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 일반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올해의 큰 선거로 주목받아 온 멕시코 대선이 이틀 뒤 치러진다.
이번 멕시코 대선은 총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와 선출자 수가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또 멕시코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목이 집중된다. ‘마초(macho)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멕시코 대선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 시작된다. 1억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투표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선거에선 대통령을 비롯, 상·하원 의원 628명 등 공직자 2만700명이 선출된다. 선거 직후 개표가 진행되며,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2차 개표는 다음 달 5~8일에 진행된다.
이번 멕시코 대선은 두 유력 정당이 내놓은 여성 후보의 2파전으로도 불린다. 여당인 진보 성향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후보와 보수 성향인 야당 연합 세력의 소치틀 갈베스(61) 후보가 맞붙는다.
멕시코는 ‘마초 문화’로 불리는 남성 우월주의가 뿌리 깊은 나라로 알려진 만큼, 이번 대선에서 주요 양당 후보가 여성인 것은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모은다.
최근 멕시코 내 여성 지위가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의 의원 성비(性比)는 지난 총선이 치러진 2018년 이후 동률(同率)인 반반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관이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으로 선출되며 200여 년 만에 유리 천장이 깨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로선 셰인바움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셰인바움 후보 지지율은 56%를 기록했다. 갈베스 후보는 32%를 얻었다. 남성이자 또 다른 대선 후보인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 시민운동당(MC) 후보 지지율은 12%다.
만약 셰인바움 후보가 당선되면, 그는 최초로 여성이자 유대인 국가원수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셰인바움은 분자생물학자인 어머니와 화학 엔지니어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유대인 출신 과학자이다. 오빠도 물리학자로 알려졌다.
멕시코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우남대)에서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고,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2011년 현재 여당인 모레나가 창당할 때 합류했고, 2018년엔 멕시코시티 최초로 여성 시장이 되어서 지난해까지 재임했다.
야당 연합 세력의 갈베스 후보는 멕시코 원주민 출신이다. 우남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기술 벤처 기업을 창업한 엔지니어이자 사업가 출신이다. 2015년 멕시코시티 미겔 이달고 자치구청장에 선출됐고, 2018년엔 상원 의원에 선출됐다. 보수 성향 정당 소속이지만, 낙태나 성소수자 권리 등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셰인바움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인프라 재건, 정부 부채 축소 같은 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갈베스는 빈부 격차 해소와 치안 안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이렇듯 첫 여성 대통령 선출이 임박했지만, 멕시코에는 아직 성차별주의가 만연하다는 분석도 있다. AP “대선 관련 여론조사나 언론 매체, TV 토론 등에선 여전히 ‘멕시코인들이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됐나’ 같은 질문이 나온다”며 “(남성 후보에겐 묻지 않는)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멕시코에 성차별주의가 남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차기 지도자가 떠안을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봤다. 포린폴리시는 “멕시코는 오브라도르 대통령하에서 극심한 양극화를 겪었다”며 “차기 지도자는 급증하는 카르텔 폭력, 경제 침체, 부패, 이민자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마초(macho) 명사: 남자다움을 지나치게 과시하거나 우월하게 여기는 남자.