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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라는 오세훈 시장에게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4일 오전 시청역에 한 어르신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기고] 65세 노인 무임승차 논란에 부쳐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연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65세 노인들의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중앙정부가 보상을 해 준다면 요금 상승분을 낮출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추진했지만 중앙정부의 요청을 받아 철회했다. 정부는 가스비를 비롯한 서민 물가의 급격한 상승 현실 속에 교통 요금까지 오를 경우 민심의 동요에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서울시를 설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인상계획은 완전히 철회된 것이 아니고 하반기로 잠정 연기되었을 뿐이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지난 몇 년간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켜왔다. 노인 무임 승차에 따른 손실분이 지하철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지하철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공공교통의 적자 논란은 수십 년을 이어 왔으며 벗을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인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보조금 없이는 지탱할 수 없다. 이용자들이 요금을 더 내 적자폭을 줄여야한다는 논리는 당연한 귀결점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교통의 문제는 단순 경영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대도시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유무형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서울시처럼 노인 무임 제도를 축소해 지하철 적자를 해소하자는 것은 지하철 적자의 문제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라는 착시 현상을 사회적으로 고착시키는 것이자 기후 위기 시대 공공교통의 역할을 수익 논리 사슬에 가둬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국 사회 공공교통 정책의 기본 철학은 무엇인가? 또한 직면한 현실인 기후 위기 시대에 대중교통은 어떤 가치와 위상을 부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정부는 공공교통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정책목표를 가져야 한다. 공공교통의 수송분담률을 높여야 하고 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공교통의 이용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높은 이용요금이 공공교통 이용에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광역권 도시 통행자가 차라리 자가용을 사용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는 순간 교통정책은 실패한다. 

 

자동차 사용을 억제해야하고 장애인, 학생, 노인들에 대한 할인이나 무임승차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는 노인 무임승차 논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독일에서 시행되어 호평받은 3개월간 9유로(약 1만2000원) 자유 이용 티켓 같은 정책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서울시의 철학에 따르면 운송수입손실로 지하철 적자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3개월 9유로 정책은 물가상승률 0.7% 감소,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 톤 저감 및 대기오염 6% 감소, 교통혼잡 개선, 저렴한 요금으로 소득 보존 등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달성했다. 운영기관의 경영적자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보면 적자 수준과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사회적 이득을 포기하게 된다. 

 

한국 공공교통, 특히 지하철의 적자 문제는 수익의 대부분을 이용자들의 운임으로 충당하는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 수입은 1조6802억인데 이중 운수사업 수입은 교통서비스제도실시지원금을 포함해 1조2542억이다. 요금 수익이 70%를 넘고 있다. 나머지는 상가 임대 등 부대사업 수익 10.6%와 그 외 자잘한 수탁 사업 수입 등을 합해 25% 정도를 차지한다. 

 

이 같은 재정구조는 결국 요금 인상이 지하철 경영개선의 주요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공공교통이 서민들의 경제 사정을 무시한 채 운영기관이나 업체들의 경영 논리에 포섭되면 부담은 시민들의 몫이 된다.

 

공공교통 재정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인간의 모든 사회적, 경제적 활동의 전제는 이동을 담보로 하고 있다. 편리하고 저렴한 이동보장은 국가의 의무다. 국가 경제의 주체라 불리는 가계, 기업, 정부가 공공교통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분담 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 광역 전철을 운영하는 일드프랑스교통조합(stif)의 2016년 기준 재정구조를 보면 총 90억 유로의 예산 중 교통부담금이 47%, 승차권 판매 수익이 30.4%, 공공보조금이 19.8%, 광고수익 및 벌금이 2.8%다. 결국, 실제 시민이 내는 운임은 전체의 30%밖에 안 된다. 런던교통본부(TfL)의 2017/18 시즌 재정 현황을 봐도 운임수익은 전체 수입의 47%에 불과하다. 뉴욕 대중교통공사(MTA)의 경우에도 전체 수입의 40%만이 운임 수익이다(2017년 예산서 기준). 운임 손실로 인한 적자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프랑스는 기업들이 교통유발부담금제, 즉 나비고 교통 카드 사용에 따른 교통분담금을 낸다. 10인이상 고용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데 기업의 자립을 위해 신생 기업은 3년까지 면제해주고 4년째에도 75% 할인된 분담금을 적용한다. 7년째부터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판단해 100%의 교통분담금을 낸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생색내기식 동절기 봉사나 기부 행위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경우이다. 

 

한국은 공공교통의 운임수익 절대 의존 구조를 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하철 운영기관이 줄곧 요구했던 정부의 공공서비스 제공 의무(PSO)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뿐만아니라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재조정을 통한 지하철 운영보조비 지급,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교통분담체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4일 오전 종로3가역 개찰구 인근에 나이별 교통카드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공공교통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많은 정부는 자동차 운행 줄이기를 중요한 교통 목표로 삼고 있고 이에 대응해 시민들을 공공교통으로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할인 혜택은 당연하게 따라온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은 대중교통이 무료이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대중교통이 제공된다. 룩셈부르크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전환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다. 프랑스 덩케르크, 칼레 같은 도시들에서도 대중교통을 탈 때 돈을 내지 않는다. 유럽과 북미의 많은 도시들이 무료 대중 교통 정책을 펴거나 요일별, 시간별 무료나 할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무료 대중교통을 도입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제도이다. 서울에서도 출퇴근 혼잡시간대가 아닌 시간에는 과감한 할인 정책으로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빈자리에 사람이 더 탄다고 해서 적자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공교통은 주도면밀하게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중교통요금 인상 정책은 유보되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설사 요금인상에 나서더라도 그 근거가 무임수송이나 요금 할인 제도 때문이어서는 안된다. 공공교통은 그 이름에 걸맞는 공공성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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