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岳岩漢字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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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절대 숲을 만들 수 없다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글 : 이상현
[프레시안 books] <나무의 긴 숨결>
 
산불로 타버린 숲은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첫 번째 방법은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숲은 스스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없어진 허허벌판일지라도 숲은 생긴다. 변화된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개체의 군집이 먼저 자리를 잡고, 생태계를 다시 한번 바꾼다. 그렇게 새롭게 변화한 생태계에 적응을 잘하는 군집이 숲에 다시 자리 잡고 이전의 군집은 쇠퇴한다. '천이'라 불리는 이러한 과정은 일정한 순서를 가진다. 산불로 파괴된 지역에서도 천이는 진행된다.

인위적으로 숲을 새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비용은 많이 들지라도 일률적으로 나무를 심고 관리한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변화 또한 예측이 가능하기에 숲을 관리하기 용이하다. 또 가치가 높은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목재로 생산했을 때 값이 비싼 종을 심는다거나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무를 심는다. 

서로 다른 복원 방법은 숲과 나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숲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군에 인공복원림과 자연복원림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성했다. 맨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두 숲의 결과 중 뭐가 더 좋은 복원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나무가 사라진 숲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은 그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해준다. ⓒ프레시안(한예섭)
 

숲에 개입하는 그 어떤 행위도 생태계를 퇴보시킨다.

<나무의 긴 숨결>(페터 볼레벤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의 저자는 독일 산림청에서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의 주 업무는 산림 경영. 기계로 나무를 베어내고 비싼 값에 팔았다. 사실 '산림청'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산림청은 '자원'의 측면에서 산림을 바라본다. 한국 산림청은 환경부 산하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이다. 

저자는 나무를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회의를 느끼고 공무원을 그만둔다. 생태학과 산림 경영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숲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 복구에 나선다. 평생을 나무를 관리해오던 그는 이번 책 초입부터 선언한다. 

"인간은 절대 숲을 만들 수 없다." 

그는 그동안 인간이 "나무를 너무 몰랐다"라며 나무에는 스스로 생태계와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우리는 나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고, 나무들의 활동은 결국 기후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우군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가 연구한 독일의 너도밤나무 사례는 나무가 극한기후를 어떻게 스스로 버텨내는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푸르름이 가득한 한여름 8월에 낙엽을 떨어트리는 너도밤나무의 이야기다. 

"낙엽은 광합성을 가능케 하는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서서히 줄이면서 시작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은 몇 주에 걸쳐서 차츰차츰 이뤄졌으며 11월에 완성된다." 

"이와 반대로 2020년 8월의 비상시 낙엽 투척은 그야말로 나무가 경악에 빠져서 보인 반응이었다(…) 너도밤나무는 속도를 올렸다. 갈색 잎만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란색과 심지어 녹색 잎도 떨어트렸다(…) 이와 같은 전략은 대부분의 나무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멀뚱히 극한 기후를 당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낙엽 투척을 불과 며칠 만에 해버릴 정도로 절박하게 기후에 대응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나무는 학습하고,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나무는 배울 수 있고 습득한 지식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라며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나이를 더 먹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라고도 말한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멀뚱히 극한 기후를 당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낙엽 투척을 불과 며칠 만에 해버릴 정도로 절박하게 기후에 대응한다. ⓒPixabay

그렇다고 이미 다가온 기후위기를 아예 무시하고 숲을 그대로 두라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지, 그저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항상 잘되었으니까 지금처럼 계속하는 거야'라는 슬로건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 우리는 숲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가능한 한 강력하게 조작하거나 이용하지도 말고, 숲이 저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숲이 스스로 시원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간단하다. 불필요한 벌채와 숲 파괴를 막으면 된다. "집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부터 보호하면 된다. 저자는 이용 가치가 있을 정도로 자라면 베어낸 후 새 나무를 심는 방식의 현재 산림 경영은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한다. 나무가 계속 성장하면 지속해서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고, 저장 속도도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오래된 나무는 특히 온실가스를 많이 저장하는데 이는 나이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끊임없는 성장은 보통 벌채할 나이(80~150년)를 훨씬 넘어야 줄어든다. (…) 벌채로 손상을 입은 숲은 피레 이비슈의 연구에서 보았듯 날씨를 서늘하게 하고 비를 내려주는 기능을 제한적으로 수행한다. 게다가 관리하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더 이상 오래 살지 못한다." 

좋은 뜻에서 한다지만 좋을 때가 드물다 

한국의 산림청은 지난 2021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오래된 나무를 벌채하고 어린나무를 심겠다고 말해 숲 생태계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8년부터 진행 중인 '숲 가꾸기' 사업은 나무의 생태계적 가치보다는 목재 생산에 치중한 사업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저자는 그저 나무에 시간과 휴식을 주면 된다고 말한다. 숲에서 인간이 잠시 비켜 있으면 숲이 자기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상당 부분을 '나무의 지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 이유다. 자연의 자생력을 믿을 수 있다면, 지금 산림청을 포함한 인류가 해야 할 일은 잠시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나무의 긴 숨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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