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담* 술(術)
여러분 오늘 제가 이 자리를 빌어 "술"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요... 아마 "술"이라 하면 남성분들은 대뜸 술술 넘어간다는 술을 연상하겠지요. 확실히 "술"에는 이런 "술", 저런 "술" 종종별별 형형색색이니깐요. 이를테면 흰술, 인삼술, 웅담술, 불개미술, 알로에술, 모태주, 분주, 곡주, 그리고 삼페인, 브란데, 위스키...등등이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자, 식전에 마신다고 "해정술"이요, 식후에 마신다고 "뜨물술"이요, 밸김에 마시면 "화술"이요, 싸움끝에 마시면 "화해술"이요, 왔다고 마시는 건 "환영술"이요, 간다고 마시는 건 "송별술"이구요. 에~~또한, "취중진담", "술 먹으면 벙어리도 말을 한다", "술 먹고 사촌 기와집 지어준다", "술 먹은 개", "술에 잠기다", "술에 먹히다", "술이 술을 먹는다"는 속담이나 경구들을 들자면 이루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도 많지요. 그러나 이런 술과는 달리~~본심을 감추는 건 "가면술"이요, 어떤 재간이 있는 건 "기술"이요, 주먹질에 능한 건 "권술"이요, 상대를 호리는 건 "마술"이요, 무예를 닦는 건 "무술"이요, 그림을 그리는 건 "미술"이요, 남들과 사귀는 건 "사교술"이요, 계책을 쓰는 건 "전술"이요, 거기에다 미를 창조하는 "예술"도 "술"이 옳긴 옳구요. 헌데 어떤 인간들이 자신의 그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능갈치게 둘러맞추거나 간특한 잔꾀를 부려 사욕을 채우는 폐단을 가끔 보게 되지요. 그래서 눈을 펀히 뜨고도 멀쩡하게 속히우는 수매띠기 "점술"에 대해 말해보겠다 그말입다요. 예~~
하긴 세상이 넓다보니 벼라별 일들이 다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천층만층 구만층이지요. 그래서인지 워낙 하지 말았으면 좋을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한사코 기를 쓰고 발광하니 그야말로 한심한 지랄이다 그거지요. 사실인즉 말리면 말릴수록 더 우쭐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가 아닌가요? 그리고 원체 점이란 미신이라구요. 그리고 "팔괘", "육효", "오행" 따위로 길흉을 판단하여 과거를 알아맞치거나 미래를 예언한다는 허튼 수작이구요. 이처럼 입 놀리는 장사가 돈 벌기 쉽다는 것을 잘 아는 점쟁이들은 그 무슨 "전조"니, "탁선"이니 하는 방법으로 초인간적인 존재와의 접촉에 의하여 사물의 특수한 자연현상 또는 인간현상을 관찰하여 운명을 판단하고 재앙을 면케 한다는 신묘한 신을 업었다고 자칭해 나서지요. 특히 사처로 떠돌아 다니는 엉터리 "점술가"들은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노루꼬리만한 풍월을 제멋대로 꺼림없이 지껄이면서 문화가 낙후한 두메산골이나 지각이 몽매한 사람들을 용케 찾아다니며 온갖 감언리설을 다 늘여놓지요. 좌우간 사람 보고 비위를 발라맞추는 이 "관상쟁이"들은 요행을 바라는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을 마치 하늘에서 하강한 신선인 듯 요란하게 분장하지요.그러면서 당겼다 늦췄다 하는 "특공술"로 쇠약한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저항력이 약한 심령들을 제맘댈 쥐락펴락하거든요. 일단 이런 "최면술"에 걸려들면 가뜩이나 연약한 이지가 상실되는 데 스스로 "관음보살님"을 제부모처럼 높이 모시고 깍듯이 공대하게 된답니다. 나중엔 밭은 밑천까지 죄다 들이밀면서까지 말이예요. 물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세가 번창하고 재물이 막대하며 만사가 순조롭고 무병장수하기를 바라지요. 그렇지만 일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뜻댈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하긴 나무잎도 때가 되면 지듯이 생사부귀도 역시 자연의 섭리인 만큼 사람이 나서 병들고, 늙고, 죽는 이 법칙을 전지전능하다는 하느님도 막무가내이지요. 하물며 같은 사람인 "점쟁이"에게 무슨 신령적인 힘이 있다고 모든 것을 좌우지하겠나요. 오로지 어리숙한 사람들을 얼리고 닥치는 못된 심보만이 있을뿐이지요. 안 그런가요? 암 그렇구말구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되고 사상의식이 부단히 갱신되는 오늘날에 아직도 퇴폐하고 진부적인 풍습잔재의 미신관념에 깊이 침투된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욱실거리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뿐만아니라 아글타글 뼈빠지게 번돈을 염가적인 위안 속에 저당잡히고 저질적인 만족을 사서 한 순간의 수심을 달랜다지만 그 기분이 개운할까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지요. 왜냐하면 복은 쌍으로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걸 아셔야지요. 또한 속이란 타면 탈수록 더 타는법입니다. 우는 소릴 하면 할수록 더 울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문제의 요는 어떤 곤난에 봉착했으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상응한 대책을 써서 제때에 해결하는 것이 원만한 결과이지요. 그런데 일이 순조롭지 못하면 없는 귀신의 조화라고 믿으며 미신에만 의뢰하니 실로 소보다 더 우둔하네요. 어디 한 번 철리가 담긴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수년동안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이 아침나절에 집을 나왔는데 갑자기 눈이 떠져서 천지만물을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나요. 기뻐서 집으로 돌아가려 한즉 골목은 여러 갈래요, 대문도 어슷비슷해서 도무지 집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울고 있었답니다. 이때 웬 노인이 길을 잃고 우는 사람을 만나서 연고를 묻고는 자네가 집을 찾으려면 도로 눈을 감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주었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눈을 감고 지팽이를 뚜닥거려서 걸음을 걷는대로 곧 저의 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기의 본바탕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어찌 이 사람만이겠나요? 일체의 각양각색인 온갖 일디 다 그렇지요! 암 그렇구말구요!!... 岳岩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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