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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 핵심부에서 바라본 냉혹한 전쟁의 세계, 그리고 한반도

▲]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 국가경영의 예술> 김진우 지음 ⓒ세르모
 
 
글 : 박세열 기자
[프레시안books]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 국가경영의 예술> 김진우 지음, 세르모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Between Scylla and Charybdis).

흔히 진퇴양난의 의미로 사용된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는 그리스 신화 속 바다 괴물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먼 길의 여정 속 맞닥뜨린 해협에서 두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만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괴물이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스킬라를 선택해 부하 6명을 내주고 해협을 통과한다. 유구한 역사가 말해주듯, 전쟁을 앞둔 인간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 어디엔가 서 있는 존재다. 전쟁을 피할 것인지, 전쟁을 수행할 것인지, 전쟁을 수행한다면, 스킬라와 전쟁을 할 것인지, 카리브디스와 전쟁을 할 것인지.

전 미 국무부 검증준수이행국 총괄 선임고문 김진우 박사(스티븐 진우 김)가 낸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 국가경영의 예술>(영문 제목 Beyond Scylla and Charybdis: The Art Of Statecraft, SERMO)는, 저자의 이력이 말해주듯 지극히 현실적인 '힘의 논리'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Between Scylla and Charybdis)를 넘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넘어서(Beyond Scylla and Charybdis)는 비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서양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헨리 키신저의 추천으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 핵 전략 전문가로 활동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4차 핵실험 관련 사실을 언론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밀 누설 파문의 당사자가 됐고,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이력이 있다. 그는 6년 전 한국에 돌아와 안보전략연구소 '세르모국제연구소'를 설립하고 핵 문제와 국제 관계 연구, 기고 활동을 해 왔다. 이 책은 그동안 기고한 글과 미발표된 연구 성과를 담아냈다. 보이지 않은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일했던 그의 냉정한 분석을 통해 핵이라는 무거운 주제부터 억제와 동맹, 북한, 인권, 그리고 미국의 정치상황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미 행정부에서 전쟁 전략과 핵 문제를 실무적으로 다뤄온 김진우 박사가 상정하는 세계는 비정한 힘의 세계다. 그는 "빼앗는 힘, 획득하는 힘, 설득하는 힘은 현대인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을 가하는 원초적인 힘(능력)과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의지(신뢰성)는 여전히 국가 권력의 본질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김진우 박사는 몇 년 전부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억제가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사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쟁점은 '강경론(매)'으로 인한 실패냐, '평화론(비둘기)'으로 인한 실패냐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가른다. 저자는 저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정책은 환상임을 비판한다. '비둘기파' 역시 이런 전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김진우 박사는 나아가 핵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왜 핵무장으로 귀결되야만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나, 핵무장을 주장하는 논리 자체는 우리가 충분히 공부해 볼만 하다고 본다. 특히 김진우 박사는 과거 푸틴의 크림반도 병합, 2016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촉발된 민족주의, 전체주의로서의 회귀. 저자는 미국중심의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있음을 인지하며 이에 대해 대한민국은 과거의 한미동맹 또는 핵 보유와 같은 '둘 중 하나/또는' 모델이 아닌 '둘 다/그리고' 모델로 가야함을 제시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결론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견해에 기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거칠게 말하면 첫째, 핵무장은 정치·안보의 문제 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방위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며, 둘째, 핵무장 완료는 그 자체로 문제의 종결이 아니고, 새로운 문제와 예측 불가능한 무수한 변수 발생의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핵무장'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분석과 사유는 어디에서든 전쟁 가능성이 도사리는 냉혹한 국제 현실과 안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환기시킨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1세기에 민주주의 체제(제도적 차원에 국한될지라도) 국가들끼리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지식인과 전략가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줬다. '한반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배제한 채, 북한의 호전성과 미중일러의 갈등 및 협력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냉엄한 안보 현실을 부각하는 그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쟁이라는 파국의 길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안전 지대는 없다는 냉정한 의견도 우리는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김 박사는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라는 상상하기 싫은 상황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의 국가안보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이러한 상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북 전력을 비교하며 건조한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참고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 김진우 박사의 주장에는 우리가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냉혹한 배경을 제대로 짚어준다. 철저히 '힘'의 논리가 통하는 마키아벨리적 세계에서 국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핵 전략 실무를 담당한 지식인의 '핵 담론'의 논리 구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 핵에 대한 미국의 시각(핵전략의 창시자 미국 없이 핵 문제는 이해될 수 없다.)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자세한 분석을 내 놓은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김 박사는 '외교의 원칙'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그가 머릿말에 쓴 글은 다음과 같다. 

 

"현대외교의 거장 헨리 키신저는 리더의 5가지 자질을 제시했다. 진정한 리더는 비정한 진실을 말할 수 있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며,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고독 속에서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논쟁이나 분열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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