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이유로 홍해 인근을 지나는 상선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가 큰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는 예멘 앞바다의 바브 알 만다브 해협은 중동과 유럽을 잇고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주요 해상 수송로다.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이곳을 지난다.
덴마크 국적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16일(현지 시각) “수에즈 운하를 지나 예멘 앞바다(바브 알 만다브 해협)를 통과할 예정이던 모든 선박에 이 지역 운항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하파크-로이트도 최소 18일 동안 이 회사 선박의 홍해 통과를 중단키로 했고, 스위스 MSC와 프랑스 CMA-CGM 등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물동량 기준 세계 ‘톱 5′에 속하는 글로벌 해운사로, 전 세계 컨테이너 해상 물동량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15일 머스크의 화물선 ‘머스크 지브롤터’와 MSC의 ‘팔라티움3′ 화물선, 하파크-로이트의 컨테이너선 ‘알자스라’호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홍해 인근을 지나는 상선을 10여 차례 공격했다. 하루 새 상선 세 척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만든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선과 중동 걸프만에서 나온 원유를 나르는 유조선들은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때 주로 뱃길이 짧은 수에즈 운하를 지나왔다. 하지만 후티의 상선 공격이 격화되면서 주요 해운사들은 자사 선박들을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앞을 통과하는 우회로로 보내기로 했다. 이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뱃길이 5000㎞ 이상 길어지고, 화물 도착일도 7~10일가량 늦어질 수 있다고 해운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도 17일 오후(한국 시각)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HMM이 소속된 글로벌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THE얼라이언스(THEA)’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THEA엔 HMM을 비롯해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ONE, 대만 양밍 등이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