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일러스트
밤을
하얗게 밝혀야 하는
불면증 덕분에 나에게는
새벽 夜空을 무심히 바라보는
병 아닌 병인 습관이 생겨났다
창문 너머
아득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인연들이 눈앞에 스치고
불가사의하게도 머릿속에 명멸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수많은 인연을 만났다
그 陰影 같은 얼굴들
그 群像들 역동적 움직임들
그렇지만 필경은
덧없이 짝이 없는
그 수많은 행렬들은
한 밤중에 흐르는 강물 따라
속절없이 사라져가고 있고
또한 그 자리를
새로운 인연 인연들이
생명의 경의와 환희를
한껏 禮讚하며 이어가고 있다
나도
그 흐름 속에 끼워서
부대끼며 몸부림 쳐가면서
순리대로 흘러서 흘러간다
한계를 느끼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스쳐 지난 수많은 인연이
다 소중하고 소중한 것이지만
그 동안 교감하고 소통해 온
경이롭고 감격어린 인연 못 잊겠다
오로지 그 인연에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
경의와 축복을 드리는 바이다
지금도 창밖
아득한 야공엔
새벽 별이 빛나고 있다
악암(岳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