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으면서도
삶에 감사한 줄 모르고
생에 고마운 줄 모르는
불타는 열정으로
사랑하는 본능마저 버린
슬프고 불쌍한 사람들이
잔인하도록 안타깝다
눈 감으면 살아있으나
죽은 자처럼 잠든 채 살고
꽃 떨어진 자리에
다른 색이 자리 잡아
내 세상이 아닌
다른 사람 세상이다
저 산 건너편에서
푸른 소나무가 허리 펴고
참나무 새 잎이 산등을 타고
줄기차게 올라오는 모습은
이미 남 관상거리가 된다
수많은 가지들 사이로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들
새로운 삶 향한 의지들이
살아있는 죽은 자의
비겁함과 무능함 때문에
피어나지도 못하고
함께 죽어버리게 된다면
죽은 자가 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몸부림이다
이런 때 정말
은밀하게 나를 바라고
나의 품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잠깐 나의 품에서 쉬다가
다시 나를 버리고 떠나도 좋다
한때는 달콤하던 사랑이
이제는 쓴 맛이 진하고
그것이 세태로 바뀌는 계절을
살아있는 동안 해마다 맞는 것도
여간 기쁘고 즐겁지 아니하다
그래서 은밀한
사월이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깊이 잠든 영혼 깨우는 봄비처럼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