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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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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에 잠기는 우리의 주거권..."비만 오면 너무 무서워요"

(10.01 주거권대행진 참여신청 및 문의 : bit.ly/1001주거권행진)

 

[10.1 세계주거의날 주거권 칼럼] 온전한 주거권 보장이 필요하다

글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10월 첫째 주 월요일은 '세계주거의 날'이다. 2022 세계주거의 날을 맞아 10월 1일 서울역과 서울시청 일대에서 주거‧복지단체와 시민이 주거권 대행진을 펼친다. <프레시안>은 세계주거의 날을 맞아 집걱정없는세상연대에서 보내온 반지하 참사, 공공임대주택, 전세 문제 등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일주일 동안 연재한다.

"비만 온다고 하면 너무 무서워요"

"비만 온다고 하면 너무 무서워요. 위로 올라가 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죠."

지난 8월 초 내린 집중 호우로 침수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연신 무섭다는 말을 계속했다. 노부부는 지금 사는 신림동 반지하에서 3년을 살았고, 그 이전에도 반지하에서 살았으니 16년 정도를 신림동 일대 반지하를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고 한다. 폭우가 내리던 날 정화조에서 물이 차올랐고, 순식간에 성인 남성의 키만큼 차오른 빗물에 냉장고까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목숨을 구해 집 밖으로 피신해 있는데 앞집 반지하에 살고 있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는 소리에 너무 서러워 울었다고 한다. 

단열을 위해 붙여둔 벽면 스티로폼 안으로 곰팡이가 가득하지만, 도배와 장판만 교체해 곰팡이를 가리고서야, 노부부는 3주 만에 다시 반지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추석 명절을 그나마 집에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준 임대인은 이곳에서 살 수 있겠냐며, '위로 올라가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지만,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그것도 기초생활수급비로 감당하는 형편에 위로 올라가고 싶은 간절함의 해결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는 평생 나라를 믿고 살았어요"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나라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주면 내 부모가 내 살 집을 줬다고 생각할 거라며, 언제 들어가게 될지 모르는 임대주택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 신림동 반지하 참사 현장.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집

이와 같은 지하 주거는 1960년대 이후 전쟁 대비용으로 강제된 '방공호'로 출현한 이후 단독주택 방공호가 도시 빈민들의 지하 셋방으로 활용됐다. 그리고 1980‧1990년대 주택공급 정책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촉진하고 지하 주거의 건축규제를 완화하면서 지금의 반지하 셋방이 확산하였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와 반지하에서 약 32만7000가구가 살고 있다. 

지하 주거뿐만 아니라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거처 등에서도 화재와 폭염, 혹한 등의 재난과 불평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영등포 고시원 화재로 2명이 사망했고, 몇 해 전에는 종로 고시원 화재와 전주 여인숙 화재로 각각 7명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인숙과 고시원에서 사망한 이들은 여행객이나 하룻밤 숙박객들이 아니었고, 고시생도 더더욱 아니었다. 이들은 일용직 노동자였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으며, 폐지 줍는 노인들이었다.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가난한 이들은, 그 일터에서 생존해 돌아온 집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고단한 삶의 휴식처야 할 이들의 집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여관, 여인숙이었고, 고시원, 쪽방이었다. 행정 조사에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로 분류되는 '집 아닌 집'에 전국 44만8000가구가 살고 있다. 

불평등을 심화시킬 정부와 서울시 대책 

고시원, 반지하 등 연이은 주거 취약계층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복지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역대급으로 대폭 삭감했다. 반지하 재난 참사를 잊은 듯, 관련 예산 약 5조7000억 원이나 삭감한 것이다. 집 부자 세금 깎아주기 위해, 무주택자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반지하를 없애겠다던 서울시는 주택 재개발 지역을 공모하며, 반지하 밀집 지역에 신속통합 재개발 선정 가점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지하 재난 참사를 명분으로 재개발 구역 지정을 위한 가점을 부여하여 소유주들이 원하는 빠른 재개발 추진을 하겠다는 것이다. 피해는 반지하 가구가 당했는데, 공공지원은 건물 소유주들에게 하는 꼴이다. 전면 철거형 정비사업을 통해 물리적 반지하 주택을 없앨 뿐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주거권의 보장은 불분명하기만 하다. 

민간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 촉진과 분양아파트 공급 확대로 제시된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을뿐더러 주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토건 도시를 지향하는 것이다.

2022 '세계 주거의 날' - 10.01 주거권 대행진 

재난과 주거 불평등 참사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올해 주거의 날 공식 주제로 'Mind the Gap'을 제시했다. 유엔은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세계 주거의 날 World Habitat Day'로 정하고 있는데, 올해 주거의 날 주제를 통해 전 세계가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폭우 참사를 추모하며 '불평등이 재난'인 사회의 전환과 재발 방지를 요구해 온 한국의 주거‧노동‧사회‧복지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올해 주거의 날을 맞아, '10.01 주거권 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주거권 대행진은 한국사회의 주거 불평등 현실을 드러내고, 재개발·재건축 등 토건 개발 중심의 부동산 부양 공급 정책이 아닌, 기후 위기 대응과 주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고자 한다. 

불평등을 타고 흐른 재난과 삶을 삼키는 집, 우리는 언제쯤 살만한 집에 살게 될 것인가! 불평등에 잠기는 우리의 주거권, 온전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함께 행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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