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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甲辰年 새해 하시는 일들이 日就月將하시고 乘勝長驅.하시고 萬事亨通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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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선다. 작년 봤던 산나물이 잘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걸음이다. 지난 3월 중순 구례 산동 사포마을 어머님들도 해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산나물 위치 확인을 위해 사포마을 뒷산에 올랐다. 사포마을 뒷산은 지리산 서쪽 끝자락이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차일봉(종석대), 시암재를 지나 간미봉, 할미성을 따라가다 서시천으로 스며드는 간미봉 능선의 서북쪽에 사포마을 뒷산이 있다.

지리산자락에서 벌어진 대규모 벌목

산에 오르던 어머님들은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기계톱으로 베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장 작업자에게 물어보니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례 산동 좌사리, 관산리 일대는 2009년부터 재선충 방재작업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공교롭게 벌목은 재선충이 아니라 골프장 때문이라 말한 것은 구례군이었다. 3월 23일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 등과 '구례온천 CC(지리산골프장)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례 전역에 OO이장단, OO협회 구례지회 등의 이름으로 업무협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400여 개나 걸렸다. 생경한 장면을 연출한 현수막은 골프장을 어디에 한다는 거야,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붙은 거지 등의 궁금증과 함께, 골프장은 이미 확정된 일이니 다른 말은 하지 말라는 묵언의 압박으로 느껴졌다. 

▲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벌어진 처참한 벌목 현장. ⓒ김인호
 

2000년대 중반에 추진되었던 지리산골프장

2000년대 중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의 산주인 김종엽, 김병철, 김병석은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지리산자락 147만4770㎡를 훼손하여 회원제 27홀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2006년 2월 3일 전라남도 고시 제2006-10호로 결정된 지리산골프장은 2006년 11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2011년 8월 김병철, 김병석이 사포마을회(2만6568㎡)와 정산마을회(7723㎡)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김병철, 김병석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지리산 훼손, 지역공동체 파괴, 주민 삶 피폐화 등의 여론에 밀려, 2012년 2월 구례군에 개발사업 공사중지 통보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싸움은 일단락됐다. 싸움을 끝낸 주민들은 일상으로 들어갔고, 지리산골프장은 모두에게 잊혔다. 

2020년 3월 지리산온천랜드가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다시 지리산골프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로서의 골프장이 아니라 사양산업이 된 온천, 세금 먹는 하마 지리산 정원, 집라인과 모노레일 등 한물간 사업에만 손을 대는 구례군, 산동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외지인 등에 대한 복잡미묘한,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었다. 

다시 시작된 지리산골프장 논란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사내이사이자 산주인 김병철, 김병석 등이 제출한 벌목허가신청서를 허가했다. 2월 8일부터 4월 30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 16필지 51만8227㎡에서 벌목하라고, 21만1783㎡(21ha)에서는 단 1그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베라는 허가였다. 산주는 수확벌채가 목적이라 하였으나 재선충으로 인해 통나무 자체로는 반출이 안 되고 파쇄한 후에나 밖으로 빼낼 수 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구례군 산림과는 산주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곳이 구례군관리계획(체육시설) 지역임을 알았다고 했다. 올해 6월부터는 20ha 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합동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벌목을 허가했다. 

그런데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이자 산주는 골프장 예정지에서 나무만 벤 게 아니라 땅을 돋아 운동장을 만들고, 산을 절개하여 길을 내고, 배수로도 없이 계곡을 메우는 불법을 저질렀다.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산지 개발로 '산림자원법' 위반이었다. 구례군에 민원을 냈지만 구례군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다. 

구례군이 벌목을 허가한 곳은 급경사지역이다. 골프장 시행사는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경사도 20° 이상인 곳은 '원형보전'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대규모 벌목과 함께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중점 평가항목으로 고시(환경부고시 제2022-24호 「골프장의 중점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규정」)했는데, 벌목 허가지 중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은 21만5172㎡나 됐다. 결국 산주의 벌목 신청과 구례군의 벌목 허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산지전용허가 통과를 유리하게 할 것이다. 

20년 전에도 같은 사업이 똑같이 불법 벌목 

올해와 똑같은 일이 2003년에도 있었다. 당시에 '불법 벌채에 대한 진정인'(지리산골프장 건설 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은 불법 벌채가 '환경영향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구례군은 간벌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사업자의 과대한 욕심 때문에 과벌이 발생된 사안'이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참여한 김용범 박사, 김창환 교수, 양효식 박사 등은 '임도,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해당 지역을 녹지자연도(녹지공간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0~10등급으로 구분. 8등급 이상의 지역은 개발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8등급이 아니라 7등급으로 판단했다. 

2003년 간벌사업 신고 후 불법 벌목을 통해 녹지자연도를 낮춰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산주는 2023년에는 입목벌채허가를 받아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훼손하고 절성토, 평탄화 작업 등을 통해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개발행위를 한 것이다. 

그런데 벌목 허가 기간이 끝난 후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산주와 업자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불법 벌목을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구례군 산림과는 이 사실을 4월 28일 처음 알았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불법 벌목을 멈추라는 특별사법경찰의 명령에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엔진톱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7만4900㎡의 땅에 사는 나무들은 모두 베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왜 공권력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행해지는지, 법이란 게 있는 세상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지리산 서쪽 골들의 물이 골프장 예정지를 경유해 사포마을 농경지에 물을 대는 사포제로 모인다. 사포제 앞에서 펼쳐진 지리산골프장 반대 현수막 퍼포먼스. ⓒ김인호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난 4월 18일 발족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하 구례사람들)은 지리산자락에 골프장은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산림 훼손을 방치하여 골프장 건설을 용이하게 한 구례군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고 김순호 구례군수와 산림과 담당자, 산주와 업자 등을 고발했다. 

구례사람들은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야생동식물을 서식지를 훼손하고, 행정과 자본이 유착하여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무너뜨린 골프장 추진에 항의하며 전남도청, 구례군청, 순천만국가습지센터,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구례사람들은 벌목으로 죽어간 나무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살아있는 나무들을 지켜내기 위한 칩코운동과 생명평화기도회를 진행했다. 

기후재난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이 아니라 숲과 나무 

연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다. 폭우와 폭염,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란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기후위기는 지리산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깊은 곳에 만들어진 성삼재, 정령치도로 곳곳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리산 꼭대기에 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훼손된 땅을 다시 숲으로, 습지로 되돌리기 위한 '재자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리산자락에서 50~80년 된 나무 2만 4000여 그루를 베어내고, 앞으로 그 이상의 나무를 더 베어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제정신일까?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피해는 두 달 만에 현실이 됐다. 벌목과 지형 훼손으로 물길이 바뀌고, 흙과 벌목 부산물들이 이리저리 쏠리자 사포마을 계곡에는 핏빛 황토물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던 집집마다 수도를 틀면 뻘건 흙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산사태가 날까봐 잠을 못 이루고, 마을상수도를 쓸 수 없으니 물을 사서 먹고,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을 사용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건설되면 마을상수도에서 독성 농약과 비료를 포함한 물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지리산자락 28ha 숲이 사라졌다. 숲은 사라졌으나 그곳에 살던 수달, 담비, 삵 등이 여전히 오간다. 숲은 사라졌으나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큰소쩍새, 두견이 등이 여전히 그 하늘을 날아간다. 사라진 숲을 당장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벌목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 숲이 잘 보전되고 회복될 수 있는 장기계획이 작성돼야 한다. 특별히, 훼손된 벌목지는 '지리산을 닮은 천년의 숲'을 만들어 야생동식물과 미래세대의 유산으로 남기길 제안한다.

□ 골프장 사업에 사로잡힌 세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은 35가구 72명이 모여 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대부분 산수유 재배와 벼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이 마을의 박현무(56세) 이장은 20년 전 현재의 예정지를 대상으로 했던 골프장사업 반대운동을 했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그는 다시 같은 장소에 같은 사업자가 벌이는 골프장사업을 막기 위한 마을 대책위(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례군수가 내게 전화해 '박 이장, 다른 데는 다 사업 찬성하는데 왜 사포마을만 반대냐?"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주민 편이어야 할 군수가 사업자처럼 생각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역민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외지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왜 지리산이 파괴되고 주민생존권이 무시돼야 하는가?" 박 이장은 "한 번 막았던 일이다. 이번에도 막아내고 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을 주민 전경숙(60세) 씨는 "지리산 서쪽 골에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물줄기가 마을간이상수도의 수원이다. 그 물을 마을 뒷산 사포제에 모아 농수로도 쓴다. 골프장이 들어서 농약에 오염된 물이 흘러오면 농사도 망치고 마실 물과 생활용수도 오염된다. 우리 삶의 터전을 해치는 골프장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다"라고 말했다.

여든살 나무 2만 그루 베고 지리산에 골프장을?

 

여든살 나무 2만 그루 베고 지리산에 골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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