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GRIT)이 있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이다. 다들 성공(成功)을 꿈꾸기에 그릿은 찬양되어야 마땅하다.
"그릿을 미덕(美德)으로 여기는 것은 종교개혁의 유산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애덤 그랜트)
하지만 현실은 그릿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책에서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를 만난다. 그의 말이다.
"의도와 의지력은 매우 과대평가(過大評價)되었다. 그런 것들로 이룰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릿의 반대편에 퀴팅(QUITTING)이 있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다.
퀴팅은 성공학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에 어긋난다. "지배적인 견해에서는 퀴팅을 비뚤어진 일탈이자 일반적인 범주를 약간 벗어나는 비열한 짓으로 본다."
린지 크라우스가 2021년 <뉴욕 타임스>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미국인은 대체로 퀴팅을 악마화(惡魔化)하고 그릿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지난 10년 동안 이에 관한 책이 쏟아지며 자녀에게 허상에 불과한 자질인 그릿을 주입하도록 부모를 부추겼다."
퀴팅에 대한 오해(誤解)를 벗겨내야한다.
먼저 퀴팅은 포기(抛棄)나 실패가 아니다.
"멈추기로 선택하는 것과 그만두기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두기라는 말에는 헐뜯는 느낌이 많아요. 우리는 그만두기를 실패와 동일시합니다. 꼭 그런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위험하거나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중단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못 버티기 때문에' 그만둔다고 생각하죠." (크리스틴 디펜바흐)
퀴팅은 철학적 삶이다. 야구선수 샌디 쿠팩스의 전기(傳奇)를 집필한 제인 리비는 메이저리그를 떠나기로 한 에이스 좌완 투수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썼다.
"퀴팅은 상상력과 해방의 행위다. 퀴팅을 위해서는 자기 존재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그 온전한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진 존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퀴팅은 소극적 저항(抵抗)이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덩어리에 접근하듯이 나만의 항해와 프로젝트에 접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배우고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이전 목표(目標)를 버리고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데이비드 엡스타인)
이래서 퀴팅은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자원이며 패배가 아니라 결정이고 전환점(轉換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