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언저리에 다가온 가을바람에 낙엽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부르는 가랑비가 추적추적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가을날의 아름답고 휘황찬란했던 단풍들의 향연은 이내 내일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지막 화려한 꽃잔치가 끝나면 단풍들의 일생은 운명처럼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생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단풍은 11월까지 피어나 추운 계절을 향해 낙엽으로 승부를 도전하고 있는 것은 빨갛고 노랗고 파란 색깔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코에는 싱그러운 향기로 다가오지 않지만 적설에 뒤덮이기 전까지는 색바래 희미하지만 고유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밤에 피는 단풍이는 낮에 피는 단풍이든 자연을 위해서 존재한다면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피는 단풍들은 겨울에도 활동해야 하는 생명들을 위한 것입니다.
단풍 한 잎이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피고 지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온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는 인간들, 아무런 이유 없이 이 땅에 서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 대지의 단풍들도 그렇게 아름답게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사람이 단풍보다 아름다우려면 그들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품위와 인격을 가진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존칭에 맞는 삶이라 생각됩니다.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