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입니다. 최근 가내의 조사(弔事)를 겪으면서 한국의 장례문화의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의 기사를 필두로 말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장묘문화 개선 시급' … 현재와 같은 속도로 묘지가 개발된다면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의 국토가 묘지로 변한다고 합니다. (…) 화장장 확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혐오시설을 거부하는 시민의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2002.4.5. KBS뉴스)
과연 우리 국토가 지금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묘지로 변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 1994년 20.5%에 밖에 지나지 않았던 화장률은 2021년 기준으로 90.4%에 달하고 있습니다. 큰 변화지요. 묘지 관리는 어려운 반면, 화장은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친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화장시설도 62개에 달하고, 일평균 화장건수는 946건, 연간으로 따지면 34만5000여 건의 화장이 이루어집니다.
최근 들어 장례를 치르신 분들은, 통상 3∼4일장을 치르고 고인을 운구해 공설화장장(전국에 사설화장장은 1개밖에 되지 않습니다)으로 가서, 화장을 한 후 각자 장지에 고인의 유골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매장의 풍습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제가 불과 15년 전에 조부모상을 치르면서 선산에 운구해 매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세대는 이런 풍경을 더 이상 목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화장 문화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장례식장 잡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안타깝게도 2만여 명 되는 분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돌아가시기도 했고, 이에 더해 자연사망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2021년 기준 현재 31.7만 명에 달하는 자연사망 인구수는 2030년이면 41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10년 내로 거의 30%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공설화장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죠. (통상 화장시설 1개소당 운영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인데, 시신1구당 평균 2시간의 화장시간을 감안하면, 화장로 1기의 적정 가동수는 3회(근로자의 쉬는 시간 및 운구시간 등 감안)입니다.
전국 화장시설은 62개소, 화장장 380개소로 일간 1140건, 연간 41만여건의 화장이 가능하지만, 서울·수도권의 사망 인구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서울·수도권의 화장장 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해 고인의 시신을 ‘생물학적’으로 분해하는 장례가 나왔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유가족들이 이를 지켜보기가 쉽지 않겠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류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존엄한 장례는 화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장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화장 이후에 어디에 유골을 보관할 것인가는 더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유골은 봉안을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봉안시설에는 전통적인 분묘 형태로 된 봉안묘, 건축물에 유골을 안치하는 봉안당, 탑의 형태로 된 봉안탑, 벽이나 담의 형태로 된 봉안담의 4종류가 있습니다.
최근 여러 영화에서도 유가족들이 봉안당이나 봉안담에 조문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인을 기리기 위한 기념시설(메모리얼)이지요. 담이나 유골함을 보관하는 봉안당에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 이름을 새겨놓는 거죠. 이것도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장례를 치르면서 놀랐던 것은 봉안담의 경우 눈높이보다 높은 봉안담, 내지는 바닥에 가까운 봉안담은 가격이 저렴하고(그것도 최소 몇백만 원은 됩니다), 성인남녀의 눈높이에 맞는 봉안담 한 귀퉁이의 가격은 거의 500~1000만 원 단위에 육박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고인이나 후손의 경제력에 따라 봉안시설에서까지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구슬펐습니다.
봉안시설은 전국에 6000여 개 정도 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문중이나 종교단체, 비영리법인 등에게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사망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법상 허용하기 어려운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봉안시설 또한 수를 마냥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하기에 생각한 다른 방법이 '자연장'입니다.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나무나 꽃,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유골은 결국 인산칼슘으로 흙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니, 유골을 자연에 뿌리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연장의 장지를 조성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산을 포크레인으로 허물고 그 안에 수목을 여럿 줄줄이 심어놓는다면 그것을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국의 사설 자연장지는 4501개(2021년 기준)에 해당하는데, 이 모두가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최근 종교법인의 틀을 가장해 마구 산림을 훼손한 수목장 업체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친환경적일 것일까요.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라도 나는 경우에 저 수목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반대 사례로, 한 종교법인 연합이 운영하는 자연장지와 봉안시설의 경우도 있습니다. 유가족이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작은 교회를 짓고, 그 교회 주변의 조경시설에 고인의 유골을 흘려보낼 수 있는 '유수장(流水葬)'이라는 방법을 도입한 사례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친환경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인을 진정 흙으로 보내드리는 거죠.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장례를 법에서 허용토록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원래 골분은 해양환경관리법상 해양을 오염시키는 '폐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관계 당국인 국토교통부에서도 2012년 6월 19일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다만 현행 장사법에서는 "묻는" 것만을 허용하는 것처럼 법조문이 만들어져 있어서 이런 형태의 장례가 가능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죠.
이번 개정안은 이를 명확히 한 것으로, 현행법상의 "묻어"를 "묻거나 장사시설 내 또는 해양의 일정 구역에 뿌려" 등으로 바꾸고, 대신 "화장한 유골을 해양에 뿌리는 행위는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른 환경관리해역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산자원 보호구역 이외의 해역에서 해야 한다"는 규제 조항을 도입하는 내용입니다.
한 의원이 법안 제안이유에서 밝힌 것처럼 신라의 문무왕도 '내 유골을 바다에 뿌려달라'고 했을 만큼, '바다장(葬)'은 오래된 장례 방식이었죠. 다양한 장례 방식을 법의 테두리에 포함하면서, 과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것. 그것이 이번 한 의원의 법안을 '국회 다니는 변호사' 법안에 선정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