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手)
나는
키가 작아
손이 작은
단점 때문에
늘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어릴 적
여자애들이
내 손을 보고
귀엽다고 어루만지며
신대륙 발견한 것처럼 놀렸다
커서는
나의 손을 본 여성들이
닭 잡을 힘없는 손이니
결코 해코지당할 위험 없다고 안심했다
기실 손재주하면
나는 별 신통한 재주가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손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
전통적 관념으로 말하면
내 작은 고운 손은 ‘귀’한 손이다
망치나 괭이나 삽 따위를 쥐지 않고
필을 쥐고 문장을 끄적거리던 손이다
그러니 내 손은
당연히 미수요 귀수이다
스스로 내 작은 손을 위해
옹호하는 예찬을 해야
내 손에 위안을 줄 것이 아닌가
내 손은 내 입보다 말을 더 잘하는데
입도 못하는 말을 내 손이 척척 해준다
내 육신에서 제일 작고 귀여운 손가락들이
필을 잘 쥐고 글을 줄줄 써주는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다
아무튼 지식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
창작과 연구와 사유와 이성의 상징체인
내 작은 손이 다 해주니
너무 고마운 존재이다
문필을 쥐든 화필을 쥐든
아니면 무엇을 쥐든
큰 손만큼 마음이
큰 사나이로 성장했으니
나는 내 작은 손을
대륙을 준대도 바꾸고 싶지 않다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