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에서 4년만의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 나란히 남부 텍사스주를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숫자가 역대 최고 수준인 약 32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불법 이민 문제를 놓고 바이든은 방어, 트럼프는 공격에 나선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를 “국경에서의 결투(border duel)”라며 “불법 이민 문제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텍사스의 멕시코 접경 도시인 이글패스를 방문했다. 지난달 3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 몰려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공식화하며 불법 이민 문제의 정치 쟁점화에 신호탄을 걸었던 곳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의 유입 원인을 계속해서 바이든 탓으로 돌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데일리메일 기고에서 “최소 900만명의 불법 외국인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바이든의 계획이자 침공”이라며 “취임 첫날 국경을 봉쇄하고 바이든의 불법 외국인을 추방하는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역시 같은날 오후 3시쯤 이글패스에서 300마일(약 480km) 떨어져 있는 브라운스빌을 방문했다. 국경 수비대(USBP)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이들의 고충을 청취할 예정인데, 최근 공화당 강경파 반대로 통과가 무산된 국경 강화 예산이 포함된 패키지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최근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는 등 개방적인 이민 정책에서 선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불법 이민을 둘러싼 여론의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이민 이슈(28%)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최근 베네수엘라 국적의 불법 이민자가 학교로 가던 22세 조지아대 대학생 레이큰 라일리를 살해한 사건도 이런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