정령숭배자(精靈崇拜者)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고유언어에 질병을 ‘덧’ 또는 ‘탈’이라 하는데 덧은 입덧, 탈은 배탈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덧과 탈은 모두 외부로부터 들어온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무당이 무주적 방법으로 병을 퇴치하는 것을 ‘가신다’·‘떤다’·‘푼다’라고 하는데, 이것도 외부로부터 덤벼드는 악세력을 물리치는 것이다.
현재 우리들이 어떤 병에 걸렸을 때는 ‘병들었다’라 하고 병이 치료되었을 때는 ‘병이 나았다’라고 말하는데, 이것도 악마가 몸에 침입할 때 병이 되고 몸 밖으로 몰아낼 때 낫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에서도 양병(禳病)·구귀(驅鬼)·벽사(辟邪) 등의 무주 술법이 민간의술에 중요한 한 분야이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민간의 질병관
병의 원인에 대하여 잘 알 수 있는 것들은 현대의학적으로 설명하지만, 원인이 밝혀져도 병이 잘 낫지 않고 오래 끌거나 원인불명의 병을 앓을 때는 병인을 초자연적인 것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정령관념(精靈觀念)에 따른 초자연적 병인설(超自然的病因說)에는 ① 귀신이 탈을 일으켜 잡귀가 씌웠을 때, ② 금지된 것을 하여 귀신이 노하여 벌을 주었을 때, ③ 무당이 될 징조가 있을 때, ④ 넋이 몸에서 나갔을 때, ⑤ 어떤 물체가 몸 속에 들어 갔을 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무당이 될 사람은 반드시 일정한 증상에 시달리게 되며 이를 신병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 민간에서도 현대사회의 고등종교에서 보는 것처럼 병을 ‘어떤 목적을 지닌 고통’, 종교적 언어로 말하면 신의 선택, 신의 부름으로 보는 경우가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현대의학 중 특히 정신의학에서도 발견된다. 우리 나라 민간의 초자연적인 질병관은 심리적 원인에서 오는 정신장애의 발생기전(發生機轉)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귀신이란 각자의 마음속의 응어리를 투사한 것이다.
주술적 치료
약을 써도 치료가 잘되지 않으면 주술적인 치료를 하는데 간단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눈병을 고치기 위하여 사람의 얼굴을 그려 놓고 그 그림의 눈을 바늘로 찌르면서 주문을 외는 것은 많이 쓰였던 방법이지만 현재는 거의 볼 수 없다.
1. 객귀물림
밥을 바가지에 담고 물을 부어서 칼을 가지고 객귀를 물리는 것을 말하는데, 머리가 뜨겁고 열이 나서 아프면 무당의 손을 빌리지 않고 보통사람도 할 수 있다.
이때 시술자는 밥에 물이나 술을 붓고 된장이나 간장 또는 파를 조금 뿌리고 바가지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바가지를 똑똑 두드리면서 환자의 생년을 물어보고 꿈에 현몽한 귀신, 객사한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들을 자주 불러대며, 칼로 아픈 사람의 머리를 칼날을 눕힌 채로 세 번 치고 바가지에 아픈 사람의 침을 세 번 뱉게 한다.
그리고 즉시 칼을 들고 밖에 나와 길에서 객사한 귀신, 또는 그 밖에 여러 가지 귀신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귀신들이 왔거든 이 밥을 받고 물러가라 하면서 칼을 던져서 칼끝이 밖을 향하면 귀신이 나갔다고 생각하고 바가지의 물밥을 쏟아 버린다.
칼이 안 나가면 또 경을 읽고 던지고 칼날이 밖으로 나가는 즉시 그 자리에 열십자를 그어놓고 그 복판에 칼날이 밖으로 향하도록 꽂아놓고 바가지를 덮어 씌운다.
이때 병의 원인을 객귀가 든 탓이라고 보고 이를 협박하여 물러가게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못 들어오게 문전에서 칼날로써 지키게 하는 것에 그 뜻이 있겠는데, 환자나 가족에게 정신적인 긴장과 위로감을 줄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증상을 낫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무당이 실시하는 병굿의 원리도 객귀물림의 귀신쫓는 주술과 비슷하다.
2. 병굿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하여 무당은 먼저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위에 말한 민간의 질병관에 나오는 여러 경우가 있었는지를 알아본다.
이러한 이른바 진단과정은 물론 점을 쳐서 아는 수도 있으나, 그 해답은 대개 앞에 말한 질병관 중의 어느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집에 밖에서 들여온 물건이 있으면 부정을 탄다고 하여 집밖으로 내어가서 태워버리도록 명한다.
혹은 집안에 누가 죽은 사람이 없는가를 묻거나 최근에 집의 나무를 벤 일이 있는가를 묻는다. 또는 집을 옮기거나 새로 짓거나 고친 일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목신(木神)·동토귀신(動土鬼神)이 노하였는가를 알기 위해서다. 물론, 이러한 것을 모두 한꺼번에 묻는 것이 아니고 굿을 하는 도중에 수시로 점을 쳐서 알아보기도 한다.
병굿은 다른 굿과 원칙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군웅(軍雄) 또는 신장(神將)의 갑옷을 무당이 입고 삼지창(三枝槍)을 들고 이불 같은 것으로 환자의 머리를 씌운 뒤 그 위에서 환자에게 붙어 있는 귀신을 내쫓는 시늉을 하는 군웅거리와, 닭에 병귀신을 옮겨 이를 죽이는 시늉을 하여 병귀를 내쫓는 과정을 첨가하는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무당은 굿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함(巫咸)을 설 때(굿에 참여하여 춤추고 망아상태에 빠지는 것) 이들이 신에 들리도록 유도하는데 이들의 공수[神託]는 환자의 병을 계기로 일어난 여러 가지 평소에 품었던 불만과 갈등을 푸념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무당 자신이 공수를 할 때는 여러 가지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흥미있는 것은 현대의 무당은 예를 들면 “동쪽으로 가서 이씨 성 가진 의사를 만나면 나을 것이다.”라고 하여 약국이나 의사에게 가라고 권하는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잘 낫지 않는 정신병자에게는 시골에서는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로 환자를 때리면서 경을 읽는 주술을 한다.
경은 『옥추경 玉樞經』 같은 것을 쓰고 환자가 흥분하면 묶는 수도 있고 불로써 환자를 놀라게 하는 방법도 쓴다고 하나 거의 실시되지 않는 편이다.
정신병환자의 도지구타(桃枝毆打) 방법은 귀신이 무서워하는 복숭아나무의 주력으로 정신병을 일으킨 잡귀를 쫓는 방법이지만, 환자에게는 감정적 충격을 주어 흩어진 정신을 모으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고, 이와 비슷한 충격방법은 19세기 독일의 정신병원에서도 아주 진지하게 실시되던 것이다.
병이란 반드시 단독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환이 있고 장사도 안 되고 모든 일이 뜻대로 안 된다는 식으로 다른 재앙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병굿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재수굿이든가 오구굿(또는 지노귀)에서도 병의 치료가 실시되는 것은 물론이다.
무당은 병귀를 따로 치료하는 수도 있으나, 죽은 자의 귀신의 한(恨)을 그 귀신을 불러들여 실컷 푸념하게 하는 넋두리로써 풀고 위로하여 저승으로 보내고 낮은 귀신들은 밥만 먹여 쫓아버리는 방법을 씀으로써 병고를 고치려 하였다.
민간요법
민간요법으로 각 지방에서 예로부터 전해오고 있는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널리 실시되고 있는 방법들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눈병에는 엄지손가락의 손톱 바로 밑을 침으로 찔러 피를 내면 낫는다(평안남도). 또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 태양을 향하여 남자는 왼팔, 여자는 오른팔을 안마하기를 21회 지속하면 완치된다. 혹은 어린이의 오줌이나 자기의 오줌으로 눈을 씻거나, 또는 양치물이나 소금물로써 눈을 씻는다(경기도·전라북도·경상북도·평안남도).
치통에는 어린이의 소변으로 양치질하거나 또는 흰 국화꽃을 씹으면 곧 낫는다(경상남도). 치통이 심할 때는 변소에서 생기는 구더기를 아픈 이에 부착시키면 낫는다(강원도). 식체가 일어났을 때는 소금과 사탕을 많이 먹는다. 때로는 갈근탕(葛根湯)을 마신다(경기도). 또는 어린이의 인분이나 오줌을 술에 섞어서 구급수라고 하여 마신다. 혹은 자기가 기르는 소의 발톱을 까맣게 태워 형위산(形胃散)이라고 하여 복용한다(경상남도).
위병(胃病)에는 닭똥을 태워 더운물에 녹여 마신다(강원도). 또는 좋은 약으로서 뱀과 개고기를 먹는다(경기도). 10세 이하의 남자아이의 오줌이 큰 효력을 발휘한다고 하여 마신다(전라북도). 자기 또는 어린이의 오줌에 생강을 섞어서 마시거나, 아직 춘정이 마르지 않은 소녀의 오줌을 마신다(경상남도).
복통이 일어날 때는 어린이 소변이나 소의 오줌을 마신다. 또는 소금과 초를 섞어서 복용하거나 마른 인분을 쇠냄비에 까맣게 태워 복용한다. 혹은 화약과 유황(硫黃)을 탁주에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경상남도). 요통이 있을 때는 뱀의 회를 먹거나 또는 개똥을 먹고, 뱀을 까맣게 태워 분말을 만들어 술로 복용하기도 한다(경상남도).
회충이 많을 때는 삼꽃을 달여 마시거나 수은을 한 숟가락 복용한다. 또는 소변을 마시거나 생옻[生漆]과 닭을 삶아서 공복에 복용한다(경상남도). 옴병에는 대나무잎을 태워 진흙과 함께 환부에 바른다(경기도). 마른 쇠똥을 태워 그 연기를 쐬거나, 혹은 수은과 유황을 화롯불에 태워 환자의 목 밑을 보자기로 싸고 그 위에 쐰다. 또는 아비산(亞砒酸)과 수은을 혼합하여서 몸에 바르거나 연기를 쐬며, 혹은 수은과 유황을 태워서 그 연기를 마시기도 한다(경상남도).
난산(難産)에는 제비집 안에 있는 조개껍질을 먹으면 쉽게 순산한다(평안남도). 또는 은행이 묘약이라고 하여서 먹기도 한다(경기도). 잉어비늘을 산부의 왼발 밑에 붙이면 곧 순산한다. 또는 잉어비늘을 산부의 두 손바닥에 마찰하면 효력이 있다(충청북도). 은반지나 배나무 껍질을 함께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순산한다(강원도). 혹은 다른 사람의 머리털을 입 안에 넣으면 순산한다(전라남도).
산후에 벌꿀을 먹으면 다른 병에 안 걸린다(경상남도). 미역을 먹으면 지혈이 된다(평안남도). 젖이 나오지 않을 때는 미역의 즙을 마시면 효력이 있다(함경북도). 병이 위독할 때는 돼지 또는 개의 생혈(生血)을 마신다(경기도). 환자가 쇠약할 때는 다른 사람의 오줌을 오래 복용하면 곧 효과가 있다고 하여서 복용하는데, 그때는 미역은 금기로 먹지 않는다(평안남도).
경험적 치료방법
고조선시대는 초기부터 원시생활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접촉으로 인하여 약재들에 대한 민간의학의 경험방법들이 차차 왕성하게 되어 내복약과 외용약재들이 널리 이용되었다. 또, 약초의 독성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경험지식이 더욱 풍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는 불교의 영향으로 종래의 샤먼적 무주술법 외에 보살 내지 신중(神衆)들의 힘을 빌려 병액을 제거하고자 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로 인하여 불타(佛陀)를 숭봉하는 승려의 힘으로 병액을 벽제(辟除)하고 또 병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믿어서 민간의학의 범위가 확대되어 갔다.그리고 고려시대 초기는 의학교육 및 의료제도를 중국에 의존하여 왔으나, 중기 후반부터는 우리 나라에서 산출되는 향약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기운이 왕성하게 일어나서, 민간에서 사용해 오던 전통적인 경험의방들을 수집한 여러 종류의 방서(方書)들이 간행되었다.
1226년(고종 13) 다방(茶房)에서 사용해 오던 약방들을 중심으로 『어의촬요방 御醫撮要方』 2권을 간행하였는데, 주로 고려인들의 전통적인 경험방들이 많이 채집되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향약의 경험방으로는 『향약구급방 鄕藥救急方』을 비롯한 『삼화자향약방 三和子鄕藥方』·『향약고방 鄕藥古方』·『향약혜민경험방 鄕藥惠民經驗方』·『동인경험방 東人經驗方』 등을 들 수 있다.
향약을 중심으로 한 경험의방서들은 당시의 의료에 지대한 공적을 남겼다. 그리고 『향약구급방』에 기재된 내용은 민간에서 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되어 있어서, 종래부터 전해 온 민간의학의 전통을 여실히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본 『향약구급방』 이외 『향약집성방』의 곽란문(霍亂門)에 인용된 곽란전근병(霍亂轉筋病)을 치료하는 데 호마유(胡麻油)를 환자의 발에 바르고 뜨거운 불로써 덥히면 곧 낫는다 하고, 또는 소금 한 대접을 끓여 어린이의 소변 한 되와 함께 데워 마시면 곧 낫는다고 적혀 있다.
그 밖에도 『향약집성방』에 인용된 소변불통증(小便不通證)에는 마른 복숭아나무를 물에 달여 마시거나 혹은 복숭아나무 싹을 물에 달여 마시면 치료된다는 약처방들이 보인다.
이러한 처방들은 그 당시의 대표적 한방의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혹은 같은 약재들이 이용된 것이 있기는 하나 이용방법은 거의 독자적 방법들이 채택되어 있다.
그리고 『향약집성방』에 인용된 『동인경험방』의 요통문(腰痛門)의 치료에는 주재료가 첨과자초(甛瓜子抄)로 되어 있고, 곽란토리증(霍亂吐痢證)의 처방 때는 “더운물로써 목 뒤에 있는 풍지혈(風池穴)에 주한다.”라고 하였는데, 이런 방법들은 당시의 한방서와는 거의 일치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서들은 고려인들의 경험지식을 수집한 전통적 민간의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의학은 우리 나라의 향약에 대한 연구와 실용을 권장하였으며, 약재들의 조제방법은 자기들의 풍습과 기능에 적합한 술법들을 많이 이용하여 왔다. 그리고 해득하기 어려운 한의방의 음양오행설의 기반을 벗어나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민간의학의 특색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종래부터 전해 오던 병액을 제거하기 위한 무주적 술법이나 불력(佛力)에 의존하려는 숭불사상은 민간의학으로서 널리 계승되어 왔다. 그리고 조선시대도 건국과 함께 향약으로써 병자를 치료하는 향약 권장에 관한 정책을 계속하여, 고려의 민간에서 널리 이용해왔던 향약방서들을 중심으로 하여 제생원(濟生院)에서 『향약제생집성방 鄕藥濟生集成方』 30권을 편집, 반포하였다.
또한 향약채취의 시기를 올바르게 하기 위하여 『향약채취월령방 鄕藥採取月令方』을 간행하고, 또한 각 도 각 읍에서 산출되는 향약들의 실태를 조사하여 향약초들의 분포실태를 알게 하였다.
곧 이어 이 『향약제생집성방』을 중심으로 종래 민간 노인들이 사용하여 오던 향약방서들을 집대성하여 『향약집성방』 85권을 편집, 간행하였다.
『향약집성방』의 편집으로 우리 나라 의학의 자주적 발전에 많은 공적을 남겼으나, 이 방서는 민간의학인 향약 이외 인접 대륙의 한의학방서들을 중심으로 편성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 나라에 전해 온 중요 한의방서 150여 부를 중심으로 같은 유에 따라 분류, 수집하여 『의방유취 醫方類聚』 266권을 편성하였다.
이 『의방유취』는 한방의학 지식을 집대성한 한방의학의 백과대사전이다. 조선시대의 의학은 국초부터 한의방서들을 중심으로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여 왔으므로 민간의학의 특색을 지닌 경험방들이 적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창상(瘡傷)을 전치(專治)하는 치종청(治腫廳)을 따로 설치하여 한의방에서 볼 수 없던 농양(膿瘍) 수술에 관한 관혈적 절개요법(觀血的切開療法)을 실시하는 『치종비방 治腫祕方』이나 『치종지남 治腫指南』 등을 볼 수 있다.
안위(安瑋)의 『치종비방』 서문에 의하면 “본서의 저자 임언국(任彦國)은 영은사(靈隱寺)의 노승에게 침술의 묘법을 전수받아 수년 동안에 효과를 본 사람이 수만이 된다.”고 하였다. 이 치료법들은 종래와 같은 그러한 고식적 침술에 의한 것이 아니고, 현대의 외과적 수술방법을 연상할 수 있는 것으로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조선의 후반기에 들어서는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민간의 경험 의방서들을 채집한 실증의학을 보게 되었다. 이 경험방서들은 종래의 의방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양오행설에 의한 가공적 병리론이나, 또는 실제로는 그다지 실용되지 않는 약물들을 배제하고 스스로의 실제경험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학의 경험방서들을 보게 되었다.
이 경험의방서로서 중요한 것은 『사의경험방 四醫經驗方』,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의 의약방, 신만(申曼)의 『주촌신방 舟村新方』, 이형익(李馨益)의 『번침법 燔針法』, 박진희(朴震禧)의 『두창경험방 痘瘡經驗方』, 백광현(白光炫)의 『치종술 治腫術』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방서들은 대개는 민간의학의 경험방들을 수집한 것인데, 그 중에서 『사의경험방』은 그 첫머리에 “이석간(李碩幹)·채득기(蔡得己)·박렴(朴濂)·허임(許任)·본초(本草)·동의문견방(東醫聞見方)”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 이 네 사람의 경험방과 본초·동의문견방들을 첨가 수집한 것일 것이다.
다음의 『산림경제』의 의약방들은 산림생활에 필요한 모든 사물들을 수집한 것이다. 그 중의 의약품에서는 구급방(救急方)·벽온방(辟瘟方)·치약(治藥) 및 잡방들이 나누어져 있는데, 주로 우리 나라에서 실용해 온 경험방들을 중점적으로 수집하였다.
이 의약방들은 구하기 힘든 희귀한 약품이나 실용이 적은 옛 방법들의 치법에 중점을 두지 않고 주로 실용에 필요한 우리 나라에서 나는 향약이나, 또는 우리 나라의 경험의방들을 중심으로 채집하였다.
이 의약방들은 민간의학으로서 널리 이용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위에서 기록한 경험방 외에 18세기 후반에 성립된 서명응(徐命膺)의 『고사신서 攷事新書』의 의약문이나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의 인제지(仁濟志)에 수집된 의약방들도 앞에서 기록한 『산림경제』의 의약경험방처럼 임원생활(林園生活)에 실용될 수 있는 병증과 치법들을 알기 쉽고 간략하게 채집하였다.그리고 『도장경 道藏經』 안에 흩어져 있는 의약방 중에서 손쉽게 실용될 수 있는 약방들을 채집한 『각세신편 覺世新編』의 의약감(醫藥鑑)이 있다.
이 의약감은 도교의 비전 의방서들을 채집한 것인데, 이 방문들은 비전종자신효약방(祕傳種子新效藥方)·남악부인제음단(南嶽夫人濟陰丹)·한비하녀금단(韓飛霞女金丹), 남자용의 칠보단(七寶丹), 여자용의 서대금단(西臺金丹)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험방들은 임원생활에 필요하고 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약방들이며, 전문 의서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전문의들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민간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민간의학의 경험방서로서 실용적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경험방서들의 계속적인 출간으로 효율적인 질병을 퇴치하는 데 근접하였고, 위생관리와 체력향상은 물론, 과학적이며 실질적인 치료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서적들은 목판본으로 각 지방에서 속속 출판되어 의학교육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임상에 활용하는 방안들도 차차 체계화되었다.
현대의 민간의료
1. 경험적 민간의료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속방들은 지금도 시골과 대도시의 서민들을 위주로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부산지방에서는 위장질환에 옻나무를 사용하거나 체하였을 때 해바라기꽃대를 쓴다. 신경통에 골담초 뿌리로써 술을 담가 먹거나 수세미를 달여서 먹기도 하며 분지나무 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물성으로는 소의 쓸개를 술에 타서 먹거나 산후풍에 가물치를 먹고 때로는 두더지를 쓰기도 한다. 대구지방에서는 신경통에 녹갈나무나 굴피나무를 쓰고, 동물로는 족제비나 불개미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노루의 갈비뼈를 삶아 먹기도 한다. 현대의 난치병이라고 하는 암치료에 고슴도치를 쓰거나 오래된 기와지붕에서 자라는 와송도 많이 쓰고 있다.
그리고 부인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쑥을 달여 먹거나 구절초·익모초를 고아 환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 고혈압에 오동나무 가지를 달여서 먹거나 폐결핵에 환자 자신의 소변을 받아 먹고 치료하였다는 것 등에서 지금도 민간요법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 주술적 방법
지금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굿을 하거나 푸닥거리·부적 등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있음을 흔히 본다. 은산(恩山) 산신제에서 보면 유행하는 병마가 들어와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사를 드린다든지, 질병과 귀신을 연결시켜 푸닥거리를 실시함으로써 병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적인 샤머니즘을 이용하여 부적을 만들어 문 앞에 붙여둠으로써 모든 잡귀를 물리친다는 생각이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흥행하던 기독교적인 샤머니즘의 하나로서 안수를 받아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도 결국은 주술적인 민간치료의 잔재라고 할 것이다.
민간의료와 현대의학
민간의약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그리 많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약초의 효력은 생약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성분과 작용이 밝혀지고 있으나,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하였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별로 구명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간의약은 전통적인 한방약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성분의 약리작용뿐 아니라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다.
때로는 건강에 해로운 것을 약제로 쓰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푸닥거리나 굿은 대체로 현대 정신의학의 암시요법의 치료기능을 가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무당이 가족이나 그 밖의 굿의 참여자에게 단순한 노래와 동작을 반복하여 암시작용을 주면, 이들은 최면상태에 빠지고, 의식의 힘이 약해질 때 무의식의 여러 가지 마음의 응어리들이 의식을 뚫고 나와 여러 가지 말과 동작을 하게 된다.
이것을 신이 그 사람 속에 들어와 하는 말이라고들 설명하고 그렇게 하는 본인도 신이라 생각하고 말한다. 완전히 의식이 해리(解離)되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나, 어느 정도 알면서 연극적으로 귀신행세를 하여 평소에 못하던 말을 조상의 이름으로 마음놓고 털어놓는다.
춤과 노래와 북소리나 징소리에 곁들여 감정이 고조되고 환자는 온갖 감정을 마음껏 풀기 때문에, 이것이 뒤에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무당의 공수는 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 한을 풀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리하여 무당의 굿, 그 가운데서도 ‘넋두리’·‘공수’ 같은 것은 정신분석에서 제반응(除反應)의 정신치료효과를 지니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고, 지노귀굿[死靈祭:죽은 사람의 넋이 극락에 가도록 하는 굿] 같은 경우 단순한 기분전환이나 제반응을 넘어서 고통의 높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뜻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무속사회의 굿을 통한 치료가 실제로 병을 얼마만큼 고치느냐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마음에서 오는 몸의 병이나 각종 노이로제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병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낫는 수가 있을 수 있으나, 신체질환에서는 오히려 병을 만성화하여 위험할 수 있고, 또한 굿을 하여 생긴 흥분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정신병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암시요법은 개인의 내면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잘못을 밖으로 투사하여 조상탓이라든가 무슨 환경탓으로 돌리는 버릇을 조장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철저한 정신요법이 못되고 개인의 성숙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민간요법에는 가령 오줌싸개의 치료방법처럼 지혜로운 방법이 있고, 무당의 굿이나 점도 상징적으로는 현대 분석적 정신치료의 과정과 닮은 데가 있어,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좋은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민간의료에는 굿을 통한 치료뿐 아니라 출산 전후의 각종 금기가 있고 귀신을 쫓거나 막는 부적을 쓰는 각종 주술이 있는데, 출산 전후의 금기는 상당히 마술적인 성격을 띤 내용들이어서 현대의학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많고, 부적 또한 심리적인 위안외의 다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나, 그 부적의 모양은 상당히 상징적이어서 인간 심성의 원형상으로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고문헌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위지(魏志)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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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정신치료」(김광일,『한국문화인류학』 5,1972)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재관리국,1972·1974.)
집필자집필: (1996년)김두종|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