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사회, 여전히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가?
한국은 7·8·90년대를 거치면서 산업화, 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성취해왔다. 그 이후 국민들은 국가의 과제 속에서 희생만 강요되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 함께가는 사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를 기점으로 정치권도 이제는 국민들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나라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건강보험, 기초생활 수급제도를 통한 최소한의 안전망 등 국민행복을 위한 질적 변화에 관해 관심을 높여왔다.
이는 북유럽을 중심으로한 유럽 국가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분적 실행들을 해왔다. 지난 20여 년 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복지' 또는 '복지국가'라는 명사 앞에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왔다. '생산적', '참여', '능동적', '맞춤형', '포용적' 등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국가의 비전에 있어서 '복지국가'가 우리가 가야만하는 유일한 길인가를 놓고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 보수정권의 계속되는 교체로 인한 것도 있지만 '국가간 인구 규모'나 '증세', '복지와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 등을 놓고 인식의 차이가 노정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복지국가는 시기상조다', '복지국가는 철지난 것이다' 등의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신자유주의를 걸었던 미, 일은 여전히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고 경제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복지국가의 체계적 운영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남부 유럽들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후퇴를 겼고있다.
그에 비해 복지국가의 길을 견결히 걷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의 북유럽은 모두 5만불 이상의 국민소득을 유지하고 있고, 세계적 경제침체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UN에서 소득, 불평등지수, 부패지수, 환경 등의 조사를 통한 순위를 매기는 '세계 행복지수'에서 위 5개국은 모두 매년 10위 안에 들고 있다. 이들 국가가 국가규모가 작아 우리와 다르다고 문제제기한다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으면서도 안정된 복지망과 지속적성장을 보이는 프랑스, 독일의 복지국가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복지국가의 위력을 보여주는 이들은 우리에게 여전히 도도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UN '세계행복보고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는 북유럽형 복지국가 모델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 방향이 복지국가였던 북유럽 사회의 개인의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여전히 세게인의 동경 대상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을 폄하하고 끊임없이 흔적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건강 보장성을 낮추려는 노력과 복지국가의 이념적 가치도 평가절하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국민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서 어쩔 수없이 노인 기초연금액을 높이고 0~1세 부모 수당을 높이면서 국민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정부의 성과는 깍아내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을 부분적으로 이어받는 이중태도를 보이는 것은 복지국가의 역사적 흐름을 꺽을 수 없을 뿐더러 그렇지 않고는 국가를 끌고나가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복지국가의 체계를 보다 철저히 연구하여 이를 한국의 현실에 접맥하는 '한국형 복지국가의 길'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2. 한국 복지국가의 현주소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경제규모에 있어서 세계 10위안에 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에 비해 OECD에서 11개 생활영역을 비교분석하여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2020년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를 보면 38개 국가 중 30위다. 사실상 최하위권이다. 국민의 주관적 척도인 '삶의 질 만족도'로 보면 36위로 떨어진다.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율 OECD 1위, 세계 1위의 저출산율은 더 이상 말하기도 지친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전체 149개국 중 59위이다.
왜 경제적으로는 큰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삶은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운가? 같은 자산을 가지고도 나라살림을 못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국가운영의 방향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델은 무엇이어야하는가? 미.일 신자유주의의 길인가? 아니면 북유럽, 중부유럽의 복지국가의 길인가?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추진과정에서 부분적인 시행착오들도 있었지만 수정을해나가며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일관되게 복지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국민행복의 큰 진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3. 복지국가의 개념에 대한 재정립
이 시점에서 보편적 복지국가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연구, 정리를 바탕으로 필자식으로 개념화해보면 '복지국가란 국민 누구라도 사회적 위험에 처했거나(실업, 질병, 장애), 복지가 강력히 요구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노후, 출산 및 육아, 교육) 국가로부터 사회안전망이나 복지체계의 적절한 지원을 받아 인간의 안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보편적복지를 원리로 한 국가운영시스템'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국민들이 생애주기상, 혹은 갑작스런 불행이 닥쳐도 마음 놓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그 기능을 다해주는 국가운영시스템이다. 좀 감성적으로 표현하면 '실패가 두렵지 않는 국가' '실패해도 되는 나라'라고 도 할 수 있다.
작동원리에 있어서 보편적 복지는 무조건 누구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연령이 아닌 아동과 노인 계층 모두와 실업, 질병, 장애 등의 특수한 상황에 처한 모든 대상에게 사회수당이나 사회서비스를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개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크게 보면 나의 가족에게, 내가 이후에 위험한 특수환경에 처했을 때는 적용을 받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정책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작동원리이기는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제도 등의 선별적 복지도 부분적으로 포함한다.
또한 보편적 복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소득불평등을 완화함으로써 소비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도 강화하여 지속적 성장을 만들어낸다. 소위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무기이기도 하다.
4. 복지국가로 향하기위한 당면 중점과제는 무엇인가?
수년에 걸쳐 한국의 복지국가는 복지제도의 외형적, 형식적인 양태는 갖추었으나 그 수준은 아직도 선별적 복지를 중시하고 있다. 생계급여의 부양 의무자 기준이 폐지 되었다고 하지만 왕래도 없는 자녀가 부자라면 수급자가 될 수 없고, 노인 빈곤율·노인 자살율이 심각한데도 노인 기초연금을 선별 지급하고, 생계급여자가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생계급여를 차감하고 있다.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은 안정적인 정규직이 가장 많이 가입하고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3분의 2가 미가입 상태다. 이제 복지국가의 외형을 넘어 내실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과제는 복지가 절실한 대상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를 위해 사회구조 전체의 재구성이 필요하고 많은 영역이 있지만, OECD 평균에 한참 미흡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제한해서 선별해보았다. 실업의 불안정성, 여성 일자리의 지속적 안전망과 보육, 노후 소득 안전망, 공공의료 구축 4가지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지속적 추진, 실업급여액과 기간의 확대+국민취업지원 기간의 확대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24.5%정도 비율이 높고, 플랫폼, 프리랜서 등 특수 고용 노동자가 6.5% 정도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고용보험 사각지대이다.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미가입자(13.8%)를 합쳐서 전체 취업자 중 45%가량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는 실정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위해서는 모든 소득자(근로자+자영업자)에게 정률의 보험료(세금성)를 부과하여 전 국민을 포괄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여기서 소득파악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우선은 전산시스템의 수준을 고도화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파악의 효율성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국세청으로 분산되어있는 징수업무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거나 사회보험 통합징수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이 발생하고 부과하는 단계에서부터 원천징수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종소득을 중심으로 징수하는 것은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업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실업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업급여 금액 증가와 지급기간을 늘려야한다. 재취업이 가능한 기간을 고려하여 전 급여액의 70%를 최소한 1년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다만, 북유럽 국가처럼 대체로 직업훈련을 거부하거나 일자리를 거부할 때는 페널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평균임금의 약 60%를 120~270일간 지급받는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업취약계층에게 6개월간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마저도 OECD 국가들보다 실업급여가 높다며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정말 OECD 국가들보다 많은 실업지원을 하고 있을까? 북유럽 국가 중 덴마크는 평균임금의 90%를 4년간, 스웨덴은 이전 월급의 70%를 최장 450일, 프랑스는 평균임금의 57%를 상한선 없이 지급하며 2-3년까지 받을 수 있다. 핀란드는 소득비례실업수당은 최대 400일동안 기존 임금의 50~70% 정도를 실업수당으로 받는다.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짧은 문제가 있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짧을수록 신속하게 재취업하는 반면 재취업 일자리의 근속기간이 짧으며, 3년 내 실업급여의 반복수급 비율이 높다. 짧은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데 그다지 기여하지 못해 반복적인 실업과 반복적인 수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복 실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실업구조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은 저임금 노동시장의 취약성과 사회안전망의 미비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실업급여의 노동시장 안정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실업급여금액과 기간을 늘려야 한다.
둘째. '남성 육아휴직 강화'로 여성의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구현
모든 국민은 고용, 임금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여성은 출산·육아 부담으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다. 임신, 출산, 육아의 여성 전담은 경력단절과 기업의 여성 기피 문화를 만들었다. 출산·양육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로 만들었고 이는 출산 기피로 이어져 우리나라는 출산율 0.78로 세계 꼴찌의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정부가 1960년대 출산율 저하와 노동인구 감소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내놓은 대책이 바로 성평등 정책이다. 선진국들은 여성 고용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 휴직 기간을 늘리기보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90일을 아빠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아빠 할당제 등 정책으로 1995년 1.70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10년 2.0명까지 높아졌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독일 등도 아빠 할당제를 두고 있다. 이는 고용 현장에서 여성 차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에서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육아 공백'을 우려해 여성을 안 뽑는 차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육아휴직 후 직장복귀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을 보면 남성 육아휴직 사용율 4.1%, 여성 65.2%로 여전히 여성이 전담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성평등 정책으로 부모의 평등한 양육을 위한 출산·육아휴직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는 아빠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출산 육아에 대한 부모가 평등한 양육 문화를 만들어 기업의 채용부터 발생하는 성차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기업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는 난망하다.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인상, 휴직 기간확대, 정부의 육아휴직에 맞는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여성과 가족의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주요 과제인 남성 근로자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의무화, 육아휴직 후 복귀시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셋째. 노후소득 안전망, 모든 노인 100% 기초연금+ 극빈층 생계급여 지급해야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그리고 노인 빈곤은 국민 대부분이 맞이할 현실이다.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노인층은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1위인 것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란 것이다. 사회수당, 사회서비스 등의 소득재분배를 하기 전에는 많은 선진국가들의 상대적 노인빈곤율이 우리보다 높다(일본, 노르웨이, 이탈리아, 벨기에 등). 그런데 소득 재분배를 하고나면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꼴찌(43%)로 둔갑한다. 빈곤율 70%였던 노르웨이는 소득재분배후 7% 수준으로, 빈곤율 80%였던 벨기에는 10%수준으로 급속히 떨어진다. 이들 국가들의 노인정책은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다 그렇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일하며 선진국을 만들고 가족을 위해 희생한 노인들이 받은 성적표는 '최고의 가난'이였다. 이제 노인의 빈곤 앞에서 예산 때문에 혹인 다른 문제가 더 심각해서라고 노인빈곤 해결방안 모색을 미뤄서는 안된다. 청년세대에게도 노인 소득 안정화 정책은 부모부양의무를 개인에서 사회로 바꾸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청년 개인의 부담을 덜어준다. 빈곤 청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더 이상 노인정책을 세대갈등으로 몰고가려해서는 안된다.
현재 노인의 빈곤 해결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이다. 노인빈곤의 큰 원인은 공공사회복지지출 중 노인영역 지출이 적기 때문이다. OECD 평균 노인 지출 비중은 7.4%이나 우리나라는 2.7%이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도 OECD 평균은 13.5%인데 우리나라 노인은 약 43%로 3배가 넘는다. 이는 공공사회복지지출에서 노인 영역 지출을 3배 정도 올려야 빈곤율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노인의 빈곤은 국민연금 개혁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 중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은 40%정도이고 수급액도 30~40만원 수준이 많다. 기초연금을 강화해서 국민연금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 노인 빈곤의 심각성을 볼 때 캐나다 연금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다층 복지시스템을 시행한다. 1층 계단에는 조세를 재원으로 모든노인을 대상으로 보편적 노령연금을 지급한다. 2층 계단에서는 본인이 납입한 것을 기초로 한 국민연금방식이 있다, 그리고 3층에 사적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구분에 따른 객관적 공정성의 시비가 일고있고, 수급받지 못하는 대상자 중 소득은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선별적 지급은 국민연금가입의 동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또한 생계급여 대상자는 기초연금을 제외하여 소위 '주었다 뺐는' 형태여서 극빈층 노인들의 보장성이 취약하여 한국의 노인빈곤율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심각한 빈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캐나다처럼 모든 노인 10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극빈층의 생계급여를 감액없이 지급하는 소득보장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인층은 기존 계층 별개의 대상층으로 구분하여 소득 역전을 다투지 말아야 한다. 예산은 공공사회복지지출을 OECD 평균 수준(7.4%)으로 단계를 설정하여 빠르게 높여나가야 한다. 필자는 모든 노인 기초연금 100%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이다.
넷째. 의료안전망, 건강보장성 강화 위해 공공의료 확대해야
2019년 기준 OECD 평균 건강보장율은 74.2%이나 한국은 61%로 OECD 회원국의 최저수준이다. 2020 기준 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과 공공병상 비중은 각각 55.2%, 71.6% 대비 우리나라는 5.4%, 9.7%에 불과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중산층도 중병에 걸리면 가계가 무너질 수 있는 나라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개혁방안으로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OECD 평균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공공의료가 왜 중요한지는 이번 코로나국면에서 전국 7% 수준의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를 감당해낸 것에서도 입증되었다. 민간병원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며 감염병 대비 태세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또한 공공의료는 일반 의사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지방이나 산간도서의 필수의료서비스를 감당함으로써 의료공백을 메꾸어준다. 서민들이 비용이나 지역의 제한없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공공병원의 장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공공의료 확충·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22년 9월 2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70개 중진료권에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는 노정합의가 있었다.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의료 확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다음 3가지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최소한 공공병원 확충 관련해서는 예비타당성 면제가 가능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행 경제성(수익) 중심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로는 공공병원 신·증축 등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공공병원은 수익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예타가 공공병원 설립을 막는 제도가 되지 않기위해서는 적자가 숙명일 수도 있는 공공병원에 있어서만큼은 예외 규정을 명확히 두어야 한다.
둘째, 국가가 공공병원의 공익적 적자를 의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방의료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조속한 확충을 위해 국비분담율을 70~ 80%까지 확대해야한다. 현행법에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는 되어있지만 강제적 의무규정이 아니어서, 공익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경상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료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조속히 확충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열악한 재정여건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지방비 50%, 국비 50%라는 비용분담구조를 국비 70~8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셋째, 지금 멈추어있는 의사증원 및 공공의사 확충 논의와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공공병원에 양질의 의사가 근무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도출해야한다.
위에 제시한 내용들은 어찌보면 당장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안정한 사회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항들이다. 못할 것도 없는 것이 선진 유럽국가들은 이미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먼저 복지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침반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가다보면 부차적인 어려움들도 해결되면서, 목표한 바들이 어느새 큰 진전이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는 성장의 결과물로 복지예산을 조금씩 늘리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철학을 갖춘 정치세력이 중장기 계획을 갖고 목적의식적으로 실천해야만 성취될 수 있다.
재정이 중요하다. 복지국가의 상을 그리고, 국민이 같이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연후에 필요한 부분을 설득해서 국민들의 체감과 공감 과정을 거쳐 증세도 숙고해야 한다. 방식과 때가 중요하다. 이는 다음에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