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유명한 속담이죠. 걱정은 많이 한다고 해결되고 없어지는 게 아닌, 오히려 하면 할수록 더욱 커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렌스키는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 30%는 이미 일어난 일, 22%는 걱정할 필요도 없는 사소한 고민, 4%는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걱정할 만한 일은 실제 4%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걱정·근심·불안을 늘 안고 삽니다. '불안해서 불안이 없어지면 불안하지 않겠지'만,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난 걱정과 불안이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게 현실이죠.
'생존에 필수' 불안, 과하면 공포증까지
불안은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불안은 우리 몸의 자연적 반응으로, 우리를 안전히 지키기 위해 우리 내부에 구축된 공포 시스템입니다. 불안이 없었다면, 인간에게 이런 보호 시스템이 내장돼 있지 않았다면, 야생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이미 맹수에게 공격받아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불안은 우리를 두렵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에 의해서 유도되는 강렬한 반응입니다. 두뇌는 우리가 있는 주변 지역을 자동으로 살피는데, 만약 근처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그에 맞추어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죠. 현실적인 위험이 있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상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대상에 대해 불안을 느끼거나 △현실적인 위험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을 느끼게 한 위협적 요인이 사라졌음에도 불안이 과도하게 지속되는 경우 병적인 불안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정신의학협회(APA)가 2013년 발표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차 개정안(DSM-5)'에 따르면 불안장애의 하위 유형으로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광장공포증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무언증이 있습니다.
흔히 우울은 뇌의 문제라고들 말하는데요.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뇌의 편도체가 위험을 인지할 때 두뇌의 시상하부라는 부위와 소통을 하는데요. 이 시상하부가 아드레날린 분비를 책임지고 초조·두려움·공황을 느끼게 해주는 교감신경계를 자극합니다. 가슴이 철렁 가라앉을 때, 심장이 벌렁거릴 때 느껴지는 작용이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만약 우리가 긴박한 위험에 처했다면 시상은 감각 정보를 곧바로 편도체에 보내게 되는데요. 감정을 다스리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가 생각을 처리하고 감각을 경험하는 인지적 뇌를 압도할 때, 우리는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 채 즉각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몸의 투쟁-도피 또는 경직 반응을 촉발하는 교감신경계는 우리가 불안할 때 주요 신체 기관의 기능을 변화시키는데요. 만약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고장나버려, 편도체가 오작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계속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다 보니 왜 그런지도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계속 초조함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 불안 반응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쌓이다 보면 2차 불안인 공포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당혹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다 보니 특정공포증이나 공황장애로 악화하는 것이죠.
'마치 불안이 없는 것처럼' 살아보기
그렇다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이 위협 대응을 끄는 일이 중요하겠는데요.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주로 노출치료를 이용합니다. 우리의 불안은 대부분 뱀이나 높은 장소와 같은 외적 단서보다는 내적 단서에 의한 것인데요. 이처럼 불안한 감각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극감응법이라는 기술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공황발작 도중에 경험하게 될 빠른 심장 감각에 익숙해지도록 제자리에서 뛰어 심장 박동수를 높인다는 식이죠. (이 방법은 훈련된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집에서도 불안을 느낄 경우가 있기도 하죠. 이럴 때는 일상에서도 마치 불안감이 없는 것처럼 하루를 계속 보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불안 수준에 상관없이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을 계속하고, 그렇게 해도 안전하다고 편도체에 보여줌으로써 위협 대응을 끄도록 훈련하는 겁니다.
또 불안을 이진법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안을 켜짐이나 꺼짐이 아닌, 10층짜리 케이크처럼 여러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보는 거죠.
아울러 여러분이 원래 갖고 있던 믿음을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보세요. "오늘 발표 자리에서 굳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오늘 발표 자리는 내 불안을 수용하는 연습을 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야"라는 식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과 함께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이완 훈련도 함께 해야겠죠.
진짜 불안 vs 가짜 불안
불안을 '가짜 불안'과 '진짜 불안'으로 구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심리학계에 따르면 가짜 불안은 우리 몸이 신체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임을 주로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 알리는 것인 반면 진짜 불안은 삶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합니다.
가짜 불안은 깊은 내면에 있는 중요한 무언가를 알리기보다는 몸에 대한 좀 더 단순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거죠.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수면 습관 △디지털 기술과의 관계 △식습관 △소화기관·면역체계·호르몬 등 기본적으로 보편화된 습관들이 가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하고요.
진짜 불안은 모든 생리적 측면을 최적화해도 여전히 불안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울 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뭔가가 잘못됐어'라고 알려주는 감정의 나침반과 같은 것으로, 이때 진짜 불안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잘 들어야 하겠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기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났을 때 그 경험에 완전히 순응해 강렬한 감정을 끌어안기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는 대신 내 생각의 관찰자가 되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 완벽주의 버리기 등을 통해 내 내면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들어서 불안을 성장동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