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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6일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명했다. 당일 두 사람은 대선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공동 유세에 나섰다. /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와 밴스는 지옥처럼 음험하고 기괴한 사람들입니다. 이봐요, 밴스. 미 중부가 (당신이 말하는) 그런 곳은 아니잖아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팀 월즈(Walz)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유세부터 공화당 후보들에게 직설적 ‘펀치’를 날렸다.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혼란·분열만 심고 있다”고 비난했고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에겐 “빨리 당신과 토론으로 붙고 싶다”고 했다.

 
해리스 러닝메이트에 월즈… 美 대선 대진표 확정 -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을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입장하고 있다.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로 월즈를 낙점한 뒤 첫 공개 행보다. 두 사람은 공화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J.D. 밴스 상원의원과 80여 일간의 경쟁에 돌입했다.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논란으로 지난달 급히 대통령 후보를 바꾼 민주당이 부통령 후보를 이날 확정하면서 오는 11월 5일 열릴 미 대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앞서 트럼프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의 골수 신봉자인 밴스를 부통령에 지명한 데 이어, 해리스는 자신보다 강경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과거 미 대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미국의 원칙’ 아래 정부 지출, 복지 규모 등 정책으로 경쟁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미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둔 충돌이라 여겨질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극과 극 후보의 대결로 치러지게 될 전망이다.

이번 미 대선 대진표의 특징은 양측 후보 넷 중 누구도 중도파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1기 대선 때 자신의 극단성을 희석해야 유리하다는 공화당 인사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계에서 뼈가 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방어형 러닝메이트’로 중용했던 것과 대조된다.

월즈와 밴스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 백인 남성에 군(軍)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제외하면 상반된 삶을 살았고 이념 또한 좌우(左右) 양극단에 서 있다. 검사 출신 인도계 흑인 여성 해리스와 부동산 사업가 출신 백인 남성 트럼프의 간극만큼, 부통령 후보들도 차이가 뚜렷하다.

그래픽=김현국

월즈는 중서부 ‘브레드 배스킷(빵바구니·곡창지대)’의 대표 지역이자 공화당 친화적인 네브래스카 출신이다. 서른두 살 때 민주당이 우세인 미네소타로 거처를 옮겨 20년 넘게 공립학교 지리 교사와 풋볼 코치로 일했다. 2006년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내리 6선(選)을 했고 2018년에 이어 2022년 미네소타 주지사에 재선됐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대통령·부통령 후보 중 정치 경력은 가장 길다.

월즈는 하원 재직 당시엔 온건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2019년 첫 주지사 임기를 시작한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강성 성향으로 선회했다. 이후 기후 변화, 경제 정책, 무상급식 등 전방위 이슈에서 선명한 진보 노선을 드러내 왔다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월즈를 ‘진보 전사’로 부각되게 한 대표적 이슈는 낙태권(權)이다. 그는 미네소타 주지사로서, 보수 성향 대법원이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을 폐지하고 각 주(州)에 결정권을 넘긴 후 가장 먼저 주 차원의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다’는 법을 주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부 보수 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수정까지 제한하려고 나서며 여성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자 월즈는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두 자녀를 가진 경험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인공수정·낙태를 포함해 ‘선택할 자유’가 미국의 핵심 가치라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밴스가 “아이 없는 사람들은 미국의 미래에 지분이 없다” “자식 없는 비참한 고양이 여성들” 같은 과거 발언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 월즈는 첫 유세 때 “미네소타에서 우리는 이 황금률을 지킨다. ‘젠장, 자기 일에나 신경 써!’라는 황금률 말이다”라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첫 유세부터 공격 모드로 무장하고 (대선 레이스에) 화려하게 입장했다”고 전했다.

 
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해리스-월즈 대선 캠프

대표적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 출신으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난달 확정된 밴스 또한 트럼프의 ‘미국만 우선한다’는 노선을 강화시킨다고 평가된다. ‘MAGA의 후계자’로 러시아 침공에 2년 넘게 맞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강경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은 보수 유권자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극단적 지지자들의 음모론에 가깝지만, 밴스는 이에도 동조해 왔다.

두 부통령 후보는 외모와 성격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 통통한 체형에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전형적인 ‘털털한 백인 아저씨’ 스타일의 월즈는 냉혹해 보일 수 있는 검사 출신 해리스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브래스카의 작은 대학인 채드론주립대를 졸업하고 정계 입문 전 20년 넘게 고등학교 교사로 일해 서민 이미지가 강하다. ‘아저씨 농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밴스는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지만 명문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고, 변호사로 일하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자로 성공한 야심가 스타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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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미 수도 소식을 심층적으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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