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보채 같은 여자와 결혼하려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이상적 로망일까

설보채 같은 여자와 결혼하려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이상적 로망일까

图片信息 《红楼梦》薛宝钗曝近照

설보채(薛宝钗)는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의 여주인공이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이며 가보옥(賈寶玉)의 이모인 설부인의 딸이자 설반(薛蟠)의 여동생이다. 주인공인 가보옥과는 외종사촌 누나가 된다. 대관원(大觀園)에서의 거처는 형무원(蘅蕪院)이며 호는 형무군(蘅蕪君)이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에서 임대옥(林黛玉)과 더불어 첫머리에 꼽히는 인물이다.

또 다른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임대옥(林黛玉)과는 대조적인 여성관(女性觀)을 가진 인물로 임대옥(林黛玉)이 병약하고 가늘한 느낌을 주는 미인이라면 이쪽은 건강하고 풍만(豐滿)한 느낌의 미인이다. 특히 피부가 새하얗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特徵)인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풍만한 신체가 콤플렉스. 성격 역시 톡 쏘는 임대옥(林黛玉)과는 다르게 굉장히 둥글둥글하여 녕국부(寧國府), 영국부(英國府)의 모든 사람들과 매우 원만(圓滿)한 관계를 유지한다. 작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임대옥(林黛玉)과 비견되는 여성으로 각자 서로 정 반대되는 미모(美貌), 성격 및 가치관(價値觀)을 지닌 개성적(個性的)인 매력을 보여준다.

매우 검소하며 단아(端雅)하지만 이런 검소(儉素)함에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금팔찌 하나를 갖고 있다. 이 금팔찌는 그녀가 과거에 어떤 중에게 받은 것으로 후일 옥을 가진 사내와 맺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금팔찌에는 가보옥(賈寶玉)이 가진 통령보옥(通靈寶玉)과 마찬가지로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런 설보채(薛宝钗)와 가보옥(賈寶玉)의 인연을 '금옥량연(金玉良缘)'이라 부른다.

젊어서 '홍루몽(紅樓夢)'을 읽을 때 나는 설보채(薛宝钗)를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천박(淺薄)하다고 말할까봐 지금까지 내 생각을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나중에 일부 고심막측한 홍학자(紅學者)들이 설보채(薛宝钗)를 비판하는 글을 보았다. 그녀는 밖으로는 뜨겁지만 마음이 차가우면 세상을 원만하고 매끄럽게 살아간다는 등등이다. 나는 그러한 의견에 동의(同意)할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보채(薛宝钗)에 대하여 좋아하는 감정은 계속 늘어났다. 정말이다. 난 갈수록 설보채(薛宝钗)는 바로 "조화(調和)"라는 두 글자의 화신(化身)이라고 느꼈다. 그녀가 어디를 가든 그곳은 평화(平和)롭다. 집안에서 비록 인간이 덜된 오빠가 있지만 그녀가 있어서 조치하고 처리하는 바람에 그녀의 모친은 인생에 희망(希望)을 지닐 수 있었다. 밖으로는 그녀가 나이든 사람을 존경(尊敬)하고 어린 사람을 아껴주며 가난한 사람을 걱정하고 약자를 연민(憐愍)하며 사람을 대하거나 물건을 대할 때 비굴(卑屈)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으며 강하고 권세 있는 자에게 아부(阿附)하지도 않고 약하고 어린 자를 능멸(凌蔑)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가씨 집안에서 설보채(薛宝钗)를 위하여 생일잔치를 열어줄 때 가보옥의 조모는 설보채에게 좋아하는 희극(喜劇)을 고르라고 하였다. 그녀는 가보옥(賈寶玉)의 조모가 나이 들었으며 요란스러운 희극(喜劇)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수호전(水滸傳)’에서 ‘노지심(鲁智深)이 취해서 오대산(五台山)에서 소란피우는 장면’을 고른다. 가보옥의 조모는 매우 흡족해 한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에피소드를 가지고 설보채(薛宝钗)가 가보옥(賈寶玉)의 조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우리 자신이 그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손님이라고 생각하자. 주인이 자기를 위하여 융숭(隆崇)한 생일잔치를 열어주는데 어른들과 친척(親戚)들이 있는 앞에서 약간이라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글을 읽고 예의를 아는 설보채(薛宝钗)임에야. 나는 이것이 바로 설보채(薛宝钗)가 노인을 공경(恭敬)한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본다.

약한 자를 아낀 것에 대하여는 가환(賈環)이라는 시녀들조차도 무시하는 서출자식을 대함에 있어서도 그녀는 충분히 존중(尊重)해주고 전혀 권세나 이익을 쫓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연아가 도박문제로 가환(賈環)과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연아를 혼낸다. "설마 주인어른이 너한테 빈진 돈을 갚지 않겠느냐" 그리고 형수연의 집안이 가난한 것을 알고도 그녀를 멀리하지 않고 반대로 암중으로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해준다. 임대옥(林黛玉)이 그녀에 대하여 질투하고 냉소하며 풍자(諷刺)하는 것에 대하여도 그녀는 전혀 같이 싸우지 않고 웃어넘겨버린다. 임대옥(林黛玉)의 병이 심해졌을 때는 고소하다고 생각하거나 못살게 굴지 않고 오히려 찾아가서 다정하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약과 탕을 보내주었다. 결국은 그녀에게 감동한 임대옥(林黛玉)이 예전처럼 그녀에게 각박한 말투를 쓰지 않게 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녀를 '좋은 언니'라고 부르게 된다.

그리고 설보채(薛宝钗)는 가보옥(賈寶玉)에게 조상의 음덕으로 생활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여 관료로 돈을 벌도록 권유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대학시험을 치고 공무원시험(公務員試驗)을 치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매 시대마다 매 사람이 원하는 가치의 방향은 다르다. 남자라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해야 할 것이고 집안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가보옥(賈寶玉)에게 공부를 해서 돈을 벌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시대의 남성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았다. 스스로 불량서적에 빠지지 않도록 자제하고, 그녀에게 적의를 가지고 대하던 임대옥(林黛玉)이 왕실보(王實甫)의 ‘서상기(西廂記)’에 나오는 시가를 읊조리는 것을 들었을 때도 임대옥(林黛玉)을 공격하거나 그녀를 창피주려고 하지 않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임대옥(林黛玉)에게 의미심장(意味深長)하게 권유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도량과 흉금이 큰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 다시 ‘홍루몽(紅樓夢)’을 읽으면서 나는 설보채(薛宝钗)가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일 내 아들이 큰다면 그가 배우자(配偶者)를 고르는 기준으로는 당연히 설보채(薛宝钗)와 같은 여자를 처로 맞이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여자만이 그에게 안정적(安定的)이고 행복한 가정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성공한 남자의 배후에는 모두 위대한 여인이 있다. 설보채(薛宝钗)는 바로 이러한 여인이다. 금훈이 우물에 자살한 건을 말하자면 왕부인(王夫人)에게 아마도 그녀가 스스로 부주의해서 우물에 빠졌나보다고 말을 한다. 어떤 비평가들은 설보채(薛宝钗)는 바로 왕부인의 방조자(傍助者)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황금(黃金)에도 100% 순금이 없고 사람에게도 완벽(完璧)한 것이 없다. 십여 세에 불과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모든 것을 갖추도록 요구(要求)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도 모든 일을 가장 완벽(完璧)하고 가장 아름답게 처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무지 선량(善良)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자기의 마음에 어긋나는 일을 한 번도 안하고 살겠는가?

4대 가문 중 하나인 설씨 집안의 자녀지만 부친이 일찍이 돌아가시고 친오빠인 설반(薛蟠)이 가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세가 점차 기울자 이모이자 가보옥(賈寶玉)의 모친인 왕부인의 권유로 영국부(榮國府)로 들어와 가보옥(賈寶玉)을 포함한 형제자매들과 생활을 시작한다. 본래는 설반(薛蟠)의 말에 의하면 궁에 입궐(入闕)시켜 귀비로 들이기 위해서 금릉(金陵)까지 올라왔다는데 이 설정은 판본에 따라서는 그냥 잊혀지는 경우도 많다. 어찌됐든 첫 등장부터 임대옥(林黛玉)과 비견되면서도 상반되는 매력으로 주변의 이목(耳目)을 끌었으며 특유의 둥글한 성격으로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임대옥(林黛玉)보다 더 낫다는 말까지 듣는다. 때문에 초반부터 후반까지 임대옥(林黛玉)에게 견제를 받는 일이 꽤나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설보채(薛宝钗) 본인은 작중에서 적극적으로 가보옥(賈寶玉)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이는 설보채(薛宝钗)의 여성관이 전형적인 현모양처(賢母良妻)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설보채(薛宝钗)의 여성관은 가정과 왕부인(王夫人)을 포함한 많은 영국부(榮國府)의 어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마지막에 사태군(史太君)과 왕부인(王夫人)이 가보옥(賈寶玉)의 배필로 임대옥(林黛玉)이 아닌 설보채(薛宝钗)를 선택하는 것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가보옥(賈寶玉)과 맺어졌음에도 정작 가보옥(賈寶玉)이 진정으로 원했던 여성은 설보채(薛宝钗)가 아닌 임대옥(林黛玉)이었고 그녀의 혼인 생활은 가보옥이 출가하자 가보옥(賈寶玉)과의 사이에 난 유복자(遺腹子)를 홀로 키우는 신세가 되는 것으로 불행(不幸)한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