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제(市場經濟)는 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財貨)와 용역(用役)을 자유 가격 체제의 수요와 공급 관계에 의해 분배하는 사회구성체(社會構成體)이다. 시장 경제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配分)되는 체제이다. 시장 경제는 종종 계획 경제, 혼합 경제 등과 대비되는 개념(槪念)으로 다루어진다. 실제 사회에서 순수한 형태의 시장 경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각 국가 또는 사회마다 다양한 형태로 수용(受容)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이론이 주를 이루지만 반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이론인 상호주의도 존재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이 존재(存在)하는 나라는 없다. 시장 경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정도로 수용되고 있으며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한 혼합 경제 체제(混合經濟體制)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북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더 시장 경제에 근접한 경제 체계를 갖고 있다,
사유 재산권(私有財産權) 사유 재산권은 재산의 소유(所有), 사용(使用), 처분(處分) 등이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몫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근로 의욕이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되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의의가 있다. 단 시장에서의 전제 조건은 사유 재산권의 행사가 공공복리(公共福利)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럴 경우 정부는 법률에 따라 적절한 제재를 가능케 해야 한다.
경제 활동의 자유(經濟活動自由) 경제 활동의 자유는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적 의사 결정(意思決定)을 하는 것(예를 들면 계약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의미한다.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국가의 복지 정책(福祉政策)은 선택에 따른 결과물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기회의 균등(均等)과 제도적 원인으로 인한 실패를 보상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적 이익의 추구(私的利益追求) 사적 이익의 추구는 사유 재산권과 유사한데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제도적으로 보장(保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효율성이 증가하지만 지나친 사적 이익 추구는 공익(公益)을 해치므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해야 한다.
시장 경제의 문제점(市場經濟問題點) 시장 경제는 매우 효율적인 경제 체제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시장 경제는 경제적 효율성은 달성할 수 있지만 형평성(衡平性; 구성원 모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장 경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다(平等;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타고난 능력과 소질(素質)도 제각기 다르므로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자주 발생하게 되어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장기적 계획 없이 단기적인 이윤만을 추구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며 인간이 돈과 상품의 지배를 받게 되는 인간 소외(非人間化)가 나타나기도 하고 지나친 사적 이익 추구로 인해 사익과 공익이 대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문제점의 극복 과제(問題點克服課題)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 개입을 하여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도(意圖)와 동기(動機)는 옳다라도 그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현재의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삼권분립과 헌정주의라는 기본 틀 안에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지만 만일 이런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체제라면 정부의 무절제(無節制)한 시장개입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금(賃金)과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을 사용자가 아닌 제3의 입장에서 정하다 보니 영세기업(零細企業)의 경우에는 종업원의 임금을 지급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못 사는 절대극빈층(絶對極貧層)이 대폭 증가하는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화하게 된다. 즉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자율성(自律性)을 해치는 결과로 시장경제가 파괴되는 결과를 낳는다.
시장경제원리를 외치던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농어촌 부채탕감(負債蕩減)을 주장한다. 때로는 교육이 시장원리로부터 예외이기 때문에 교육예산을 GNP대비 6%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걸음 나아가 국민의 이름으로 부실화(不實化)된 기업을 구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말로는 시장원리를 외치는 사람들도 정치논리와 사회논리에 휩쓸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바로세우기"가 아니고 "시장경제 바로세우기"라 하겠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원리(市場經濟原理)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국가는 막대한 비용(費用)을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발전은 고사하고 퇴보(退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분업(分業)과 교환(交換)을 통해 의식주 문제(衣食住問題)를 해결하는 법과 제도, 관행과 관습, 그리고 구성원들의 의식과 의견 및 태도 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흔히 시장경제는 시장경제체제 혹은 자본주의라는 용어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때 시장경제체제는 시장경제의 주요한 측면인 하드웨어 부분만을 가리킨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하드웨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경제는 도덕(道德)이나 윤리(倫理), 그리고 생활철학 등과 관계없이 능률만을 추구하는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경제적 방법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분업과 교환이 원활(圓滑)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시장경제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태도나 자질(資質)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시장경제체제와 같은 물리적인 부분 즉 하드웨어 부분과 이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精神的)인 부분 즉 소프트웨어 부분이 합쳐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리적(物理的)인 부분은 사적 재산권이나 계약자유(契約自由)의 원칙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은 일종의 새로운 도덕률(道德律)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경제원리란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노력(奮鬪努力)하는 인간들이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이라는 본질적(本質的)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발견해 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원리는 인간이라는 종이 많은 수의 다른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채택(採擇)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원리 외에 수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다른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시장경제원리를 채택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하겠다. 수렵채집생활(狩獵採集生活)을 하던 시절에는 인간들의 삶이라고 해야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사회에서는 굳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얼굴을 아는 소규모 그룹에 적합(適合)했던 나누어 먹기식 원리나 지배원리(支配原理)로도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익명의 무수히 많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거대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은 나누어 먹기식 원리나 지배원리를 통해서 경제문제를 해결(解決)할 수가 없다.
어떤 법과 제도 혹은 관행(慣行)과 관습이 시장경제원리에 부합(符合)하느냐, 아니냐를 판별하기를 원한다면 그것들이 자유인들 사이에 분업과 전문화(專門化)를 촉진하느냐 아니면 억제하느냐를 따져보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래의 여덟 가지 원리원칙(原理原則)에 걸맞는 법과 제도 혹은 관행과 관습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령 어떤 정책이 선의(善意)와 미사여구로 포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래의 여덟 가지 원칙들과 충돌한다면 이는 반(反)시장경제원리로 보면 된다.
1) 교환자유의 원리 시장경제원리의 첫 번째 구성요소(構成要素)는 개개인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행하는 교환을 어떤 명분(名分)으로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 국민여론, 혹은 물가안정(物價安定)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치가나 관료(官僚) 혹은 지식인들이 자발적인 교환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主張)다면 이는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2) 사적 재산권의 원리 사적 재산권(財産權)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분업과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고 이에 따라 한 사회는 부의 감소와 성장의 정지라는 비용을 지불(支拂)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제도 가운데 사적 재산권 보호(財産權保護)와 관련된 제도들은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재산권의 보호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산권의 보호는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衝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 자유기업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기업(企業)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허용(許容)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경제원리는 현존하는 기업들과 아직 구체화(具體化)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선 시장경제원리는 기업을 계약체로 인정하며 계약체(契約體) 사이에 계약자유의 원칙이 평등하게 주어지도록 인정한다. 기업을 위해 계약에 참가하는 이해당사자(理解當事者)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附與)해서는 안 된다.
4) 경쟁의 원리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시장경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種類)의 경쟁은 선이다. 아무튼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경쟁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전적(辭典的)으로 무엇인가 최적형태를 결정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利益)을 위하여 경쟁과정 대신에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열정이나 신념(信念)을 버려야 한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원리란 모든 것을 경쟁과정에 맡기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경쟁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다양한 법제(法制) 등을 고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인센티브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행동이 어떤 원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를 정확히 반영(反映)해야 한다. 보통의 인간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생기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인센티브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한 사회가 보다 번영(繁榮)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어떤 선택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6) 자기책임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개인적 책임(個人的責任)의 원리를 말한다. 개인적 책임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스스로 선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짐을 뜻한다. 책임이라는 중압감을 가질 때만이 사람들은 신중하게 선택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그에 따른 책임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건 대개의 정치가(政治家)들이나 관료들 그리고 지식인들은 개인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변모(變貌)시키기 위해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인적 책임의 원리 대신에 사회적 책임의 원리를 강조(强調)하는 경향이 있다.
7) 작은 정부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거대정부(巨大政府)와는 공존할 수 없다. 정부규모가 커질수록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늘어난다. 이런 경우 시장경제원리보다는 정치논리(政治論理)를 앞세워서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配分)해 달라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정부가 커진다는 사실은 정부가 좌우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 외에도 정부의 영향력(影響力)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영향력 증대는 경제와 정치 사이의 구분을 모호(模糊)하게 만들고 결국 경제활동에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혼재(婚材)되어 사용됨을 뜻한다.
8) 법치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법의 지배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私法)의 원리를 어긴 공법(公法)들이 행정부의 주도하에 양산(量産)되고 있다. 간혹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나 대법원(大法院)을 통해서 위헌의 대상이 되는 행정부 주도의 입법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법의 지배"라는 원칙보다는 입법부(立法部)를 통과한 "입법의 지배" 원칙이 유행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입법의 지배와 시장경제원리는 양립할 수 없다. 사법의 원칙(原則)을 위반하는 입법은 결국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법제를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눈부시게 증가하고 있는 각종 특별법이나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입법들 대다수는 입법의 지배를 나타내는 전형적(典型的)인 사례이며 이들은 시장경제원리와 공존(共存)할 수 없다. 시장경제원리는 법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법제와 공존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장경제원리만큼 원래의 의미와 동떨어져 자신의 편의에 따라 사용되는 것도 드물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슨 악의를 갖고 편의(便宜)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시장경제원리라는 용어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한 나라의 성장과 번영은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 나라의 구성원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달라고 정부에 의존(依存)하면 할수록 그 사회는 지속적으로 번영의 길을 달려갈 수 없다. 한국인들은 이미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불(支拂)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의 고통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원리에 걸맞는 법이나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受容)하지 않는 한 한국인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의 크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시장경제 속에서 성공적(成功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새로운 도덕률(道德律)을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