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독서에는 어떤 비결(祕訣)이 있습니까?‘ 내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야말로 “어떤 식(式)으로 밥 먹는가? 라고 하는 질문과 같다. 기실 평소에 많이 생각하던 문제다. 독서법은 독서 경험을 쌓은 후 다시 반추(反芻)하여 귀납(歸納)한 지식저장의 한 방식이다. 처음부터 의식(意識)한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방법론은 반추성찰(反芻省察)의 결론에서 온다.
흔히 독서를 식사로 비유한다. 건강한 식사는 여러 종류(種類)의 요리를 골고루 먹는다. 그러면 다양한 영양가를 섭취(攝取_하게 된다. 책 역시 여러 종류의 분야와 장르를 폭 넓게 읽는다. 그러면 정신적 에너지를 골고루 섭취하게 된다. 이것이 독서생활에서 발상(發想)한 경험과 지혜이다.
독서란 무의식적인 습관(習慣)이 아니라 탐구적인 생활방법이다. 즉 정신적 공간을 조금씩 메워가는 지적 삶의 함양(涵養)과 내적 지주(支柱)의 큰 덕목을 수양(修養)하게 된다.
독서 없는 글쓰기가 존재 할 수 없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독서는 빈약(貧弱)한 정신세계와 공허(空虛)한 세계관을 채워가는 고상한 일이다. 또 이질화(異質化)된 가치관(價値觀)을 고쳐가는 행위이다. 독서란 원전(原典)을 읽는 것으로 멀리 존재했거나 가까이 존재(存在)하고 있는 정신의 다른 사람과 만나서 자주 대화(對話)를 나누게 된다.
인간은 문화생물이다. 오직 독서와의 접촉을 통해 진보(進步)한다. 따라서 고전문화를 계승(繼承)하고 고전문화를 전수받는 문화인(文化人)의 절차를 걸쳐야만 한 차원 높은 문화인으로 육성(育成)된다. 책을 읽는 것은 문화인식 과정 중에서 혼자 진행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行爲)이다. 이 같은 혼자 읽기와 홀로서기를 통해 인간성이 육성(育成)된다.
독서는 인간성의 내면세계를 구축(構築)하는 정신적인 힘과 행동적인 힘의 결합(結合)이다. 폭 넓은 독서는 진부(陳腐)한 사유와 고집된 가치관(價値觀)의 함정에서 구출(救出)해준다. 넓은 시야에서 사고정지(思考停止)를 방지해준다. 또 자신의 사고양식(思考樣式)의 부단한 탈피(脫皮)를 형성해준다.
인간은 지식의 공간이 커지면 내면 그릇도 커진다. 그릇이 큰 인간이 큰일을 해낸다. 그러니 독서는 좋은 친구(親舊)와 만나는 행위이다. 이런 훌륭한 친구를 흉금(胸襟)에 많이 포용할수록 마음은 더 커지게 된다. 실생활에서 곁에 좋은 친구가 많으면 그것은 축복(祝福)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책은 그 아쉬움을 메우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책은 훌륭한 스승처럼 인간성 형성(形成)과 향상을 자극 하며 인간의 품위(品位)를 높인다. 인간의 향기(香氣)는 독서라는 이 꽃을 통해 진하게 풍긴다.
독서는 천애지각(天涯地角)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를 연결해주는 긴밀한 유대(紐帶)가 된다. 조금만 게을리 하면 그 사이의 무한한 시공간(視空間)은 삽시에 사라질 수 있다. 2천 년 전의 공자(孔子)를 만나 그의 논어(論語)를 위시(爲始)로 한 고전을 읽는 것은 행운이다. 또한 옛글에서 수많은 명사(名士)들을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받는 일도 행복이다. 세상에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이런 기적적(奇蹟的)인 일을 성취할 수 있는 낙(樂)이 두 번 없을 것이다.
독서는 바로 명인과 명사를 만나서 가르침을 받는 일이다. 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통해 자신을 부단히 개조(改造)하고 발전시키면서 점차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요(必要)한 사람이 되려면 우선 먼저 독서하는 습관을 일과(日課)로 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