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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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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끼 비건 집밥" 채식하는 마음에 대하여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의 저자 이윤서와 책방을 운영하는 가수이자 작가 요조,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 이슬아,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김사월. 네 명의 채식인이 나눈 #나의비거니즘.  

김사월, 이슬아, 이윤서, 요조가 쿠킹 스튜디오 ‘뿌리온더플레이트’에 모였다.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모두 다를 텐데요.  
요조 단순하지만 동물을 마음껏 귀여워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어요. 트위터에 동물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데, 얘네를 이렇게 귀여워하면서 동시에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찔리고 모순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2018년 12월에 비건 채식을 시작했어요. 한 달 해보고 괜찮으면 새해에 제대로 해야지 하고요. 채식하는 동안 죄책감 없이 동물을 귀여워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상쾌하고 좋았어요. 2019년부터는 페스코 채식으로 조정해서 해오고 있는데, 비건으로 시작해서인지 그리 힘들지 않아요. 

김사월 동물권이나 비건 이슈를 접해왔지만 죄의식을 느끼며 음식을 먹은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나의비거니즘일기’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올리는 비건 식단을 보다 보니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비건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1월 1일이 비건의 날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날부터 시작했죠. 안 맞으면 못할 수도 있으니 하는 데까지 해본다는 마음이었는데, 어느덧 1년이 넘었어요. 지금은 비건 지향이고 지키지 못할 때는 페스코 채식을 해요. 

이슬아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알았지만, 그런 건 자세히 알면 피곤한 정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모르고 지내려고 하다가 재작년 즈음부터 유심히 보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훨씬 끔찍하고 광범위한 시스템이라서 놀랐어요. 나라도 이런 식의 생산과 소비에 기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비건들의 성경이라 불리는 《아무튼, 비건》을 읽은 날 바로 비건 생활을 시작했어요. 완벽한 비건이라 할 수는 없고, 90% 정도 실천하는 비건 지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윤서 2010년쯤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 몸이 무척 안 좋아졌거든요. 식단을 채식으로 바꿔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그러다 마크로비오틱 공부를 하고 영양소를 챙기며 사람과 자연을 아우르는 식사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이후로 완전 비건 채식을 해오다가 지난해부터는 드물게 무항생제 유정란을 먹기도 하면서 조금 더 열린 식단을 꾸려가고 있어요.  

채식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이윤서 비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건 안 돼, 이건 나쁜 거야 같은 잣대가 생겼죠. 그런데 그게 제 마음을 무겁게 하더라고요. 우린 서로 다른데 스스로만 옳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요.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는 조금 더 가벼워지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여전히 90% 이상 비건 생활을 하고 있고, 생선이나 달걀도 쓰지 않는 요리를 한 지 10년 즈음이 되어서 책에는 그런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채롭게 요리하는 방법을 담았어요. 

김사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외식을 하거나 약속을 잡을 때 제가 주도하는 편이에요. 조금 더 노력하면 완전한 비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그런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가 마시는 물, 밟는 땅도 비건 생활이 아닐 수 있다고 해요. 한계를 느끼면서도 좀 더 열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조금씩 비건을 실천하는 쪽을 꿈꿔요. 

이슬아 맞아요. 내가 완전무결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애초에 안 해야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하는 살생까지 따져보면 우리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유해하잖아요. 순수한 비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인 듯하고, 그런 마음이 쌓이면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것 같아요. 다만 겸손하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마음으로 채식을 하고 있어요.  

비건 요리를 맛보는 시간. 

채식을 하면서 느낀 신체 변화가 있나요?  
이윤서 채식을 하면서 피부 문제도 좋아지고 몸이 많이 치유되었어요. 5년 전쯤 이런 질문을 받았으면 무조건 비건이 되라고 권했을 거예요. 채식이 내 인생을 구원했다고 생각할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꼭 모두가 비건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다만 많은 사람이 공장식 축산, 오염된 먹거리, 지나친 육식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채소 요리를 더 즐겼으면 해요. 오늘 당장 비건이 되기는 어렵잖아요. 

이슬아 식사 내용을 신경 쓰지 않는 정크 비건이 되면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지잖아요. 감자튀김과 콜라만 먹어도 비건이니까요. 건강한 비건 생활을 해야 신체도 좋게 변화하는데, 저는 부기가 쉽게 빠지고 위 질환이 나아졌어요. 대신 칼로리가 줄어들어 살이 많이 빠져서 더 열심히 먹다 보니 식사량이 늘었어요. 비건을 하면 비실비실해진다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식물성 단백질도 잘 챙겨 먹고요.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식물성 단백질을 먹으며 운동해도 충분히 근육이 잘 붙고 코어도 좋아진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운동 영상을 올리기도 해요. 

요조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지만 스스로 실감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건강한 채식주의자라기보다 대충 끼니를 때우는 채식주의자에 가깝거든요.  

각자의 평범한 채식 식단이 궁금하네요.  
이윤서 보통 1일 2식을 해요. 아침에는 물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식사 대신 유산균이나 천연 비타민을 먹어요. 점심은 주로 현미밥에 제철 채소, 버섯, 두부, 해조류, 발효식품 등의 밑반찬을 곁들여 먹고요. 저녁은 점심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통밀 파스타나 현미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해요. 간장, 된장은 물론 메이플시럽, 현미식초, 원당, 비건 버터 같은 다양한 식물성 소스를 사용하면 다양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어요. 

요조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식사가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단백질 섭취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비건 식빵에 딸기잼 발라서 두유와 먹는데, 빵이 없으면 두유에 파우더를 두둑하게 섞어 마시고 외출해요. 정말 든든하고 좋아요. 

이슬아 이런 게 고민이에요. 바쁜 비건, 가난한 비건은 어떻게 할까? 비건계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 정말 절실해요. 만만한 비건 식당! 

요조 그래서 맨날 단골 식당에 가면 돌솥비빔밥 아니면 순두부찌개, 된장찌개를 먹어요. 사장님이 왜 맨날 돌솥비빔밥만 먹냐고 해요. 

이슬아 그렇죠. 돼지고기가 들어있는데 김치찌개를 시킬 수 없잖아요. 비건이라면 어쩔 수 없이 집밥 먹는 습관을 들이게 돼요. 그래서 이런 책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왔네요(웃음). 저희 집 주식이 현미밥, 된장국, 쌈채소, 간단한 채소볶음인데 기본이 비슷해서 되게 반가웠어요. 비건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간단한 매뉴얼 같은 책으로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을 주면 될 것 같아요. 

김사월 정크 비건으로 살기도 하고 집에서 요리를 하기도 하는데 국 끓여놓고 비건 반찬 같은 것을 시켜 먹거나 해요. 파스타는 여러 종류의 재료를 활용할 수 있어 자주 만들고요.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을 보면서 강된장 같은 메뉴를 따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책 속 비건 요리인나시고렝정식.  
이윤서는 잎채소를 손질할 때 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다듬는다.  

장은 주로 어디서 보나요? 
이윤서 자연식을 공부해서 유기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먼저 생겼던 것 같아요. 다른 소비를 줄이는 대신 요리 재료를 더 신경 쓰게 되었죠. 이따금 요리사로 나가는 마르쉐 장터에서 농부 분들에게 직접 구입하거나 한살림, 생협 같은 데서 거의 매일 장을 봐요. 

김사월 신선 채소는 주로 집 앞 마트에서 사고, 카레 가루 같은 채식 재료는 인터넷으로 구입해요. 얼마 전에 이용한 ‘언니네 텃밭’은 장류가 정말 맛있어요. 여성 농부들 조합인데, 직접 쓴 편지도 함께 보내주시니 직거래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요조 그런 곳에서 꾸러미 받아서 이것저것 요리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1인 가구라서 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쟁여둘 수가 없거든요. 채식 시작하고 맛본 신세계가 비건 만두인데, 종류별로 먹어보고 싶지만 냉동실에 보관할 자리가 없어요. 큰맘 먹고 사서 매일같이 먹어야 하죠. 그래서 요나 같은 채식 요리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봐요. 꾸러미를 받고 “이런 재료들이 왔고 이렇게 만들어봤어요” 하는 걸 보며 대리만족 하곤 해요.  
이슬아 이웃에 비건이 여럿이라면 서로 꾸러미도 나누고 좋을텐데요.  

즐겨 먹는 비건 요리를 설명 중인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저자 이윤서.  
‘뿌리온더플레이트’는 주말에 비건 디저트를 파는 카페로, 평소에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로 운영된다. 

채식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을 체감하시나요?  
이슬아 동물권 운동 안에서의 온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말 뜨거워졌다고 들었어요. 저는 채식이 좀 덜 완벽해도 좋으니 더 많은 사람이 소, 돼지, 닭을 덜 먹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윤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두가 비건이 되기보다 고기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 듯해요. 사실 비건이 아니라도 고기 없는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잖아요. 

요조 서글픈 얘기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체감하면서 채식에 관한 설득력이 더 생겼어요. 저도 동물을 좀 더 죄책감 없이 귀여워하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와 보면 환경을 위해 채식만큼 분명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고기를 먹는 일에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슬그머니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언니 딸이 중학생 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창창한데 좋은 세상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살게 하려면 내가 채식주의자로서 더 분발해야겠다’고요.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카레 만들 때 고기를 넣지 않게 되더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고기를 지양하는 문화가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비건의 식탁과 장바구니가 궁금하다면?  
이윤서는 2010년부터 채식을 시작해 어느덧 10년 가까이 비건 생활을 해오고 있다. 좀 더 건강한 섭생을 지속하고 싶어 미국 쿠시 인스티튜드에서 마크로비오틱 리더십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 그녀는 남편과 함께 계동에 채식 카페이자 마크로비오틱 쿠킹 스튜디오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열고 채소 요리 수업을 한다.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은 그렇게 쌓인 10년간의 레시피와 비건 노하우를 엮은 것으로 일반인에게는 비건에 대한 이해를, 비건에게는 좀더 풍요로운 식생활의 영위를 돕는다. 동물성 식재료를 안 쓰는 것일 뿐 고기 패티 대신 템페를 넣어 햄버거를 만들거나 오징어튀김 대신 팽이버섯 튀김을 만드는 식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응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요리들을 소개한다. |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이윤서 저, 테이스트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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