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에 벗이 있거늘, 천애지각도
이웃과 같다(海內存知己, 天涯若比隣"는 말이 있는데, 비록 천 리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 통하면 이웃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
같아요.
그래요. 이웃이란 한 동네에서 서로
돕고 관심하고 배려하면서 친근하고 화목하고 사이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말씨는 어울리나 생각이 달라서, 민족은 같으나 한 탯줄이 아니라서, 천성은 비슷하나 습성이 달라서, 나와 별로 상관없는 존재로 각인됩니다.
하긴 자라온 환경과 받은 교육, 그리고 생활 습관이 딴판이다 보니 마음을 소통하는 과정이 꽤나 어렵고 힘듭니다. 나에게는 없고 너에게는 있는
것, 반대로 너에게는 없고 나에게는 있는 것들을 나눠주고 챙겨줘야 비로소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해가 다르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서로
언쟁하다 결국 대판 싸우게 됩니다. 나중엔 폭력을 행사하여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문제가 일어났다면 이미
쏟아진 물입니다. 만약 화해를 하지 않는 한, 둘 지간의 모순이, 저지른 실수가, 엎지른 잘못이 없었던 일로 되기는
어렵습니다. 서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행동은 인간관계의 기본이지만 실천에 옮기자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긴 오랜 앙숙 간이라면
사과를 하기가 더욱 더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철천지 원수’란 말이 다 놔왔겠나요.
당분간 화해를 못하면 나중에 하더라고
현재 더 큰 반감은 사지 말아야 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어렵다면 아예 섣부른 사과는 하지 마십시오. 잘못된
사과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과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선 상대방이 받은 상처를 무시하는
사과입니다. 뭘 고까짓 걸 가지고 그다지 화를 내느냐는,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지 진정한 사과가 아닙니다. 소탈한 사람들끼리는 술
한 잔 나누며 푸는 일도, 속 좁은 사람에게는 영원한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친구도 아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라면 더 오래
갑니다.
그다음 상대의 잘못을 꼬집는
사과입니다. 두 손벽이 마주쳐야 소리난다고 한 쪽의 잘못이 아니라 둘 다 잘못했을 때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잘한 거 없잖아’ 라는 식으로 사과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상대의
잘못을 따질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가 아닙니다. 우선 내가 저지른
잘못과 실수를 먼저 뉘우치는 것이 제대로 된 사과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악의 경우인데,
바로 성질머리 탓, 그 놈의 성질머리를 들먹이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표현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실수를 범합니다. 미움이 커지면 원한이
생기고 나중엔 더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 초래됩니다. ‘당신 그러는 게 아니야?’라고 상대방만 꼬집는다면 후과는 상상할 수 없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너만 잘못했고 나는 잘했다는 도전장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내가 가만히 있었는데 상대가 혼자서
화를 낼 리가 만무합니다. 저도 모르게 무심코 했던 언쟁이 상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알지 못하는
잘못이 더 큰 잘못입니다.
그리고 사과는 어디까지나 진정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가 바로 화해의 열쇠입니다. 잘못했다면 성근히 사과하십시오. 이는 당신의 넓은 아량입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에게 죄송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부드러운 말 한 마디, 친절한 눈빛 하나에 상대방의 아팠던 마음이 금시 쾌유됩니다.
그리고 ‘당신, 내가 왜 화났는지 정말 몰라?’라는 질문은 부디 삼가하십시오. 아울러 잘 기억하십시오, 진심은 꼭 통한다는
것을...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마을신문 "도란도란 삼산마을"은 삼산종합복지관에서 편집, 발행한다. 계간으로 꾸리는데 주민기자, 청소년기자 모두 10명이 삼산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웃들의 희로애락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